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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하게 북한산성 13 성문에 맞춰 '북한산성 입구 → 서암문(시구문) → 북문 → 백운봉암문(위문) → 용암문 → 대동문 → 보국문 → 대성문 → 대남문 → 청수동암문 → 부왕동암문 → 가사당암문 → (왕복) 중성문 → 대서문 → 북한산성 입구'의 16km 구간을 6시간 안에 돌파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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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北漢山]
세계적으로 드문 도심 속의 자연공원인 북한산국립공원은 1983년 우리나라 15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면적은 76.922㎢로 우이령을 경계로 하여 북쪽으로는 도봉산 지역, 남쪽으로는 북한산 지역으로 나뉜다. 북한산국립공원은 화강암 지반이 침식되고 오랜 세월 풍화되면서 곳곳에 깎아지른 바위 봉우리와 그 사이로 흘러내리는 아름다운 계곡들을 이루고 있다. 또한, 2,000년의 역사가 담긴 북한산성을 비롯한 수많은 역사, 문화유적과 100여 개의 사찰, 암자가 위치하여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함과 동시에 역사 문화 학습의 장이 되고 있다. - 국립공원공단
2023년 8월 첫 번째 월요일인 7일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포천 지장산에 다녀올 예정이었으나, 당일 소나기 예보에 지장산행을 연기했다. 그리고 대안으로 평일 산행을 진행하는 안내산악회를 포함,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여러 산을 찾아봤으나, 갈만한 산은 지장산과 비슷한 환경이다. 해서 제일 만만한 동네 뒷산 북한산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북한산은 올해만 벌써 3번 올랐을 정도로 자주 찾는 산이라, ‘이거 다!’ 하는 코스가 떠오르지 않아, 2016년 1월 17일 이후 7년 만에 상장능선으로 올라, 합궁바위 코스로 내려갈까도 생각해 봤다. 하지만, 그 구간은 등산방의 많은 친구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코스라, 친구들과 같이하는 산행 때 하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하자, 그다음 떠오른 게 12 성문 종주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으나, 성문 종주 또한 대여섯 번 했다(궁금해 자료를 찾아보니, 기록된 건 다섯 번이다).
마지막 12 성문 종주는 2020년 3월 22일 순희 누님, 주행, 흥수와 같이 출발한 산행이다[산행기]. 고로 이번이 3년 만의 성문 종주다. 그런데, 기록된 성문 종주로 기록된 것만 다섯 번이고, 북한산행 때 주요 능선을 달리는 이상 성문을 피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거의 손금을 보듯 잘 아는 코스라,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5월 흥수와 같이 달린, 우이령에서 족두리봉까지 북한산 종주 코스 또한 백운봉암문부터, 대남문까지 여섯 개의 성문이 있을 정도다[산행기]. 해서 떠 오른 게 지금까지는 성문 종주라는 타이틀을 달았으나, 사실은 북한산 각 능선과 봉우리가 주였다면, 이번에는 철저히 성문에 집중하는 산행을 해 보기로 했다. 말인즉, 최단 코스로 성문을 연결하는 산행! 그럼, 의상봉을 포함 몇 개의 주요 봉우리와 능선이 산행에서 빠진다. 대신, 중성문을 포함한 13 성문, 아니, 수문까지 최단 거리와 소요 시간의 14 성문 연결이 목표다!
이렇게 목표를 세우고 보니, 어디서 많이 보던 산행이고, 등산객이다. 산행은 뒷전이고 백두대간이나, 100대 명산의 인증처만 가서 사진 찍고 내려오는 인증 산행이자, 인증꾼이다. 뭐, 한 번쯤 인증꾼이 돼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 같다. 그럼, 이번 산행에서 성문 수에 맞게 14장의 인증 사진을 찍어야 해, 인증을 남기는 시간이 만만치 않게 걸릴 거로 보인다. 오후에 소나기 예보라 일찍 내려와야 하는데, 인증이 그걸 방해하지 않을까? 어쨌든 목표는 정했고, 빨리 달려, 햇살이 기승을 부리기 전에 내려오는 게 목표라, 최대한 일찍 산행을 시작할 생각이다. 준비는 다른 산행과 같고 다만, 김밥은 산성 입구 가게에서 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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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다름없이 기상해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서둘러 배낭을 쌌다. 처음 계획은 간단하게 숄더힙색을 메고 가려고 했다. 그런데, 옆 주머니에 물통 3개를 넣을 수 없어, 배낭으로 바꿨다. 실제 배낭의 주 공간은 비상식만 넣어 텅 빈 거나 다름없고, 두 개의 옆 주머니만, 한쪽은 물통 두 개, 다른 쪽은 물통 하나, 오이가 든 지퍼백, 삼각대 등을 넣어 주객이 전도된 모양새다. 어쨌든 그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 불광역 중앙 버스정류장에서 704번을 타고, 7시 33분경 북한산성 입구 정류장에 내렸다. 그리고 바로 등산 앱을 기동해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등산 앱을 켠 이유는 실제 걷는 거리와 시간이 궁금해서다. 68m, 오차를 고려하면, 50m 내외다. 이후 정류장에서 조금 아래에 있는 가게에서 김밥을 사려고 보니, 아직이다. 너무 일찍 왔다. 이런 낭패가!? 그럼 다른 가게도 마찬가지일 확률이 높다. 어쨌든 대책을 고민하며, 만난의 장소로 가, 등산화 끈을 조이고, 바람막이를 벗어 배낭에 넣는 등 등산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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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를 마치고, 계획된 코스에 따라, 먼저 탐방센터가 있는 곳으로 향하며, 앞에 버티고 있는 의상봉의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으로도 남겼다. 오늘은 오를 일이 없는 봉우리다. 이번이 의상봉에 오르지 않는 최초의 성문 종주다. 중성문을 찍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김밥을 사기 위해 도로 좌우의 식당이나, 가게가 문을 열었는지 확인하며, 탐방센터로 향해 7시 47분에 도착했다. 예상대로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가게도 영업 전이다. 고로 오늘 산행은 비상식과 오이 하나를 셋으로 조각낸 걸로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14시, 즉 오후 2시 하산을 목표로 잡았다. 고로 6시간 내에 17km가 넘을 거로 예상되는 14 성문 종주를 마감해야 한다. 그것도 폭염특보 아래!
