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tYg4IbIBg4k
'화양연화' 그 시절은 아름답고, 풋풋하고, 설렘이고, 떨림이고, 그리움이며 사랑이 익어가는 절정의 순간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들은 추억이라는 미명을 뒤로 하고 아픔 속으로 똬리를 튼다.
2000년에 개봉됐던 '화양연화'를 보며 얼마나 가슴 뛰었던가. 파리의 호텔에서 밤 늦게까지 편집을 하며
냇 킹콜의 '키사스 키사스 키사스'를 어떻게 자리할까 고민했다는 왕가위의 열정을 칸은 상찬했다.
2000년 칸은 양조위에게 남우주연상을 수여했고, 장만옥 또한 상찬의 대열에서 기쁨을 맛보았겠지만
그녀의 멋과 매력은 바로 옷이었다. 다시 봐도 그녀의 자태는 옷과 뗄 수 없는 기막힌 애로티시즘을 엿보인다---
'화양연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그리고 행복했던 시간이라고 왕가위는 장만옥에게 그 순간들을 부여하는데---
'화양연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음악이다.
'키사스 키사스' 키사스'는 냇 킹콜의 노래지만 왕가위의 모친이 퍽이나 좋아해 집에서 부르곤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일까, 왕가위는 이 노래를 기가 막히게 사용했다.
다가갈까, 억제할까---글세, 글세---아마도, 아마도 등의 뜻을 지닌 '키사스'는 영화의 백미 중 백미다.
그러나 진짜 백미는 왕조위와 장만옥의 사랑이야기다.
불륜이지만 불륜이 아닌 진짜 첫사랑 같은 두 사람의 연기는 가히 매력 만점이다.
특히 장목옥의 매력 넘치는 연기는 22년이 지났지만 역시 애로티시즘을 느끼게 하며
만개한 그녀의 배우로서의 면모는 일품이다.
'화양연화' 왕가위를 위한 왕가위 영화인데도 양조위를 위했고, 장만옥을 위한 그래서 풋풋한 찬가라고 할까---
냇 킹골이 무지막지하게 두들겨 맞은 사건이 있다.
60년대 초, 흑백문제가 심각하게 대립하던 시기에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풀어볼까 해서
냇 킹콜을 초청해 노래를 부르게 했다.
그 시절 냇 킹콜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나아가 엄청난 돈을 버는 가수였다.
그러기에 남부투어를 부탁했고, 그도 흔쾌히 동의하고 저녁에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다.
커다란 식당에서 노래를 부르던 냇 킹콜은 백인들에게 끌려 내려와 죽도록 맞았다.
이유는, 검둥이가 백인 가수의 노래를 불렀다는 것이다.
지금도 남부는 검둥이를 천시하지만 그땐 상상불허였다.
버스를 타도 뒷칸의 검둥이 전용석에, 식당에서도 구석에 앉아 식사를 해야 하고,
설사 백인과 동행했어도 술잔은커녕 흑인은 따로 식사를 하거나 쫓겨나야 했다.
그런 시기 킹콜이 당한 모욕은 아무것도 아닌 해프닝에 불과했다.
하룻밤 노래가 끝나면 번 돈을 마대자루에 담아야 할 정도의 가수가 두들겨 맞는다는 현실, 그게 남부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