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는 수요일 경기가 없었고, 훈련 일정상 이날은 ‘회복일’로 지정돼 있었다. 그러나 센느 라먼스는 아침 일찍부터 훈련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라먼스의 하루는 오전 9시 구단 훈련장에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대부분 선수가 회복일에는 체육관에서 가볍게 운동하거나 마사지 테이블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라먼스는 골키퍼 코치들과 함께 잔디 위에서 훈련을 소화했다.
라먼스는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뒤, 세계 책의 날을 맞아 열린 구단 재단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파팅턴 센트럴 아카데미라는 초등학교를 찾았다. 그곳에서 아이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라먼스는 열성적인 독서가다. 그는 5~11세 학생들과 질의응답을 마친 뒤 전국지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다른 운동선수들에 관한 책을 읽는 걸 좋아해요. 그들이 역경과 스트레스를 어떻게 극복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죠. 독서를 즐기지만, 최근에는 바빠서 많이 읽지 못했어요.”
라먼스의 바쁜 일정을 보여주듯, 아이들의 안내로 운동장을 둘러본 뒤 오후 4시에는 다시 캐링턴 훈련장으로 돌아가 체육관과 수영장에서 최소 두 시간 이상을 더 보낼 예정이었다. 화요일은 선수단 휴식일이었지만, 그는 그날도 온전한 훈련 세션을 소화했다.
물론 라먼스는 상당한 급여를 받고 있지만, 특히 과거 시절 맨유 일부 선수들과 비교하면, 13년간의 침체기를 거쳐 팀을 부활시키려는 그의 헌신과 열정에 필적할 만한 선수들이 거의 없다.
라먼스는 9월 이적시장 마감일에 로얄 앤트워프에서 18.3m 파운드의 충격적인 이적으로 합류한 이후, 상체 근력 강화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키 193cm의 라먼스는 원래도 강한 체격의 선수였다. 아버지와 형이 뛰었던 KRC Bambrugge 유소년팀 시절에 공격수로 활약하던 때부터 피지컬이 좋았다.
하지만 잉글랜드로 이적한 이후, 세트피스와 스로인 상황에서 쏟아지는 공중 공격에 대응해야 했기에 근력과 컨디셔닝 훈련을 더 강화했다.
“페널티 지역 안은 전쟁터와 거의 같아요. 이곳과 벨기에의 가장 큰 차이는 피지컬입니다.”
보통이라면 골키퍼라는 ‘직업적 연대 의식’을 가진 선수라면, 자신과 동료들이 심판으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불평할 법하다. 하지만 라먼스는 정반대다.
“가끔 전반적인 피지컬 경쟁이나 코너킥 상황에서 몸싸움은 오히려 즐기기도 해요. 물론 일정한 규정은 필요합니다. 너무 과해져서는 안 되니까요. 하지만 저는 평소와 다른 상황에 놓이는 걸 즐깁니다. 그게 제 강점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때로는 그런 도전을 즐깁니다. 그냥 받아들여야죠.”
이 대답은 라먼스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책을 찾는다. 그의 골키핑 철학은 최근 친분을 쌓은 맨유 베테랑 톰 히튼과도 닮았다. 단순하지만 본질에 충실한 접근이다.
“히튼은 골키퍼의 역할은 실점을 최소화하고 팀이 경기에 계속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골키퍼로서 가장 중요한 건 세이브죠. 그게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플레이나 사람들이 가장 먼저 보는 장면은 아닐지라도 저는 다른 부분을 잘 해내는 것에도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라먼스는 발기술이 부족한 선수도 아니다. 그는 고개를 들지 않고도 30야드 패스를 풀백에게 정확히 연결할 수 있고, 전방 압박을 벗겨내는 패스도 할 줄 안다.
하지만 라먼스의 전임자인 오나나와 차이는 라먼스가 적절한 순간에 올바른 패스를 선택한다는 점이다. 때로는 그의 킥이 상대 진영으로 깊숙이 향하기도 한다.
라먼스는 자신의 우상 중 한 명으로 노이어를 꼽는다. 또한, 그는 돈나룸마처럼 펀칭을 선호하기보다 공을 더 자주 안정적으로 잡아내며, 크로스를 처리하기 위해 나와야 할 때와 라인을 지켜야 할 때를 정확히 구분할 줄 안다.