산행을 기록하기 위해 탐방센터 옆의 북한산 국립공원 표지를 기록으로 남기고, 여기를 기점으로 환 종주 형태의 성문 종주라. 정확한 거리와 소요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등산 앱을 캡처했다. 현재 시각 7시 48분 15초, 등산 앱 기준 고도 91m다. 시구문을 처음으로 종주를 하기로 했으니, 북한산성 계곡을 따라 위로 올라가다가, 북한산 둘레길의 둘레교를 건너는 거로 본격적인 종주를 시작했다. 정확히는 여기를 기점으로 원을 그리는 산행이다! 현재 시각 7시 50분 46초!
2 – 2 – 1 원효능선: 서암문(시구문), 북문
다리를 건너며, 오늘 산행에서는 갈 일이 없는 의상봉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시구문으로 향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북한산성계곡을 따라 난 등산로가 아니다. 그리고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시구문 직전 절이 있는데, 안 나타났다. 무언가 잘 못 되고 있다는 생각은 들었으나, 그래봐야 효자리라 계속 가, 7시 58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우회전하면 원효봉, 진행 방향에서 약간 좌로 틀면 밤골이다. 고로 이 길은 둘레길이다. 다리 명 '둘레교'를 보고, 눈치챘어야 했는데, 미처 깨닫지 못했다. 말인즉 다리부터 여기까지는 초행이다. 그러니, 모든 게 생소해 길을 잘못 들었다고 생각한 거다. 하지만, 산행 후 계획을 재검토해 보니, 애초 이 길로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건 계획을 세울 때고, 실제 산행 때는 과거 기억에 사로잡혀 착각했다.
둘레길 갈림길을 떠나, 100m가량 올라가자,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이정표에 의하면 첫 번째 성문인 서암문(西暗門)까지 거리는 500m! 그 이정표에서 10분가량 올라가니, 등산 앱이 반응한다. 서암문 반경 50m 내다! 오늘 산행의 목적인 성문이라, 거기서부터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가, 8시 13분 성문에 도착해,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성문 종주로만 여섯 번째 원효봉에 오르기 위해 몇 번이나 통과했는지는 기억도 없을 정도로 익숙한 암문이라, 대충 훑어보고, 원효봉을 향해 길을 재촉했다. 폭염특보 아래 진행하는 산행이라, 호흡을 조절하며 정상으로 향하는데, 앞에 무언가 지나가 자세히 보니, 어린 길냥이, 아니 산냥이다. 그런데, 거의 흰색에 가까운 노란색 고양이로, 이런 색은 처음이라 놀라지 않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었다.
그놈을 기록으로 남기고 위로 계속 올라가자. 원효암 직전 첫 번째 전망대다. 죽을 거 같은 폭염이지만, 조망은 최고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왼쪽으로 벗어난 바위로 올라가, 사진을 찍었다. 울창한 숲에 가린 의상봉과 한강 너머까지 이어지는 아파트 군락이다. 파노라마까지 남기고 위로 올라가자, 더 잘 보이는 전망대라, 의상봉 전경과 그 아래 '무량사'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8시 37분경 원효암에 도착해, 먼저 본존불에게 신고하고, 이 암자에서 유명한 사대천왕에 둘러싸인 거대한 머리만 있는 부처를 보러 갔다. 전신을 세울 만한 공간이 없어 머리만 상징적으로 가져다 놓은 게 아닐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어쨌든 그 모든 게 한 장의 사진에 들어가지 않아, 동영상으로 찍었다.
이후 이 암자의 끝에 있는 산신각으로 가자, 문을 꼭 닫아달라는 부탁의 글이 보인다. 말인즉, 문을 열고 내부를 봐도 된다는 얘기라, 생애 처음인가? 기억은 그렇다. 문을 열어 내부를 봤다. 당연히 다른 절의 산신각과 같은 산신이 반겨줄 거로 생각했는데, 아니다, 채색한 마애산신이다. 어떻게 된 게, 지난 송암산행 때 진전사에서 마애산신은 처음이라고 언급하자마자[산행기], 바로 원효암에서 마애산신이다. 이런 게 인연인가? 어쨌든 연달아 마애산신을 만나는 걸 보면, 바위에 새긴 산신을 만나는 게 어려운 건 아닌 거 같아, 앞으로 암벽에 붙어 있는 산신각은 무조건 열어 보기로 했다. 산신을 만났으니 그냥 갈 수 없어, 산신에게 무사 산행을 부탁한 후, 주지의 요청대로 바람에 문이 열리지 않도록 꼭 닫았다. 그리고 출구 쪽에 있는 부처 옆의 약수터에서 석간수를 배불리 마시고, 원효암을 떠나 원효봉으로 향했다.
