고철이 고철에게(외 1편)
김남권
고철 시인이 고철을 팔러 왔다가 짜장면을 사줬다 1kg에 280원하던 고철값이 130원밖에 안한다며 고철 판 돈 절반을 헐어 평창시장 골목 칠천각에서 짜장면을 사주고 고철이 다 된 1톤 트럭을 타고 멧둔재를 넘어 갔다 도로공사를 하다 그라인더 날이 튀는 바람에 여섯 바늘이나 꿰맨 다리에 시의 붕대를 감고 절룩거리며 가난한 나를 찾아온 고철 시인은 고철 판 돈 절반을 헐어 짜장면 곱빼기를 사주었고 덕분에 가난한 허기를 때운 나는 원동재를 넘어 영월로 갔다 내다 팔 고철도 없고 내다 팔 시도 없는 나는 ‘내가 자주 가는 집’에 들러 외상으로 막걸리에 산초 두부나 시켜놓고 노가다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고철 시인을 불러 늦은 저녁 세상사는 이야기나 들어보는 수밖에, 그나저나 내 시는 1kg에 얼마나 받으려나 내일은 그동안 써놓은 원고 뭉치를 들고 고물상 저울에 통째로 올라가 더 쓸모없어지기 전에 비만한 몸뚱이나 팔아야겠다
별의 안부를 묻다
나는 한 번도 별이 뜨는 걸 본 적 없다 별이 지는 걸 보는 건 아주 오래되었지만 뜨는 걸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별의 주소도 모르고 별의 가족도 모른다 이젠 더 이상 별이 지는 것도 못 보겠다 별의 나이도 묻지 않기로 했다 이미 별의 심장이 되어 나를 점령한 너를 바라보는 일만으로도 나는 숨이 막힌다 그저 별의 그림자만 따라가기로 했다 별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별이 된 너의 안부를 묻기로 했다 이 밤이 지고 나면 네가 숨 쉬던 자리에 별꽃 한 송이 피어나 바람마저 붉게 물들이겠다
- 시집 『나비가 남긴 밥을 먹다』(詩와에세이, 2021)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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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강원도 사람 김남권 시인은 시 낭송가로 이름이 있지요. 김삿갓 축제에서 하룻밤을 같이 보낸적이 있습니다
시인이 낭송까지 할 수 있어야 시의 맛을 제대로전달할 수 있다고 하던 말이 생각납니다.
그러셨군요.
활동이 활발한 선배이면서 등단 동기예요.
시문학 보배지요.
총각이니 장가좀 보내이소 마~~
잉? 총각?
잘 생기고 휜칠한데
뭐가 잘 안되시는구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