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유단이가 제주여행에서 돌아오는 시간과 목요공부가 겹쳤어요. 유단이는 분명 제가 집에서 저녁을 맛있게 해놓고 반겨주길 바랄 거라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전 쪽지를 냉장고에 턱 붙여놓고 목요공부를 하러 갔습니다. 목요공부는 저에게 꼭 필요한 귀한 시간이고, 요즘 공부모임에 회의를 느끼는 선생님께 참석으로 힘을 드리고 싶었어요. 저 하나가 뭔 힘이 되겠나 싶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마음이 상하고 힘들고 흔들릴 때 공부모임이 얼마나 저에게 힘이 되었나를 '절감'하는 사람이라 공부모임에 대한 선생님의 의지가 꺾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거든요. 공부모임의 형식을 바꿔야 한다면 바꿔야겠지만 저는 공부모임은 계속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무튼 유단이가 아무리 배고프다 해도 한 두 시간 못기다리겠나, 엄마도 엄마의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받아들일 때지 오직 자기만을 위해달라는 시기는 좀 벗어나지 않았나 궁금했어요. 하지만 공부가 나보다 중요해? 하면서 여전히 화를 내고 서운해 한다면 아직 엄마가 더 필요한 거겠죠. 유단이의 상태를 알 수 있겠다 싶기도 했습니다.
어제 따라 공부가 늦게 끝나서 끝나자마자 전화를 했더니 유단이는 너무나도 편안하게 상황을 받아들였더라고요. 배가 무지 고프니 와서 떡볶이 만들어 먹자고 라면은 질렸다 하대요. 늦은 밤 떡볶이 만들어 유단이가 풀어놓는 여행 얘기 들으며 촵촵했습니다.
저란 사람 아무리 자식새끼라도 '내사랑' 이라는 간지러운 멘트 같은 거 하는 사람이 아닌데 8학년 마침연극에서 연주가 너무나 찰지게 여러 번 했던 대사라 유단이 척하고 알아들었을 것이예요. 유단이에게 웰컴 마이 도터를 쓰려고 했는데 쓸 자리가 작아서(실은 스펠이 생각안나서) 베이비라고 썼다고 했더니, 유단이 "도터가 뭐야?"라고 묻더라고요.
"뭐얏? 도터가 뭔지 몰라? 딸이잖아!" 했더니, "아~~아들은 썬이지?" 하고 슬쩍 빠져나가대요. 하하 웃었습니다.
결론은 같이 공부합시다!!
더 나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
첫댓글 언니의 사랑스런 메모에 미소짓고,
유단이의 찰진 연기가 떠올라
웃음짓고,
언니의 글이 참 의미심장하여
반성하고,
집 전화기를 빨리 놓아야겠다는 또
다른 행위가 떠오르네요.
호호! 집전화기는 필요하오. 아이들이 서로 집전화로 연락하는 데 재미를 느끼는 때가 있다오.
그대의 댓글 또한 한 줄 한 줄이 날 웃음짓게 하네.^^
더나은 어른이되기위해 공부가 필요한 엄마입니다. 둘째소이를 어르고달래서 몆번갔는데 어느날 '엄마공부모임안가면안되'라는 말에 그냥 접었네요 ^^ 내년에는 3학년이니 목요일 공부모임을 갈수있기를 바라네요 ~
아빠 도움없이 저학년 아이를 두고 저녁 공부에 나오기는 쉽지 않죠. 저도 남편에게 공부모임 있는 날은 무조건 유단이 맡아야 한다는 약속을 받았기에 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부녀 둘만의 시간을 갖을 수 있겠다 싶었고요.
내년에는 함께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