8시 47분 원효봉 0.5km 이정표를 지나, 위로 가는데, 왼쪽에서 고양이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 자세히 살펴보니, 원효암을 지키는 표범이다. 그 녀석의 모습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남기고 다시 길을 재촉해, 원효봉 직전의 암봉에 도착했다. 여기에 오를 때마다, 과거 안전시설이 없을 때는 어떻게 다녔을까 궁금해지는 바위로, 안전시설이 없을 때 오르지 못한 걸 늘 아쉬워한다. 어쨌든 암봉이니, 전망대다! 내리쬐는 햇살은 빨리, 내려가라고 재촉하나, 그냥 갈 수는 없어, 주변을 기록으로 남겼다. 와중에 핸드폰이 경고음을 울려, 메시지를 확인해 보니, 폭염특보로 외출을 자제하란다. 이미 알고 시작한 산행이라, 신경 끄고, 한 장의 사진에 담기가 부족해 동영상까지 기록하고 암봉에서 내려가, 바로 앞에 있는 원효봉으로 향해, 9시 14분 등산 앱이 원효봉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산성의 성벽은 능선을 따라 봉우리를 넘기도 하며 만들지만, 성문은 통행이 쉬운 고갯마루에 세우는 게 일반적이다. 고로 체력 소모를 최소로 하며 성문을 연결하려면, 굳이 성벽을 따라 봉우리를 넘을 필요는 없다. 북한산성은 전문가와 같이해야만 접근할 수 있는 위험한 구간에 있는 성벽도 있어, 등산객을 위한 우회로가 많다. 오늘은 성문 위주의 종주라, 어쩔 수 없이 넘어야 하는 봉우리가 아니면, 다 우회한다. 그 어쩔 수 없이 넘어야 하는 봉우리가 원효봉, 증취봉, 용혈봉, 용출봉 등이다. 그중 하나인 원효봉 정상 반경 50m 내라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 9시 17분 도착했다. 그런데, 도착 직전 정상 표지 부근에 엎드려 있던 터줏대감이 자리를 피하는 게 보인다. 유기하기에는 족보가 있어 보이지만, 인간이 그런 걸 따지는 동물이 아니다! 어쨌든 봉우리에 올랐으니, 인증을 남겨야 할 거 같아 삼각대를 이용해 사진을 찍었다.
원효봉 또한 암봉이라 탁월한 전망대다. 원효봉에서 시작해 염초봉, 백운대로 이어지는 능선이 백운대에서 우회전해 주 능선으로 달리다가 문수봉에서 다시 우회전해 의상봉까지 이어지는 원을 그리는 능선이 한눈에 보인다. 그 능선 위에 설치된 게 북한산성이다. 그리고, 그 중간중간 고개에 성문과 암문이 있다. 당연히 그 전경을 파노라마로 남기고, 바로 아래에 있는 북문으로 향해, 9시 24분 등산 앱이 성문 반경 50m 내라고 알려주는 위치에 도착했다. 물론 동영상을 찍으며, 내려가 9시 26분경 북문에 도착했다. 원효능선 성문은 두 개로 서암문과 북문이라, 주 능선에 있는 백운봉암문으로 가기 위해서는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올라왔는데, 내려간단 말인가? 그래서 찾아낸 게 상운사, 대동사를 통과하는 지름길이다.
2 – 2 – 2 주 능선: 백운봉암문(위문), 용암문, 대동문, 보국문, 대성문
그럼에도 상운사로 가기 위해서는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 건 어쩔 수 없어, 투덜거리며 내려가, 염초봉 우회 출입금지 경고문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갔다. 그리고, 9시 37분 상운사 입구에 도착해, 9시 41분경 대웅전으로 가 본존불에게 신고 후 생명수나 다름없는 감로수로에서, 먼저 목을 축이고 수건을 꺼내 물에 적셨다. 그 물에 젖은 수건을 적당히 짜서 머리에 둘러쓰고, 상운사에서 나와 그 옆 대동사로 향하는 순간, 바로 앞 노적봉 정상의 나폴레옹 모자바위가 눈에 띄어 기록으로 남겼다. 모자가 보인다는 것에 감탄하며. 그리고 매번 이 길을 갈 때마다, 두 절을 이어주는 길을 막은 이유가 궁금했는데,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번에 그 실마리를 얻은 거 같다.
과거 약수터를 지나, 가지 말라는 길로 대동사에 도착해 처음으로 절 구경을 하려고 대웅전으로 올라가자, 개가 빠르게 달려 나오며 짖는다. 철책이 없었으면, 오늘 보신탕 먹을 뻔했다. 개가 지켜야 하는 게 뭔지 모를 절이라 꺼림칙해 구경을 포기하고 등산로로 향했다. 그동안 이 앞을 많이 지났으니, 매번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아, 절 구경을 안 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본분에 충실한 개에게 작별 인사 후, 등산로로 가며 일본 신사의 '도리이'를 닮은 문을 보자, 정신이 번뜩 들었다. 혹시 일본에서 유래한 절? 궁금한 건 못 참는 인간이라, 여기저기 다 뒤져봤는데, 대동사에 관한 정보는 등산객이 쓴 산행기 외에는 없어,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다. 다만, 승군이 주둔했던 중흥사(重興寺), 용암사(龍巖寺), 보국사(輔國寺), 보광사(普光寺), 부왕사(扶旺寺), 원각사(圓覺寺), 국녕사(國寧寺), 서암사(西巖寺), 태고사(太古寺), 노적사(露積寺, 현 上雲寺), 진국사(鎭國寺, 현 노적사) 등 11개 사찰에 대동사는 없다.
