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유감(有感)
이 순 형/수필가
선거철이 왔다. 이번에는 시장 예비후보자만 십 여명, 시의원과 도의원 후보들을 합치면 서른 명은 훨씬 넘는 후보자들에게서 인사를 받게 되었으니 시민들도 덩달아 바쁘게 생겼다. 선거철에 더 빈번한 출판기념회장에 가보면 흰 봉투를 든 애독자(?)들이 장사진을 이루는데 책보다 봉투가 더 두꺼워 보이니 내 눈에 병이 났나보다. 하지만 그들이 출판한 책은 온통 자기자랑 뿐이라 실제로 읽어보는 사람은 적고 종이 만드느라 죽어간 나무만 불쌍하다.
생각해보면 많은 공직자들이 임기만 끝나면 얼마나 뒷담화가 많으며 심지어 교도소를 제집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드물게는 있으니 출마하는 사람이나 투표하는 사람이나 모두 조심할 일이다.
적어도 선거를 통하여 이 지역의 일꾼이 되려는 사람이라면 다음 사항을 유념했으면 좋겠다.
첫째, 과천시의 수십 년을 내다보는 비전이 있어야 한다.
이제 과천은 중앙부처가 이전하고 각종 방계조직이 들어온다는데, 이것과는 별도로 갈현동, 문원동 일대에 펼칠 지식정보타운에는 1조5천억 원이 넘는 큰 공사가 예정되어 있고, 과천복합문화관광단지조성와 과천화훼종합쎈터에 5천7백억 원 등 수 천억 원짜리 대규모 건설공사가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또한 주민들 개개인의 이익과 직결되어 있는 아파트재건축도 예정되어 있다.
이러한 대규모 일을 계획하고 다듬어 명품도시를 만드는데 가장 염두에 두어야할 것은 자족도시로서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면서도 시민들이 직장을 근처에 가질 수 있는 그런 도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판교디지털밸리는 벤치마킹할만한 대상이다.
둘째, 과천은 중앙공무원의 도시에서 기업하기 좋은 도시 혹은, 국제도시로 변화해야 한다. 이제 힘 있는 중앙부처가 옮겨간 과천이 옛날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을까? 오히려 첨단산업의 메카를 건설하거나 대기업의 본사를 오게 하면 좋겠다. UN 산하기관이나 국제금융기관 같은 조직을 유치하여 활기찬 세계인의 도시로 변모하도록 이끈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셋째, 중앙정부를 설득할 이론과 경륜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재정자립도가 낮아 중앙정부에 의지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예산 확보는 물론이고 각종 인허가나 도시계획을 들고 도청이나 중앙부처를 찾아다녀야 할 일이 많을 텐데 세종시의 공원이나 중앙정부 건물의 복도를 어슬렁거리다 빈손으로 돌아올 골목대장 급 인물이 당선되면 정말 곤란하다.
다섯째, 딸각발이 정신이다. 추사가 말년을 보낸 과천은 워낙 선비정신이 강해서 공직자들이 청렴결백을 생명처럼 알았다고 한다. 당선자들은 소신껏 선공후사(先公後私)하여 재직 때 보다는 퇴직 후에 모두가 그리워하는 청백리(淸白吏)가 될 각오로 자신을 돌보아야 할 것이다. 인정에 끌리고 표심에 기울어 지키지도 못할 공약(空約)이나 남발하지 말고, 더구나 적당히 뇌물이나 받아먹으려고 민원인들 뒷배나 봐주고 이권(利權)이나 기웃거릴 생각일랑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여섯째, “아니 되옵니다!”를 시민들에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이란 대개 공짜를 좋아해서 그저 시의 예산으로 이것 해 달라, 저것 부탁한다고 말하는데, 공직자라면 소신을 가지고 “아니 되옵니다!” 라고 말해야 한다. 각종 사회단체마다 사무실 달라, 운영비 보조해달라고 하면서 표와 바꾸자고 하는데 과연 시민 전체의 입장에서는 별로 필요도 없는 각종 단체에 시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비 보태주는 일은 단호히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일곱째, 공공건물 좀 그만 짓자.
추사박물관은 역사적 가치가 대단하니 그렇다 쳐도, 시청사(市廳舍)만한 문화원과 경기소리전수관, 여러 가지 복지관, 대규모 도서관, 청소년수련센터, 각 동의 동사무소는 또 얼마나 큰가! 우리 과천에는 도시 규모에 비하여 호화로운 공공건물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데, 볼 때마다 과연 절실히 필요했을까 묻고 싶다. 하여간 건축비는 물론이고 공공건물 유지비 때문에 시의 재정이 바닥날 판이라는데 과장된 표현일까? 지금이라도 불요불급한 건물을 불하하여 불우이웃 돕기와 장학재단 기금으로 충당함이 옳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에서 ‘정치건달’만은 배제해야 한다. 평소에 뚜렷한 직업도 없으면서 선거 때가 되면 포스터에 잘난 얼굴 내미는 사람, 힘 있다는 정치인이나 따라다는 그림자 실세(?), 중앙정부에 대단한 연줄이라도 있는 듯 떠들어대며 민원을 다 해결해줄 듯 강냉이를 튀기는 사람은 꼭 골라내야 한다. 생업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당선되었을 때 우리 서민들의 팍팍한 생활을 이해하고 보듬어 줄 것이다.
두 눈 부릅뜨자. (과천시대신문 2012. 4.11.)
첫댓글 언즉시야입니다.
'옳소!'가 절로 나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