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농장은 여러 테마로 구성된 놀이공원 같다. 비닐하우스 문을 통과해 소파와 싱크대, 집기들이 있는 첫 칸을 지나자 블루베리밭이다. 수확 끝물을 맞은 블루베리에서 농익은 단내가 퍼진다. 이어진 다음 하우스는 아열대 작물 실험실이다. 레몬부터 무화과, 바나나, 불수감까지 요즘 그의 관심을 끄는 다양한 작물이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틔우고 있다. 살짝 떨어진 밭에서는 여러 종류의 감귤나무가 자란다.
작물의 구성은 세심한 디자인의 결과다. 스케줄에 맞춰 하나씩 수확하고 나면 1년이 간다. 수익이 월급처럼 나도록 수확시기를 조정해두었다. 일이 몰리는 일도 없다. 그에게는 게으른 사람 특유의 부지런함이 있다. 게으르게 살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린다. 농사를 짓지만 부모님처럼 해뜨기 전에 밭에 나와 온종일 일에 매달리고 싶지 않아 자동화 장치를 도입했다. 제어는 스마트폰 앱으로 한다. 원격으로 하우스를 여닫고 물을 주는 그는 ‘9 to 6’ 출퇴근을 사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