대동사에서 내려와 북한산성 주 등산로로 들어서 백운봉암문으로 향해, 10시 10분 약수암 이정표를 지나, 대한민국 산 중 힘겹기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깔딱을 오르고 있는데, 등산 앱이 알람을 울린다. 만보기다! 물론 깔딱 선정은 내가 한 거다! 비가 오거나 직후에 물이 흐르는 샘을 지나, 암문 길목의 갑판 계단을 향해 힘겹게 으르다, 숨을 돌리는 동안 뒤돌아, 가사당암문 아래로 보이는 국녕사를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다시 길을 재촉하자, 등산 앱이 암문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그런데, 아직 갑판 계단에 도착하지도 못했다. 어쨌든 길을 재촉해 갑판 계단 직전의 '추락위험지역 출입제한' 경고문이 있는 곳에서 호흡을 고르며, 백운대 암릉 지도를 유심히 살폈다. 다른 곳은 모르겠고, 사망사고가 있었다는 '말바위' 지점은 몇 번 시도했다가 중간에 포기한 이력이 있는 장소다.
언젠가는 다시 시도하겠다고 마음먹고 다시 길을 재촉해, 10시 41분경 노적봉 갈림길에 도착했다. 직진은 노적봉, 백운대는 좌회전이다. 물론 백운봉암문도 좌회전. 고로 암문을 찍고 다시 내려와야 해, 배낭을 벗어 갑판 기동에 걸어두고, 핸드폰만 들고 암문으로 행했다. 그리고 중간에 동영상을 찍기 시작해, 10시 47분 백운봉암문에 도착했다. 도착할 당시만 해도, 주변에 사람이 없어, 조용했는데, 문을 지나, 다시 돌아오자, 뒤따라오던 한 쌍의 남녀가 도착해, 영상에 여성의 목소리가 들어갔다. 그리고 암문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순간 백운대에서 한 팀의 등산객이 내려와 암문 그늘에 자리를 잡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그들도 사진에 들어갔다. 만족스럽지 못한 동영상과 기록을 남긴 후 세 번째이자, 가장 높은 성문이라, 거리와 고도를 확인했다. 산성 입구 기준 5.51km, 739m 높이로 오차를 고려하면, 710m 내외다. 가장 높은 성문으로 남은 11개의 성문은 발아래라,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 물론 폭염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백운봉암문에서 해야 할 일을 끝내고, 배낭이 기다리는 갈림길로 돌아와, 먼저, 배낭에서 오이 한 조각을 꺼낸 후 배낭을 기둥에서 내려 둘러멨다. 그리고 오이를 먹으며, 갑판 계간으로 다음 성문인 용암문으로 향하는데, 계단 난간에 '구기지역 탐방로 통제 안내' 플래카드가 매달려 있어, 자세히 확인했다. 위험 수목 정비를 위해 8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통제한다는 내용이다. 그 구간에 위험한 나무가 있었나? 기억이 안 난다. 그리고 그 기간에는 그 코스 갈 일이 없어, 그러려니 하고, 다시 길을 재촉하며 가다가, 뒤로는 백운대 테라스를, 앞 오른쪽 아래로는 노적봉과 정상의 나폴레옹 모자바위를 기록으로 남겼다. 처음 계획은 성문과 관련이 없는 건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려 했으나, 워낙 조망이 좋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렇게 용암문으로 향하자, 등산 앱이 먼저 만경대, 다음 노적봉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두 봉우리 다, 공단의 허락을 받지 않고는 오를 수 없는 암릉이라, 그 밑을 통과하는 것만으로도 오른 것으로 인정해 준다.
11시 11분 노적봉 아래 쉼터를 지나, 13분에 등산 앱이 용암봉 반경 50m 내라고 알려주는 지점을 통과했다. 용암봉 또한 앞의 두 봉우리와 같이 그 아래를 통과하는 것만으로 정상에 오른 것으로 인정한다. 그리고 21분경 네 번째 성문인 용암문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줘 동영상을 찍으며 전진해, 23분경 도착했다. 그런데, 암문의 한자를 보니, 다시 헷갈린다. 분명 용암문은 龍岩門으로 바위 암자를 쓰는데, 서암문은 西暗門으로 어두울 암자를 쓴다. 해서 검색해 보니, 다른 암문도 어두울 암이다. 원래 암문의 용도가 비밀 문이니, 당연하다. 그럼 왜, 용암문만 바위 암을 쓰나, 다시 검색했다. 원래 용암암문(龍岩暗門)인데, 암이 반복돼 어두울 암을 날린 거다. 공부 많이 한다! 어쨌던, 분명 동영상을 찍으며 용암문에 접근할 때 산냥이 소리를 들은 거 같은데, 안 보여 먼저, 기록으로 남길 걸 남긴 후 산냥이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성문 위에 엎드려 쳐다보고 있는 흑표를 발견했다.
보일락말락 한 그놈을 기록으로 남기고 다음 문인 대동문으로 향하다가, 그냥 가기에는 아쉬워 성문으로 올라가 그놈을 영상으로 남겼다. 그리고 다시 길을 재촉해, 11시 29분 북한산대피소를 지나, 11시 43분경 시단봉 반경 50m 내라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런데, 시단봉을 통과할 때는 매번 헷갈리는 게, 정상석이나 정상 표지가 있는 게 아니라, 어느 봉우리가 시단봉인지 알 수가 없다. 다만, 동장대를 지나 대동문으로 가는 길목의 제단이 있는 봉우리가 시단봉이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지난 북한산 종주 때 흥수와 내년인 2024년 시산제를 하기로 한 장소다. 어쨌든 그 부근이라는 건 확실하다. 다른 때는 성벽을 따라 달리니, 당연히 모든 봉우리에 오르나, 오늘은 성벽이 아닌 성문이 목적이라, 시단봉에 오르지 않고, 우회로로 가니, 위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이 보여, 뭐가 있나 궁금해 올라갔다. 쉼터다. 평소 이 길로 다니지 않아 몰랐던 쉼터!
