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6일 친구랑 인근의 산행을 나섰다. 원래 장락산으로 가고자 하였으나
'수태극'이란 말에 홍천 노일리의 금학산(金鶴山)으로 갔다. 655m라고 알려져
있으나 정상 표지석에는 652m라고 되어 있다.
김밥을 사가지고 국도인 구도로로 홍천 방향으로 가다가 조양리에서 샛길로 들어선
다음 원소리로 넘어와 홍천강으로 내려섰다. 그 사이 홍천군에서는 홍천강가로
포장도로를 만들어 '리버로드'로 홍보하고 있으며 온갖 펜션이며 유원지 시설들이
많이도 들어서 있다.
노일분교 뒤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분교는 화교초등의 분교였으나 폐교되고 노인회
등이 사용하는 모양이고 길가에 아름드리가 엄청 큰 느티나무 한 그루가 높직이 서 있다.
고추밭 옆으로 오르니 해주최씨인가 지은지 얼마 안 되는 재실이 있다. 골짜기로 들어서니
곧 능선으로 올라선다.
동북으로 완만하게 오르는 길이다. 찌는 날씨에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그나마 다행
이고 간간이 부는 산들바람이 격조했던 산행의 즐거움을 일깨워준다. 어느새 북향으로
능선이 틀어지고, 간간이 묵묘처럼 능선 곳곳에 해주최공들의 유택들이 보였다.
숲길의 연속이었으나 마지막 정상이 올려다 뵈는 즈음부터는 산길이 바위를 타고
오르며 치올라 가야하는 지그재그 길로 변한다. 한 30분 정도 힘을 빼고 나자 옆 능선이
건너다 보이며 고도를 확인해준다. 11시경에 산행을 시작하여 2시간 정도 오르자
곧 정상 부근의 널찍한 능선길에 닿았다. 더위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잠시 섰다가
조금 더 북동으로 향하니 정상 표지석과 함께 전망대가 나온다.
아래는 인터넷에서 찾은 선명한 사진이다.
아래는 정상의 안내판이다.
애연이 끼어 먼산과 홍천강이 만들어 연출하는 태극 문양이 흐릿하게 보여 아쉽다.
하지만 장항리에서 노일리로 산골짜기 사이를 흐르던 강물이 노일의 고드래미에서
한 바퀴 돌며 위안터를 다시 한번 감싸고 돌아서 남노일로 빠진다. 지금은 리버로드가
가로지르고 있으나 아직까지 섶다리를 놓는 마을행사를 한다고 하였다. 홍천군의 넓은
땅에서 내린 빗물이 다 모여서 여름이면 항상 큰물로 장마를 치르니 예전엔 큰 다리는
놓을 생각을 못하였던 모양이다. 푸른 산자락 아래의 태극무늬 안쪽은 밭을 일궈놓았다.
멀리 공작산이나 금물산들이 안내판에 표시되어 있다. 좌측 멀리로는 대명콘도나
장락산 용문산도 보일 법하나 나무에 가려 식별해볼 수가 없었다. 선명하게 시야가 트이는
초가을 경이면 뒤쪽의 남면이나 남산면 산들도 보일 것 같았다.
길을 돌이켜 그늘을 찾아 준비해간 김밥으로 점심을 먹고 바로 하산길에 들어섰다.
같은 길보다 좌측 주능선으로 난 북노일길을 택했다. 표지판에 모두 2.1km로 거리는 같다고
되어 있었다. 북노일 남노일로 나눈 지명이 약간 헷갈리기도 하였다. 마을로 내려서니
새로 지은 집들이 즐비했고 해주최씨 대종회라고 간판을 붙인 최근 지은 근사한 한옥도
있었다. 몇 백 미터 마을길을 걸어 등산을 시작했던 노일분교로 돌아오니 2시 50분이다.
산자락에 자리한 마을은 앞에 산자락과 그 아래 홍천강 그리고 강변을 낀 것이 무척 안온해
보였다. 문득 안동 하회마을의 병산서원과 비슷한 분위기라고 여겨졌다. 강변에는 유락객들이
많이 찾으나, 장마가 지면 물이 높게까지 차오른다는 말이다. 강변으로 새로 도로가 나
있으니 가벼운 드라이브길로도 매력이 만점일 듯하다.
원경으로 보는 금학산은 오뚝한 산정과 산자락이 학이 날아가는 모양 같이 보이기도 한다.
등산은 동쪽의 고드래미 쪽 절골로도 길이 나 있다. 홍천용씨의 누군가가 절을 지었다는
말이 전해오지만 실제 절터만 있다고 하였다.
땀나고 피곤한 몸을 노일분교의 노거수 그늘아래에서 잠시 쉬었다. 운동장을 내려다 보며
만들어놓은 의자에 앉아 맞는 초여름의 산들바람이 정말 꿀맛처럼 달다.
돌아나오며 원소리 길에 봐두었던 원소리막국수를 찾아갔다. 이미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한
집이란다. 막걸리를 겸하여 맛을 보니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괜찮았다. 이런 산골에서도
막국수집이 잘 된다니 다소 놀랍기도 하였다. 그 마당에도 북사면을 타는 금학산 등산안내판이
서 있었다.
얼마 전 성재 유중교 선생이 명명하고 의암 유인석 선생도 시로 표현한 바 있는 천근암을
찾아보면서 현재 우리가 배바위(인터넷에 보니 거북바위라는 이름도 있다!)라고만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는데, 이번에 그 홍천강의 상류에 이런 수태극이 있는 줄 알고는 더 놀라웠다.
산과 강이 만든 태극문양, 그러니 '수태극'이라고 한다. <주역>을 논한 글들에서도 예로부터
화(火)태극이니 수태극이니 하는 용어를 써왔었는데, 이렇게 실제의 자연에 그 형상이 있음을
보자니 그 오묘함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주역> 계사전에 태극이 음양의 양의를 낳고 양의로부터
천지만물이 생겨나온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런 태극문양을 그린 홍천강 물줄기의 아래에
하늘의 뿌리(천근)라는 상징적인 이름을 가진 암괴가 있는 셈이니, 성재 선생이 왜 천근암이라고
명명했는지 이제야 알 것도 같았다. 실제로 성재 선생은 어려서 스승인 화서 선생을 따라
홍천의 삼포 덕탄계곡에도 갔었고, 거기에 화서 선생이 바위에 새기려다가 못 새긴 '홍무벽'의
시를 가정리의 홍천강가 암벽에 새기지 않았던가. 아직 문집에서 확인은 안 되지만 덕탄계곡부터
내려오는 길에 옛 선생님들도 분명 이런 수태극의 지형을 알고 계셨으리란 추정도 무리는 아니라
생각되었다. 아래 지도에 표기해본다.
첫댓글 정말 태극 모양의 물길이 오묘합니다. 마치 영월의 동강을 보듯 연상하게 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가까운 곳에 그런 흥미로운 수태극이 있다니 놀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