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웅래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하세월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노웅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이후 석 달이 넘도록 재판에 넘기지 못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너무 많은 증거에 검찰이 발목을 잡혀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지난해 12월12일 노웅래가 2020년 2~12월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5차례에 걸쳐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같은달 28일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뒤 현재까지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검찰이 올해 2월16일 이재명 (민주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한 달도 안돼 이달 22일 바로 불구속 기소한 데 비춰보면 기소가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 일각에선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시범 케이스에 오른 것이란 뒷말마저 돌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당시 체포동의안을 설명하면서 “‘저번에 주셨는데 뭘 또 주냐, 저번에 그거 제가 잘 쓰고 있는데’라고 말하는 노웅래의 목소리, 돈 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도 그대로 녹음돼 있다”고 설명한 점을 고려하면 늑장 기소는 다소 이례적이다.
그러나 검찰은 사정을 알고보면 다 이유가 있다고 항변한다. 노웅래에 대한 수사는 원래 지난해 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뇌물수수 의혹에서 비롯된 사건으로, 이정근에게 돈을 건넨 인물로 지목된 사업가 박모씨가 노웅래에게도 돈을 건넨 정황을 포착하면서 검찰 수사가 확대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정근의 모친 자택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여러 대를 분석한 결과, 무려 3만개에 달하는 녹음파일을 추출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이정근 혐의와 관련있는 녹음파일을 추려낸 뒤 이정근이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업가 박씨에게서 각종 청탁 명목으로 10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로 지난해 10월 구속기소했다.
검찰에선 이정근 기소 시점에 5000개에 달하는 녹음파일을 분석했다고 한다.
노웅래에 대한 기소가 늦어지는 이유도 이런 방대한 증거 때문이라고 한다. 검찰은 이정근 녹음파일을 토대로 노웅래 뿐만 아니라 이학영 (민주당)의 취업 청탁 관여 의혹까지 사건 전체를 확인한 후 기소하려는 방침을 세웠는데, 아직까지 이정근 녹음파일 분석이 완결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녹음파일을 검사와 수사관이 총동원돼 확인한 뒤 범죄 혐의와 관련된 부분을 다시 한 번 가다듬어 녹취록을 만드는 과정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얘기다.
검찰 관계자는 “휴대전화를 버리지 않고 고스란히 보관하고, 거기다 녹음 파일까지 저장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설명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이정근이 시시콜콜한 일상 내용까지 전부 녹음하는 바람에 범죄 혐의와 관련 없는 부분을 제외하는 게 일거리”라고 설명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국회에서 노웅래 (민주당)의 체포동의요청 이유설명을 하고 있다.
검찰은 최대한 수사 속도를 높인 뒤 노웅래를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녹음파일의 내용뿐만 아니라 맥락까지 살펴보느라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며 “노웅래에 대해서도 조만간 기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