쉼터에서 내려와 다시 길을 재촉해, 11시 49분 대동문 반경 50m 내라는 메시지를 받았으나, 보이는 건 공사장이다. 그래도 기록은 남겨야 할 거 같아, 동영상을 찍으며 문을 통과한 후 공사 중인 성문의 모습으로는 아쉬워, 그 앞의 전체 성벽 지도 그림을 기록으로 남기고 떠났다. 그리고 12시 1분 보국문 반경 50m 내라는 음성을 들었다. 보국문 또한 공사 중이라, 가림막 사이로 핸드폰을 넣어, 기록을 남겨야 했다. 그렇게 기록을 남기고, 여섯 번째 성문인 대성문으로 향하다가, 대남문 갈림길이라 생각되는 곳에 배낭을 벗어 뒀다. 그리고 가파른 길로 성문을 향해 올라, 12시 22분경 성문 반경 50m 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핸드폰을 잘 못 건드려, 메시지 캡처에 실패하고, 현 위치가 캡처됐다.
12시 25분 대성문에 도착해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배낭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려고 보니, 대남문 갈림길은 성문 앞에 있다. 그럼, 배낭이 있는 곳은? 좀 편한 우회로라 생각하고 내려갔으나, 아니다. 과거에는 길이었으나, 낙석위험 지대라 금줄을 치고, 거기에 '낙석 위험 구간 출입 금지' 경고문을 매달았다. 그런데, 배낭을 둘러메고 다시 대성문으로 올라간다는 건 지옥 길을 다시 간다는 의미라 가볍게 금줄을 넘었다. 그리고 배낭에서 오이 한 조각을 꺼내 먹으며, 과거 등산로를 따라, 50여 미터를 올라가자 다시 금줄이다. 대성문에서 대남문으로 향하는 정규 등산로다. 역시 금줄을 가볍게 넘어, 우회전해 대남문으로 향해, 12시 36분 성문 반경 50m 내라는 등산 앱의 메시지를 들었다.
동영상을 찍으며, 대남문으로 향해 12시 39분 도착했다. 일곱 번째 성문이자, 주 능선상의 마지막 성문이다. 남은 성문은 의상능선 위가 아니면 북한산성계곡 주변이다. 먼저 성문을 기록으로 남기고, 성문 앞에 있는 보현봉 출입 금지 안내문을 확인했다. 역시, '기간'만 수정 테이프를 덧붙였다. 과거, 기간이 끝나, 이제는 보현봉에 오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고, 새해 벽두에 방문했다가, 날짜만 변경된 걸 보고, 기함했던 적이 있다. 그렇다고, 오르지 않은 건 아니지만. 어쨌든 기간이 종료되기 직전 5년 단위로 날짜만 수정한 테이프를 덧붙인 게 벌써 수십 년이다. 말인즉 보현봉은 합법적으로는 오를 수 없는 봉우리가 됐다. 이제는 당연시하는 자신에게 놀라며, 성문 위로 올라가니, 그늘에 문수봉 들개 두 마리가 누워 더위를 피하고 있다.
2 – 2 – 3 의상능선: 청수동암문, 부왕동암문, 가사당암문
평소라면 문수봉에 올랐겠지만, 성문과는 상관없는 봉우리라, 우회로로 다음 성문인 청수동암문으로 향하자, 문수봉 반경 50m 내라고 등산 앱이 알려줘 고개를 들어 위를 봤으나, 정상석이 있는 암봉이 아니라, 진정한 문수봉 아래다. 그리고 2분 후인 12시 49분경 청수동암문 반경 50m 내라고 바로 알려준다. 역시 동영상을 찍으며 암문으로 향해 12시 52분에 도착했다. 이번 산행에서는 오를 계획이 없는 의상봉까지 남은 거리는 2.7km, 그 능선에 두 개의 암문이 더 있다. 사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의상봉이 보일 때면 아무리 그래도 저기는 올라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도 했으나, 그럼, 대서문을 두 번 통과해야 하고, 중성문까지 왕복 거리가 너무 멀어지는 문제가 있어, 일단은 그 유혹을 누르고 있다. 하지만, 막판에 어떻게 생각이 변할지 모른다. 다만, 폭염과 먹은 거라곤 오이 두 쪽이 다라, 빨리 하산하고 싶은 심정 또한 간절하다. 와중에 물도 떨어져 가고.
