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가 피면 가을이 떠날 채비를 한다
“훌륭한 삶의 조건은 단 세 가지다.
시나리오, 시나리오, 시나리오! .
좋은 시나리오란 곧 좋은 말이야.
그리고 좋은 말이란 곧 정확한 말이지.
그 사람과 상황에 맞는 아주 정확하고 분명한 말
좋은 시나리오란 곧 좋은 삶이야
그리고 좋은 삶이란
날마다 배우고 익히며
기뻐, 예뻐, 이뻐, 미뻐로 정확하게 살며.
하늘 우러러 한점 부끄럽 없이
참되고, 진실, 성실, 신실로 세상에 빛을 비추며
빛 같은 삶을 사는 것이다”
파란 가을 하늘을 보니 마음은 둥둥 떠다니는 하얀 뭉게구름이었다.
하늘은 물감을 타 놓은 듯 파랬고,
길가의 나무들은 울긋불긋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들녁에는 빛단을 깔아 놓은 뜻 황금 물결이 바람에 일러인다
저녁노을 익어가고, 마을집집마다 굴둑에는 연가 피어오른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내 마음처럼 살랑거렸다. 구불구불 산길을 돌아가니
해맑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꽃을 피웠다.
깊어가는 가을, 은빛 억새가 절정을 맞고 있다.
바람에 물결치듯 일렁이는 억새 물결이 장관이다.
은빛 억새가 바람에 춤추듯 일렁인다.
흔들리는 억새털이 숫사자의 갈기를 닮아 사자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큰 화분에 담긴 듯한 억새가 가을 하늘을 향해 손 흔든다.
두손을 마주 잡고 함께 숨어우는 바람새를 허밍한다
“갈대밭이 보이는 언덕
통나무집 창가에 길 떠난
소녀같이 하얗게 밤을 새우네
김이 나는 차 한잔을
마주하고 앉으면 그 사람
목소린가 숨어 우는 바람소리......"
가을바람에 갈대는 이리저리 흔들리고
우리들의 노래소리는 물 위를 노니는 오리떼 주변으로 흘러갔다
병아리 쳇바퀴 돌듯한 일상을 잠시 벗
어나 사방이 확 트인 낙동강변에 당도하니
마음속의 묵은 때까지 깨끗이 씻겨져 나가는것 같다
"자기야, 덕분에 즐거운 하루 보냈어. 마음 써 주어서 고마워."
"당신이 즐거웠으면 난 그거 하나로 돼. 나도 고마워."
가을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햇살을 받은 하루가 우리 부부에겐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었다.
이른 단풍이 서툴지만 곱게 물들기 시작해서 눈만 들어도 미소를 머금게 만드는
풍경이 길가에 펼쳐진다.
머지않아 바람결에 나뭇잎 서걱거리는 소리만으로도 운치 있다며
서로에게 멋스러움을 이야기하겠지.
인생이란 게 무엇인지 알아차리기 전에 이미 반 이상은 지나가 버리고 마는 것 같다.
사계절의 변화를 다 품고 한 계절씩 여행 중인 줄 알면서도
지금 만난 한 계절이 힘들고 괴로우면,
마치 그것이 인생의 전부인 양 생각되니 말이다.
중요한 건 우리가 어느 계절을 사느냐가 아니다.
어느 계절이건 결국 지나가게 마련이니,
어떤 마음으로 지나야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인생이란 계절을 함께 건너야 할 이가 있다면,
그를 계절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갈대밭이 보이는 언덕
통나무집 창가에
김이 나는 차 한잔을
마주하고 앉으면 그 사람
소녀같이 하얗게 밤을 새우며
시집을 읽는다
흰 구름 돛단배 떠가는 박물관 뒤뜰
얼굴 없이 몸만 남은 돌부처 옆에서
참수형장 망나니 칼춤 비명 소린 듣지 못했으나
우두커니 선 동백나무 아래
붉은 피 뚝뚝 듣는 동백꽃, 그러니까
아프면 아프다 말했어야지
누구나 상처받는다는 석가 예수 농담 사이
오늘이 그 마지막이라고
묵언 중인 돌부처가 단호히 말했다
누추한 슬픔에도 무릎을 굽히지 않고
동백꽃 숲에서
피어서 여를, 땅에 떨어져 여를
울컥울컥 더운 피 동이로 게워낸 목울대로
열심(熱心)으로 피운 뜨거운 꽃
절망을 딛고 선 부활의 몸짓이란 듯
피 흘리는 투사의 구호를
눈으로 들어야 한다는 것이
아프다
시집 〈물꽃〉 (2024) 중에서
동백꽃과 동백나무는 부산시를 상징하는 꽃과 나무이다.
추울수록 진하고 큰 꽃잎을 피우는 동백은 만개한 꽃이 송이째 떨어지는 바람에
지켜야 할 절개나 지조로 비유되곤 한다.
삶의 무상(無常), 지는 동백처럼 가장 아름다울 때 떠나는 삶은 어떤 것일까요.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한다는 꽃말을 가지고 있는 동백.
시인은 아픈데 아프다 말하지 못하는 이 시대의 투사들을 동백에서 본다.
피 흘리는 투사의 구호로 듣는다.
그 어떤 힘 앞에서도 결코 무릎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외침이다.
혹한을 견디며 싹을 틔우고 있을 꽃의 희망,
꿀벌과 나비가 찾아오는 그 날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닐런지요.
동박새와 직박구리가 찾아와 세상이 결코 추운 곳만은 아니란 걸 노래해주지 않을런지요.
구절초가 피면 가을이 떠날 채비를 한다
여보!
고마워!
당신 참 이름다웠는데
나 홀로 눈물 짓는다
여보 그래도
평생하지 못한‘여보 사랑해’
한번은 해야 하지 않는가
하늘이 맺어진 인연으로, 사랑으로
배필과 아름다운 삶을 산다
아내의 손을 살며시 잡으며
‘우리 그래도 잘 살아제’
여뽕!
보배같은 여보!,
내 몸보다 귀한 당신!,
마주보고 누었다고 마누라!,
옆에 누었다고 여편네!
살아서는 같이 늙고, 죽어서는 한 무덤에 묻히네! 偕老同穴(해로동혈)
여뽕! 고마워!, 미안해! 감사해! 사랑해! 행복해! 안녕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미워 미워 미워하면서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나누며
말없이 기다려 온 세월
당신은 언제나 눈물을 감추었지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을 피웠지
순수한 사랑을 할 때 피운 백만 송이 꽃이여!
사랑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사랑한다
아름답다
덕분이야
감사하다
귀천 할 때 소풍은 아름다웠다고 말하리
여뽕! 고마워!, 미안해! 감사해! 사랑해! 행복해! 안녕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