이러한 기술을 향한 맨유 팬들의 갈망은 10월 선덜랜드전 데뷔전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라먼스가 코너킥 상황에서 과감히 라인을 벗어나 공을 잡아내자, 지난 2년간 오나나의 플레이로 신경이 곤두서 있던 맨유 팬들은 환호했다.
“팬들과 동료들한테 지지를 받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어요. 아마 그 순간이 가장 크고 최고의 느낌이었을 겁니다.”
그 이후로 라먼스는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이삭의 결정적인 슛을 막아내는 놀라운 선방으로 안필드에서 리버풀을 꺾는 데 기여했고, 현재까지 다섯 차례 클린시트를 기록했다. 가장 최근 경기는 에버튼전 1대0 승리였으며, MOTM에 선정됐다.
“몇 주 전에도 말했지만, 이보다 더 잘될 수 있을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예요.”
지금까지 라먼스 겪은 유일한 ‘뜻밖의 경험’은 최근 맨체스터 스피닝필즈 지역을 여자친구와 함께 나서던 중 사진 기자에게 찍힌 일이었다. 그의 여자친구는 현재 벨기에의 대학에 재학 중이다.
"정말 특별한 순간 중 하나였어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한 순간이었죠.“
지난여름까지 평균 약 1만 4천 명의 관중 앞에서 뛰던 라먼스에게는 모든 것이 배움의 과정이다. “이곳에 오기 전에 사람들이 맨유는 완전히 다른 세계라고, 특히 SNS 측면에서 그렇다고 조금 경고해 줬어요.”
그렇다면 라먼스는 SNS를 얼마나 신경 쓸까? “아직 23살이라 조금은 보죠. 지금은 다 긍정적인 반응이지만, 언제든 빠르게 부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너무 많이 들여다보지는 않으려고 해요.”
라먼스는 휴식 시간에 독서하거나 미국 스포츠를 TV로 시청하는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다. “솔직히 축구는 많이 보지 않아요. 매일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하니까요. 그래서 정신적으로는 조금 벗어나고 싶어지죠.”
지난여름까지 로얄 앤트워프에서 단 한 시즌만 1군 풀타임으로 뛰었던 점을 고려하면, 그가 맨유에서 곧바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라먼스는 유소년 시절 몸담았던 클럽 브뤼헤에서 성공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미뇰레에게 주전 자리를 막히며 4경기 출전에 그친 뒤 팀을 떠났다.
2023년 FA로 앤트워프로 이적했을 때도 장 뷔테즈가 라먼스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지난 시즌 주전이 된 뒤 유럽 어느 골키퍼보다도 많은 세이브를 기록하며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자칫하면 인테르, 리즈, 갈라타사라이 중 한 팀으로 향했을지도 모른다. 이들 모두가 라먼스에게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맨유 수석 골키퍼 스카우트 토니 코튼의 강력한 지지가 결정적이었다.
과거 맨시티 골키퍼였던 코튼은 이적시장 내내 라먼스 측과 연락을 유지했고, 그가 올드 트래포드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현재도 두 사람은 훈련장에서 정기적으로 대화를 나눈다.
지난여름 당시 감독이었던 아모림은 더욱 경험 많은 아스톤 빌라의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 영입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선수 모두 이적시장 마감일까지 대기 상태였지만, 구단은 결국 라먼스를 선택했다.
“조금 기다려야 했지만, 저는 이적과 저 자신을 믿었습니다. 맨유는 언제나 저의 1순위였어요. 그리고 마지막 날 계약이 성사됐을 때 정말 행복했습니다.”
라먼스는 처음에 자신의 서열을 알지 못했지만, 이후 오나나를 밀어내며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오나나는 터키로 임대됐고, 현재 세컨드 골키퍼인 바이은드르는 여름에 베식타스로 떠날 가능성이 있다.
과거 많은 전임자가 자만심에 발목을 잡혔지만, 라먼스한테는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길 바라지 않아요. 저는 여기 있는 아이들과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제가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것도요.”
그리고 그렇게, 라먼스를 보며 설레던 아이들과의 시간은 끝났다. 라먼스는 다시 캐링턴을 향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