12시 53분 남장대지 갈림길에서 의상능선을 향해 위로 올라, 58분경 517봉에 도착했다. 정식 이름을 가진 봉우리는 아니고, 산꾼이 높이로 구분하는 봉우리로 정상에서 우회전하면 행궁지와 남장대지, 직진해서 내려가면 의상능선의 나한봉이다. 그리고 초소인 성랑지 유물발굴이 한참이다. 그것들도 기록으로 남기고 본격적인 의상능선을 달리기 위해, 나한봉으로 내려가며 보니 왼쪽으로는 비봉능선, 가운데 나한봉, 오른쪽으로는 의상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그 비봉 능선의 주요 봉우리가 확연히 구분된다. 특히 통천문을 알아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 유심히 관찰하고 사진을 찍었다. 물론 의상능성 옆으로 삼각산과 노적봉의 모습 또한 놓치기 아까운 절경이다.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고 당연히, 나한봉에는 오르지 않고 우회하는데, 등산 앱은 정상 반경 50m 내라 오른 거로 인정한다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삼각산과 원효봉, 염초봉, 노적봉 등을 한 장의 사진에 담기도 하며, 북한산의 공룡이라 불리는 의상능선을 가, 1시 12분 나월봉 아래를 통과하자, 등산 앱이 정상에 올랐다고 인정한다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의상능선에 있는 봉우리 중 나월봉 구간만 공단의 허락이 없으면 오를 수 없다. 그렇다고 안 오르는 것도 아니나, 오른 지 꽤 오래됐다. 찾아보니, 마지막으로 오른 게 2016년 1월이다! 그리고 얼마 전 삼토회 친구들과 지났던 나월봉의 에스컬레이터라 불리는 통로와 삼각산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나월봉 구간에서 내려가자, 등산 앱이 부왕동암문 부근에 도착했다고 알려준다. 역시 동영상을 찍으며 암문으로 향해, 1시 31분경 도착했다. 이제 의상능선에는 가사당암문만 남았다.
부왕동암문에서 의상봉까지 남은 거리는 1.5km, 가사당암문까지 넘어야 할 봉우리는 증취봉, 용혈봉, 용출봉 셋이다. 어느 쪽에서 오든 가장 힘든 세 봉우리가 남았다. 이 구간이 마지막 고비로, 목표 시간 달성 여부가 여기에 달렸다. 하지만, 벌써 1시 30분이 넘어, 이미 목표 달성은 실패다. 해서, 1시간을 연장해 3시로 목표로 수정했다. 바위가 만든 자연 성랑지를 지나, 1시 39분 등산 앱이 알려주는 증취봉 반경 50m 내에 도착했다. 그런데, 햇살이 얼마나 강한지 머리가 지끈거려 걷는 게 쉽지 않아, 그늘에서 잠깐씩 쉬면서 간다. 그런데. 정신 나간 인간이 나만이 아니라, 정상 부근 그늘에는 두세 명이 모여 쉬고 있다. 그리고 반대쪽에서 오는 등산객도 가끔 만났다. 서로 나누는 인사가 '정말 덥네요' 지만. 그리고 5분 후 용혈봉 반경 50m 내라고 등산 앱이 알려준다.
하지만, 용혈봉은 저 앞에 있다. 저기까지 50m 내라는 등산 앱에 감탄할 뿐이다. 등산 앱이야 뭐라든, 용출봉을 향해, 언제 설치했는지 모를 계단을 내려가며 보니, 아래로 간이 건물이 보인다. 역시 못 보던 거로, 산불감시 초소다. 다른 산은 모르겠지만, 북한산의 초소는 대개 위험한 비탐구역 경계에 있다. 그럼, 여기도 위험한 비탐구역 입구라는 건데, 금시초문이다. 해서 몰랐던 등산로가 있나, 자세히 살폈으나 안 보인다. 물론 길이 없다고 못 내려가는 건 아니나, 굳이 저 방향으로 내려가야 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어, 순수한 산불감시초소라 결론짓고, 용혈봉으로 향해, 1시 50분에 도착했다. 용혈봉은 이정표가 정상 표지 역할을 하고 있다. 해서 다른 봉우리는 몰라도 정상 표지가 있는 곳에서는 인증을 남겨야 할 거 같아, 삼각대를 이용해 그것과 삼각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용혈봉에서 해야 할 일을 마치고, 길을 재촉해 아래로 내려가자, 앞에 용출봉이 버티고 있다. 그 뒤가 의상봉이고, 그 사이의 절이 국녕사, 그 위가 의상능선의 마지막 성문인 가사당암문이다. 의상봉 너머로 보이는 건 이번 산행의 시작 봉우리인 원효봉이다. 원효봉을 보니, 다시 내부에서 의상에도 올라야 하는 거 아니냐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 결정은 용출에 올라서 하기로 하고, 일단 용출로 향했다. 용혈에서 내려가 용출로 오르기 직전, 계곡에 삼천사가 보이는데, 주차장의 차량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라, 정말 폭염만 빼면 최고의 조망 산행 날씨라는 걸 다시 한번 절감했다. 그것도 기록으로 남기고 마지막 힘을 다해 용출봉을 기어오르자, 등산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그때 시각이 2시 1분이다. 잘하면 3시간까지 산행을 마감할 수도 있다.
2시 4분 정상에 도착해 먼저, 삼각산과 주 능선을 기록으로 남긴 후, 삼각대를 이용해 용출봉 이정표를 배경으로 인증을 찍었다. 삼각대의 구조상 서서 찍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도 했으나, 지쳐서 서 있을 수가 없어, 그나마 사진 찍는 동안은 앉아서 쉬자는 생각으로 앉아서 찍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오이 한 조각을 꺼내 배를 채우고 목을 축이며, 가사당암문을 향해 내려갔다. 누구는 오이만 먹으며 록을 했다는데, 누구는 오이 하나를 세 조각으로 나눠 먹으며, 폭염특보 아래 북한산 14 성문을 종주하고 있다. 아래로 보이는 국녕사 거대 부처의 뒷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며 가자, 등산 앱이 암문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현재 시각 2시 17분! 역시 동영상을 찍으며 가, 2시 19분에 도착했다.
