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마음의 편하게 해준다. 시를 읽으면 마음이 깨끗해 진다. 이 책에는 우리가 다 알고 좋아하는 윤동주, 김소월, 나태주의 아름다운 시들이 있다. 평소 흥얼거리던 그런 시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 "서시"
윤동주의 "서시": 기독교 집안이면서 유교도 멀리하지 않았던 시인의 가정 그 교양이 그대로 드러난 작품이다. 이 시의 주제는 부끄럼 없는 삶과 사랑하는 삶. 시인이 꿈꾼 부끄럼 없는 삶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삶이다.
이때의 부끄럼은 자신의 나쁜 행실이 누군가에게 들켜 창피스러운 그런 부끄럼이 아니다. 자기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마음이고 하늘과 세상천지를 두고 부끄러운 마음, 즉 양심의 부끄러움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부끄럼인가. 이런 부끄럼 때문에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다니 이 또한 얼마나 순결한 마음인가.
그런 부끄러움을 마음속에 잘 간직하며 살아가는 시인이 또 꿈꾸었던 사람은 사랑하는 삶이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우리는 평생을 살아도 윤동주의 인간 앞에 부끄럽고 이 시 한 편 앞에 두 손 모아 무한히 부끄러운 사람들이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 서정이면서 사사를 함께 느끼는 이 작품. 시인의 대표작이다. 한 삶 생애에 이런 작품 하나만 쓴다 해도 후회 없을 것 같은 그런 작품이다. 어떤 시인은 죽음의 마당에 이런 말을 한 시인도 있다. ‘시인에게는 백 편의 작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백 사람에게 읽혀질 단 한편의 작품이 중요한 것이다.’
뉴질랜드 밀포드 트레킹을 하다 밤에 화장실을 가는데 별이 쏫아지고 있었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 생각났던 시절이 있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히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이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 김소월, "진달래꽃"
김소월의 "진달래꽃": 진달래꽃의 마력이다. 시의 문장이 주는 고혹이다. 그나저나 저 시에 나오는 종결어미 부분들을 보시라.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이러한 말들의 아름다움을 세상천지 어디 가서 찾아볼 수 있단 말인가.
우리나라의 시사에는 ‘꽃시의 역사’가 있다. 그 출발은 김소월의 ‘진달래’와 한용운의 ‘해당화’. 그 이후로 이육사의 ‘꽃’, 서정주의 ‘국화’, 김영랑의 ‘모란’, 유치환의 ‘수선화’, 김동명의 ‘파초’, 박목월의 ‘산도화’, 김춘수의 ‘꽃’이 있어왔다. 나태주의 ‘풀꽃’이 그 대미를 장식하게 될 것이다.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 김소월은 하늘에서 내려온 하늘의 시인이었다. 33세 일기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만큼 세월로도 그의 시를 완성하기에는 충분한 지상의 날들이었다. 한국어로 시를 쓰는 시인 가운데 누가 있어 김소월의 시세계를 뛰어넘으랴….
독일사람 괴테가 말하기를 ‘좋은 시란 어린이에게는 노래가 되고 청년에게는 철학이 되고 노인에게는 인생이 되는 시’라고 했다. 이 말 앞에 떠오르는 한국의 시가 있다면 그것은 오직 ‘엄마야 누나야’ 이 작품 한 편뿐이다. 무슨 말을 더 보태랴.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풀꽃"
나태주의 "풀꽃": 전 국민의 애송시이며 대한민국을 ‘풀꽃의 열풍’으로 몰아넣은 작품이다. 자세히 본다는 것은 관찰의 방법이고, 오래 본다는 것은 인식의 방법이다. 풀꽃도 울고 웃는다. 풀꽃도 사나운 비바람과 풀벌레 때문에 괴로워한다. 하지만 풀꽃은 그 모든 것을 견디며 언제 어디서나 부드럽고 따뜻한 미소와 사랑을 잃지 않는다. 이러한 풀꽃의 삶이야말로 자세한 관찰과 오랜 인식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