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벌레 : 해프닝

[렛세이]

 -꺅!

  바베큐장에 엄지손가락만한 바퀴벌레가 날아들었다. 소리를 지른 친구는 이리저리 허둥지둥 피하느라 정신이 없고, 문 밖에 있던 친구는 에프킬라를 가지러 황급히 숙소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집게를 들고 고기를 굽고 있던 나는 바퀴벌레가 고기에 안착하지 않도록 집게를 휘두르며 '못쓰는 책도 가지고 와!'라고 소리치기 바빴다. 상황을 모르는 내 파트너는 '무슨 일이야?'라며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대답할 새가 없다. 맛있는 고기냄새를 맡았는지 그것보다 더 큰 바퀴벌레가 한 마리 더 날아 들었고, 그사이 문지방 위로 귀뚜라미 한마리가 껑충 뛰어올라왔다. 아 씨X, 욕설이 튀어나왔다. 총체적 난국이다.

  나는 우리집의 버그마스터다. 벌레를 보면 조금 소름이 끼치긴 하지만, 너무도 무서워하는 그녀를 보면 차마 나까지 무서워 할 수가 없다. 이 상황을 해결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나를 더 초조하게 만든다. 벌레를 가격할 순간의 용기, 치워내기 위한 책임,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을 빠르게 처리해야만 한다. 어차피 싫은 순간들이다. 휴지로 벌레를 치워내면서 속으로 빈다. 다음 생애에는 행복하렴.

  다시 바베큐장. 
  퍽 소리와 함께 상황은 순식간에 종료됐다. 숙소 안으로 에프킬라를 가지러 간 친구가 돌아오기도 전에, 이리저리 피하느라 정신없던 친구가 바베큐장 밖으로 빠져나가기도 전에, 내 파트너가 신발을 신기도 전에, 내가 고기 집게를 내려놓기도 전에, 밑반찬을 세팅하고 있던 친구가 슬리퍼로 그 모든 벌레들을 끝내버렸다. 벌레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눈빛은 침착했으며, 손놀림은 재빨랐다. 적당히 휴지를 사용해서 벌레를 감싼뒤 쓰레기통에 버리는 뒤처리 마저 완벽했다. 브라보! 

  우리 다섯명이 함께했던 곳은 제주도 금능 앞바다에 있는 독채 펜션이었다. 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사장님이 비명소리를 듣고 놀라서 다가왔다가 난처하게 웃었다. 

  "제주도가 사람이 살기 좋아서, 벌레도 살기 좋아요."

  맑은 공기, 쨍쨍한 햇빛, 그리고 수분을 머금은 바람과 비. 봄이 오면 들판의 풀들은 순식간에 자라나고, 그 사이에서 벌레들도 자라난다. 제주에서 당근 농사를 짓는 분의 말을 빌리자면 잡초는 베어도 베어도 끝없이 자라나고, 벌레는 지쳐쓰러질 정도로 생겨나서, 유기농을 고수한다는 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격이라고 한다.

  제주산 쌈채소에 흑돼지를 싸먹으면서 우리는 좀 전의 벌레소동을 회상했다. 각자 싫어하는 벌레들, 너무도 징그러웠던 경험들이 난무한다. 

  "예전에 시골 할머니집에서 자는데 자다가 바퀴벌레가 얼굴을 기어간 적이 있어."
  "단독주택에 살았을 때 장마철이었는데, 열어놓은 문으로 갑자기 바퀴벌레 10마리가 날아오는거야. 엄지손가락 만한 애들!"
  "난 그 다리 많은 애, 돈벌레! 걔가 너무 징그러워. 막 스스스슥!"
  "걔는 그래도 독은 없다잖아. 난 전에 신발 신으려고 봤는데 지네가 있어서 진짜 기절 초풍할 뻔!"
  "아 근데, 곱등이 진심 징그럽지 않아? 전에 야외화장실 쓸 일이 있었는데, 변기 근처에 몇 마리가 모여있는 거 보고 진짜 소름돋았어."

  팔할이 바퀴벌레다. 곱등이와 귀뚜라미 생김새의 차이, 돈벌레는 해충이 아니라며, 지네를 보다가 돈벌레를 보면 차라리 고맙기까지 하다며, 귀신이야기처럼 벌레 이야기를 해댔다. 

  바베큐장 한쪽 구석에는 커다란 거미가 거미집을 짓기 시작했다. 고기를 다 먹고 치울때 보니 순식간에 집 하나가 완성되어 있었고, 몇 마리의 모기가 걸려있었다.

휴가철, 여행 갔다가 벌레를 보고 깜짝 놀란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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