2 – 2 – 3 북한산성계곡: 중성문, 대서문, 수문
평소에는 성벽 위로 지나갔으나, 이번 산행은 성문이 목적이라, 가사당암문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성벽 아래로 내려가며 보니, 반대 방향으로 갑판 계단이 길게 이어진 게 보인다. 처음 보는 길이라, 기억을 더듬어 보니, 가사당암문에서 국녕사로 내려간 기억이 없다. 그리고 국녕사로 내려가며 접하는 모든 게 생소한 게 초면이다. 해서 산행이 끝난 후 실제 그런지 과거 자료를 확인했다. 아니다, 기록이 있다. 10여 년 전인 2013년 2월 24일 친구와 의상봉에 올랐다가, 가사당암문에서 국녕사로 하산했다. 당시 사진을 보면, 이정표와 부처는 그대로인데, 가사당암문 주변과 국녕사로 내려가는 등산로는 지금과는 매우 다르다. 그래서 생소하게 느껴진 거다. 어쨌든 가사당암문을 기록으로 남기고, 생소한 갑판 계단으로 내려가, 2시 25분경 국녕사에 도착했다.
절 도착 직전 주 능선에서도 보이는 부처의 옆모습을 기록으로 남긴 후 바로 감로수를 찾아 종무소와 대웅전이 있는 곳으로 가니, 종무소 아래에 물을 찾는 등산객이 많은지 '식수 ↑' 안내문이 붙어 있어 화살표 방향으로 계단으로 올라갔다. 종무소다. 그런데 감로수가 안 보인다. 절에서 안내를 잘 못하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에서 종무소 주변 마당 여기저기를 찾다가 건물 건너, 벽 쪽에서 수도를 발견했다. 당연히 다른 절과 같이 거북이 입에서 나오는 감로수를 찾았으니, 쉽게 발견하지 못했다. 아니, 그 감로수는 대웅전 방향으로 더 올라가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확인하기 위해 계단을 올라갈 환경도 체력도 안 돼, 수도를 틀어 미지근한 물이 다 빠지기를 기다린 후, 옆에 있는 플라스틱 와인잔에 물을 받아, 연거푸 두 번 마셨다. 물론 미지근한 물도 그냥 버릴 수 없어, 머리에 두르고 있던 수건을 바닥에 깔아 그 물로 충분히 적셨다.
물에 푹 젖은 수건을 적당히 짠 다음, 다시 머리에 쓰고, 국녕사를 떠나기 전 두 번째 알현한 부처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물론 그 모습을 기록으로도 남겼다. 절을 떠나, 계곡 등산로로 향하며, 어디서 씻을 건가를 고민했다. 일단 북한산성계곡에서는 다른 산의 계곡에서 그랬듯이 윗도리를 벗어부치고 씻는 게 힘들다. 고작 할 수 있는 게 맨발로 물에 들어가는 수준이다. 그러기에는 시간이 아깝고, 배가 너무 고프다. 어쨌든 중성문을 향해 계곡을 따라 올라가며 적당한 장소를 찾기로 했다. 2시 43분 계곡 등산로에 도착해 배낭을 두고 갈까 하다가 얼마 안 되는 거리라, 그냥 둘러메고, 좌회전해 중성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3분가량 올라가자, 등산 앱이 반응한다. 그런데, 막상 성문에 도착한 시각은 2시 54분으로 중성문 반경 50m 내라는 음성을 듣고 9분이 걸렸다. 50m에 9분! 급경사 너덜이라도 이해가 안 되는 거리다. 평지라면 500m를 갔을 거리다! 이러니 등산 앱을 믿지 못한다.
중성문 옆 시구문도 하나의 암문으로 계산해 총 15개의 성문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고, 와중에 홍제천 위의 수문인 홍지문을 더해 16개라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그 시구문도 기록으로 남기고,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그런데, 계곡의 적당한 장소는 이미 피서객이 다 차지하고 있어, 발 씻는 것조차 다른 사람을 방해해야 할 정도라, 이제는 하산하며 찾아보기로 하고 내려갔다. 그리고 수정한 하산 목표 시간이 1분 지난 3시 1분 다시 국녕사 갈림길을 지나, 3시 6분 볼 때마다 정체가 궁금한 면류관을 쓴 석상을 통과했다. 이후, 백운대 갈림길을 지나, 새마을교를 건너, '북한동 역사관'이 있는 쉼터에 도착하자, 전면에 음료수 자판기가 보인다. 그걸 보는 순간 몸에서 즉각 반응이 일어나, 생수나 식혜를 마실 생각으로 왼쪽 자판기로 갔으나, 카드를 못 읽는다. 그런데, 그 옆의 비싼 음료가 있는 자판기는 잘 읽어 어쩔 수 없이, 내키지 않는 이온 음료를 마셔야 했다. 이것도 상술인가?
그 자리에서 음료를 한 번에 다 마시고, 쉼터를 떠났다. 평소라며, 계곡 길로 내려갔을 거지만, 오늘은 성문이 목표라,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가, 3시 21분경 등산 앱이 반응하는 위치에 도착했다. 그리고 다른 성문과 같이 동영상을 찍으며 내려가, 3시 23분에 대서문에 도착했다. 이걸로 그나마 성문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북한산성 13 성문 종주가 끝났다. 하지만, 아직 복구되지 않아, 성문의 모습을 갖추지는 못했으나, 성문임에는 틀림없는 수문을 지나칠 수 없어, 오른쪽으로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을 찾아갔다. 그리고 자연관찰로 갈림길에서 우회전했다. 기억에 수문 근처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다. 사실 대서문에서 성벽을 따라 내려가는 게 가장 빠르나, 금지 구역이고, 지쳐서 관목을 뚫고 내려갈 자신이 없었다. 해서 초행이라 기억되는 ‘자연관찰로’로 계곡으로 향해, 3시 35분경 등산로 금줄을 넘었다.
