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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걸 가장 경계하고 싶은가요?
제 안의 날이 무뎌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른 쪽에 편입됐다고 해서 기존의 것을 내팽개치지 않고,
계속 경계선에 있고 싶어요. 정체성을 넓혀 나가야지, 다른 정체성이 되어버리고 싶지는 않거든요.
이쪽과 저쪽 사이에서 말이죠.
그렇죠. 다만 전 이분법 또한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린 패배자고 승리자들은 나쁜 놈들이야”라고 말하는 건 매혹적이고 쉬운 방법이죠. 저는 마이너리티에 있었을 때도 애매한 캐릭터였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각적으로 하고 싶어요. 단지 제가 바라볼 수 있는 면이 하나 늘었다고 생각하면서.
이승윤이 뭘 중요하게 여기는지 느껴져요.
어둠 속에 묻혀 있는 이름 없는 개인들, 그들의 지글거림에 계속해서 주목하죠.
그건 제가 살아온 삶이기도 하고, 제가 삶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기도 해요.
빛과 어둠, 강자와 약자, 승지와 패자라는 이분법으로 말하고 싶진 않아요.
전 뭔가를 단칼에 딱 잘라서 정의 내리거나 한마디로 퉁치는 걸 싫어하거든요.
빛 안에서도 소외되는 사람이 있고, 어둠 안에서도 소외되는 사람이 있어요.
그 스테레오타입에 들어맞지 않아서요.
한두 문장으로 수렴되는 세계는 폭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 문장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분들과 함께 행복하고 싶고요.
같이요?
네, 혼자 행복해서 뭐 합니까. 나중에 다 후회하던데.
’관광지 사람들’은 동시대 예술가로서 고민이 드러나는 곡이더군요.
‘여기에 사는 것은 우린데 실은 죽은 사람들과 관광객들이 주인이지’ 라는 가사가 말하는 지점,
미술가들도 하는 고민이죠.
죽어야 값이 오르는 게 미술이잖아요. 1970년대 쿠사마 야요이도 모마 미술관 앞에서 나체 시위를 하며
“죽어 있는 사람들 그림만 저기에 걸어놓고 지금 살아 있는 작가들의 작품은 봐주지 않는다”며 시위를 했으니까요.
소름 끼치네요. 공감해요. 해외에서 한 미술관에 갔는데, 그 앞에서 많은 화가분들이 전시된 유명한 그림을 모작하고 있더라고요. 그분들의 기분은 어떨까 생각해봤어요. 음악도 마찬가지고, 비단 예술이 아니더라도 세계는 죽은 언어들로 쌓여 있어요. 우리 개개인의 삶은 그것들을 지탱하면서 존재하죠. 우리가 죽은 다음에야 우리의 언어에 다음 세대가 귀를 기울일까요?
스스로를 ‘질투가 원동력인 가수’라고 소개하기도 하죠. 가수이기 앞서 좋은 리스너기에 할 수 있는 말일 거예요.
다빈치도 미켈란젤로를 질투했는데, 제가 질투를 안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하하.
‘영웅 수집가’라는 곡은 제가 가장 일찍 접한 이승윤의 곡이에요.
누군가를 우상화하고 숭배하다 오점을 찾으면 부수어버리는 현 세태를 잘 반영한 노래라 생각했죠.
한 마디로 누군가를 삭제하는 ‘캔슬 컬처’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 말이 딱 맞네요. 다만 이건 시대를 불문하고 그래 왔던 것 같아요.
누군가를 날 대변해줄 우상으로 만들어 과도하게 찬양하다가, 작은 흠을 발견했을 때 정말로 긍정적인 부분까지 다 부수어버리고, 대중이란 이름으로 파괴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과정이 폭력적일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 사람을 싫어하게 된 이유와, 이 사람이 다시는 어디에도 나타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좀 다른 것인데 말이죠.
이제 이승윤도 우상화의 대상이 되었죠. 어때요? 긴장되나요?
저는 차분합니다. 우상화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고,
제 것이 아닌 많은 요소들이 지금의 절 멋지게 포장해주고 있지만
이 포장지는 언젠가 벗겨질 것임을 알아요. 회사엔 누가 되겠지만 저는 괜찮습니다. 하하하.
이승윤은 뭘 멋지다고 생각하나요?
날이 서 있으면서, 포용도 할 줄 아는 것. 자기만의 날을 무뎌지지 않게 품고서,
많은 걸 끌어 안으며 사는 사람을 볼 때 진짜 멋지다고 생각해요.
날만 서 있지도 않고, 좋은 게 좋은 거지 넘어가지만도 않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티스트로서도요?
많은 분들께 닿을 수 있는 음악을 염두에 두면서,
제 시선의 날카로움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고 아무 데나 막 쑤시고 다니겠다는 건 아니에요. 날이 서 있다는 건 그 반대편도 생각한다는 뜻이니까.
이승윤은 뭘 믿나요?
전 초콜릿을 믿습니다.
<초콜릿 이상의 형이상학은 없어>라는 페르난도 페소아의 시집이 있어요.
저는 한순간의 행복을 믿어요. 지금 이 순간처럼요.
말 어렵게 안하고 심플하게 하는데 엄청 심도있음
같이 뭐라도 말하다보면 인문학적으로 얻어질 것 같음
물론 달주랑 대화가 통한다는 보장은 없어
첫댓글 자연인인줄.. 오해했네 말 잘한다
그 언덕나무 그 가수야?!
@얌얌얌야얌 노래 하나밖에 모르는데
멋진 예술인이었구만.. 고마워 여시
이 집안은 어떤 유전자와 가정환경인걸까... 형도 말 엄청 잘하잖아 이승국... 아부지도 유명한 목사였던거같은데
헐!!!!! 이승국이랑 형제구나 신기하다 이승국도 항상 말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둘이 형제였다니..
인터뷰 존나 좋아,,
사고하는거 진짜 예술인+철학자 그잡채인듯
책 많이 읽겠지?
와.... 말들이 너무 좋다 무슨 책 좋아하는지 궁금해... 정말 예술가 그자체다
오.. 오늘부터 이승윤에 대해 알아봐여겠다
근데 질문자도 질문엄청잘하지않아....??아는거 많고 책 많이 읽는 지식인들의 대화같음 ..
오 역시 책을 많이 읽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