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14일 서울 삼청동에서 유럽연합(EU) 특사단으로부터 결과 보고를 받고 오찬을 함께 했다. 이날 오찬에는 EU 특사단장이었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철규(부단장)·임이자·박수영·배현진 의원 등 특사단 전원이 참석했다.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운 ‘천아용인’의 중용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 핵심부의 기류가 바뀌고 있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직후만 해도 경선에 나섰다 일제히 떨어진 자칭 천아용인(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허은아 의원, 김용태 전 최고위원, 이기인 경기도의원) 인사에 대해 당내에선 부정적 기류가 강했지만 불과 3주도 채 안 돼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친윤계인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은 27일 오전 라디오에서 “(천아용인 중용 등) 불가능한 건 없다. 모두 우리 당의 당원이니 당원이라면 어떤 자리든지 발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대통령을 지나치게 공격한다든지 선을 넘은 비난은 안 하겠다는 약속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특히 당내 청년특별위원회 혹은 호남특별위원회와 같은 특위를 만들고 그 위원장에 천하람 위원장을 발탁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김기현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천 위원장은 말할 것도 없이 우리 당의 주요 당직자이고 당협위원장”이라며 “당연히 함께 가야지, 거기에 대해 특별히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호남특위 구성 문제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전국 정당인데) 호남특위라는 용어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며 “호남특위는 검토하는 게 전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사무총장도 지난 20일 라디오에 출연해 “이준석계, 유승민계라고 해서 공천에서 무조건 배제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원들과 당을 지지하는 분들께서 판단하실 문제”라고 발언했다.
앞서 전당대회에서 새로 뽑힌 김재원·조수진 최고위원과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등은 “이준석계와 함께 가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국민의힘 윤리위원으로서 이준석 전 대표 징계에 관여하기도 했던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이제 이준석 전 대표 앞에 검찰의 시간,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고 어깃장을 놨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5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을 찾아 같은 당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오른쪽부터 이기인 경기도의원, 천하람 전남 순천갑당협위원장, 이 전 대표.
여권의 이러한 기류 변화는 최근 주 69시간 연장 근로 논란에 MZ 노조가 반발하는 등 청년층 지지율이 눈에 띄게 하락한 것을 고려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당내에서는 “이준석과 이준석계를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른바 ‘분리 포용론’이다.
박수영 원장도 이날 “천 위원장이 이 전 대표를 넘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천 위원장이) 이제 당의 성공을 위해서 기여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분리 포용론에 대해 천 위원장은 “지도부가 이준석·천하람을 분리하고 대충 포섭해 ‘좀 써먹어야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러지 마라”고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