금줄을 넘어 등산로로 합류한 위치가 수문에서 생각보다 멀다. 만약 금줄을 넘지 않고, '자연관찰로'로 등산로와 합류하는 지점까지 갔으면, 큰 낭패를 볼 뻔했다. 그렇다고 안 갈 것도 아니라, 수문으로 가기 위해 계곡을 따라 상류로 향해, 3시 39분경 도착했다. 언젠가는 복구할 거로 예상되지만, 아직은 아니라, 등산 앱도 반응하지 않는 수문이 있던 자리를 통과해 '수문(水門)' 소개문이 있는 곳까지 갔다. 그리고 그걸 찍는 거로 수문의 인증을 대신했다. 이로써 북한산성 14 성문 연결 산행은 끝났다. 그리고 되돌아오면서 복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수문과 이어지는 성벽의 모습도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가벼운 마음으로 '북한산성' 항공사진 지도와 동판에 음각한 '북한도'를 기록으로 남기며 탐방센터로 향해, 3시 45분경 아침에 건넜던, 둘레교에 다시 도착했다. 7시 50분경 건넜으니, 다리를 기준으로 원을 그리는데, 목표보다 2시간가량 긴 7시간 55분이 걸렸다. 폭염이라 무리하지 않고, 호흡을 조절하며 산행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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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보다, 2시간가량 늦은 3시 48분 북한산국립공원 표지에 도착했다. 7시 48분에 떠났으니, 대략 8시간이 걸려, 14 성문을 한 바퀴 돌았다. 그런데, 일부러 조작했다고 할 정도로 정확히 8시간 정도의 소요 시간이 걸린 게 놀라울 뿐이다. 어쨌든 이제는 식당을 찾아 내려가 늦었다고 말하기도 너무 늦은 점심으로 배를 채워야 한다. 물론 씻기도 해야 하고. 해서 이 동네에 오면 가는 단골집으로 향해 도로를 따라 내려가며, 혹시 당기는 다른 식당이 있나 살폈으나, 도로변에는 없다. 와중에 오늘이 월요일이라 그런지 다들 쉬는 분위기라, 싸해지는 기분을 억지로 누르고 식당에 도착해 보니, ‘정기휴일'이라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거의 끝이나 다름없는 위치의 식당이라, 점심 한 끼 먹자고, 햇살도 뜨거워 죽겠는데, 되돌아 올라가는 건 할 짓이 아니다. 해서 다음 몇 개 식당 중 문이 열린 곳이 있으면 들어가기로 하고, 한 곳을 지나자, '평양 초계탕·막국수' 집이 영업 중이다. 별로 당기는 메뉴는 아니나,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라, 일단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자리를 잡고 앉아 차림표를 살펴보니, '닭무침 비빔막국수'라는 게 눈에 띄어 그것과 빨갱이를 주문하고, 화장실로 가 깨끗이 씻고 왔다. 그런데, 이미 밑반찬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닭 날개와 메밀전, 평양식 물김치가 식탁에 깔려 있어, 그걸 안주로 한잔하려는 찰라, 비빔막국수가 나왔다.
먼저, 폭염속에서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게 도와준 산신에게 감사 건배를 하고, 생각보다 괜찮은 비빔막국수와 닭 날개 등을 안주 삼아, 빨갱이를 마셔, 대략 40분 만인, 4시 44분경 깨끗이 비웠다. 그리고 식당에서 나와 내리쬐는 햇살을 뚫고, 버스 정류장으로 가, 바로 도착한 34번 시외버스를 탔다. 이후 불광역 직전 정류장에서 내려, 5시 30분경 집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바로 찬물로 샤워했지만, 수돗물도 미지근하게 느껴져, 거의 10분 정도를 꼼짝하지 않고, 찬물을 뒤집어쓰는 거로 넘치는 열기를 식혔다.
북한산성 14 성문에 맞춰 '(07:35)북한산성 입구 → (07:50)둘레교 → (08:13)서암문/시구문 → 원효암 → (09:17)원효봉 → (09:26)북문 → 상운사 → (10:47)백운봉암문 → (만경대) → (노적봉) → (용암봉) → (11:23)용암문 → (시단봉) → (11:51)대동문 → (12:03)보국문 → (12:25)대성문 → (12:39)대남문 → (문수봉) → (12:52)청수동암문 → (12:58)517봉 → (나한봉) → (나월봉) → (13:31)부왕동암문 → (13:41)증취봉 → (13:53)용혈봉 → (14:05)용출봉 → (14:19)가사당암문 → (14:54)중성문 → (15:23)대서문 → (15:40)수문 → (15:45)둘레교 → (15:48)탐방센터 → 북한산성 입구'의 17.8km(트랭글) 구간을 8시간 20분 동안 돌았다. 이동 8시간 18분, 휴식 2분!
최고 기온 36도라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진행한 산행이라, 무리하지 않게 호흡을 조절하며 오른 덕에 목표보다, 2시간 정도 더 걸렸다. 더위 먹지 않고 무사히 산행을 마친 건, 산행 초입이랄 수 있는 원효암에서 부처와 산신에게 신고한 덕일까?!
밤새 내린 비가 미세먼지를 청소해서인, 어느 전망대를 올라도 탁월한 조망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하지만, 전망대의 특징인 탁 트인 환경은 내리쬐는 햇살에 무방비라,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3년 만의 북한산 13 성문을 종주했고, 시원해지면 2년 만에 광청 종주를 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