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己丑 春 靑泉 鄭雲在 書 35×135cm
☆長恨歌 장한가
比翼鳥비익조 連理枝연리지
-백거이白居易, 락천樂天(772~846) 詩-
<一>
漢皇重色思傾國 한황중색사경국
御宇多年求不得 어우다년구부득
한 황제가 사랑을 중히 여기고 절세미인을 그리워하여
우주를 다스리는 몸으로 수년간을 찾았으나 얻지 못했노라
楊家有女初長成 양가유녀초장성
養在深閨人未識 양재심규인미식
양씨네 가문에 마침 갓 장성한 여식이 있어
깊숙한 규방에서 아무도 모르게 자랐으니
天生麗質難自棄 천생려질난자
一朝選在君王側 일조선재군왕측
천생의 타고난 아름다움 그대로 묻힐리 없어
하루아침에 뽑히어 군왕 곁에 올랐노라
回眸一笑百媚生 회모일소백미생
六宮粉黛無顔色 육궁분대무안색
돌아보며 방긋 웃는 품에 싱싱하니 美態가 넘치고
육궁에 단장한 미녀들이 무색하게 되었노라!
<二>
春寒賜浴華淸池 춘한사욕화청지
溫泉水滑洗凝脂 온천수활세응지
봄 추위에 상감의 은총 내리어 화청궁에서 목욕할 새
새 온천물 부드럽게 토실토실 기름진 살결을 씻어내네
侍兒扶起嬌無力 시아부기교무력
始是新承恩澤時 시시신승은택시
나른하니 예쁜 그녀를 시녀가 부축해 일으키자
비로소 상감은 새로운 사랑에 흠뻑 젖어노라!
雲鬢花顔金步搖 운빈화안금보요
芙蓉帳暖度春宵 부용장난도춘소
꽃다운 얼굴 뭉게구름 검은 머리에 황금의 보요 흔들흔들
부용 방장 드리운 포근한 봄밤을 함께 지샜노라
春宵苦短日高起 춘소고단일고기
從此君王不早朝 종차군왕불조조
봄밤이 짧아 안타까울 새 해가 높이 떠오르니
그때부떠 임금은 조례朝禮를 빠지게 되었노라
承歡侍宴無閑暇 승환시연무한가
春從春游夜專夜 춘종춘유야전야
밤낮 없는 잔치에 매이니 한가할 틈 없어
봄을 쫓는 춘정을 즐겨 온밤을 지새우니
後宮佳麗三千人 후궁가려삼천인
三千寵愛在一身 삼천총애재일신
후궁에 아리따운 미녀가 삼천 명이 있으되
삼천에게 베풀 사랑 한 몸으로 받았네
金屋粧成嬌侍夜 금옥장성교시야
玉樓宴罷醉和春 옥루연파취화춘
황금으로 꾸민 궁전에 곱게 화장하고 아양 밤 시중 들며
구슬로 만든 누각 술상 물리니 술 취한 그녀 봄에 무르익네
姉妹弟兄皆列士 자매형제개열토
可憐光彩生門戶 가련광채생문호
형제자매 양귀비 덕으로 봉토를 나눠받고
어이없이 광채가 그녀 一家에 솟아 비췼으니
遂令天下父母心 수령천하부모심
不重生男重生女 부중생남중생녀
마침내 천하의 모든 사람의 부모된 사람으로 하여금
아들 낳기를 중히 여기지 않고 딸 얻기를 높이게 했노라!
驪宮高處入靑雲 여궁고처입청운
仙樂風飄處處聞 선악풍표처처문
이산의 화청궁은 높이 솟아 구름속에 들어 있고
신선의 풍악은 바람 타고 사방으로 흩어지고
緩歌慢舞凝絲竹 완가만무응사죽
盡日君王看不足 진일군왕간부족
느린 가락 느슨한 춤이 빈틈없이 음악에 어울리니
군왕은 넋 잃은 채 진종일 물릴 줄 모르고 쳐다보다가
漁陽鼙鼓動地來 어양비고동지래
驚破霓裳羽衣曲 경파예상우의곡
어양의 안록산安祿山 군사가 북 치는 소리 땅을 흔들며 몰려오니
예상우의곡 아름다운 선율 놀라 파흥되고 말았네
<三>
九重城闕煙塵生 구중성궐연진생
千乘萬騎西南行 천승만기서남행
구중궁궐 안에도 역적이 들어 불연기와 흙먼지가 일었으니
초라한 행차로 서남쪽을 향해 우리 천자 피난했노라
翠華搖搖行復止 취화요요행부지
西出都門百餘里 서출도문백여리
비취새 깃털 달린 천자의 정기들도 술렁술렁 내키지 않는 걸음 가다가는 또 멈추며
장안 서쪽 백 여리 마외파에 이르자 양귀비 일가에 불만 품은 친위병들 울분 터트려
六軍不發無奈何 육군불발무내하
宛轉蛾眉馬前死 완전아미마전사
모든 군사들 꼼짝 않고 양귀비 처단 요구하니 어찌하랴!
마침내 아리따운 양귀비는 노怒한 군사들 앞에서 자결하게 되었노라
花鈿委地無人收 화전위지무인수
翠翹金雀玉搔頭 취교금작옥소두
그녀의 꽃비녀 땅에 떨어진 채 거두는 사람 없고
취교, 금작, 옥소두 보배로운 장신구도 버려졋노라
君王掩面救不得 군왕엄면구부득
回看血淚相和流 회간혈루상화류
임금도 별 수 없이 낯을 가리고 외면했다가
뒤돌아보는 눈물에 양귀비의 피가 얼룩졌노라
<四>
黃埃散漫風蕭索 황애산만풍소삭
雲棧縈紆登劍閣 운잔영우등검각
피난길에 흙먼지 일고 바람 소슬할 새
구불구불 구름에 걸린 잔도를 타고 검각산을 지나
峨嵋山下少人行 아미산하소인행
旌旗無光日色薄 정기무광일색박
아미산 기슭 쓸쓸히 지나갈 새
천자 깃발 빛을 잃고 해도 기우네
蜀江水碧蜀山靑 촉강수벽촉산청
聖主朝朝暮暮情 성주조조모모정
피난처 사천성 강물 푸르고 산 빛도 푸르건만
성주 현종의 가슴은 자나 깨나 황제는 양귀비 생각에 잠겨
行宮見月傷心色 행궁견월상심색
夜雨聞鈴腸斷聲 야우문령장단성
행궁에서 바라보는 달조차 마음 아픈 듯
밤비에 들리는 풍경소리 간장을 도려내는 듯
天旋地轉回龍馭 천선지전회용어
到此躊躇不能去 도차주저불능거
이윽고 역적을 평정하여 천지를 되돌리고 환궁할 새
마외파에 이르러 머뭇머뭇 떠나지를 못 했노라
馬嵬坡下泥土中 마외파하이토중
不見玉顔空死處 불견옥안공사처
양귀비 쓰러진 언덕 흙더미 속에는
꽃다운 얼굴 안 보이고 허술한 무덤뿐일세
君臣相顧盡沾衣 군신상고진첨의
東望都門信馬歸 동망도문신마귀
환궁하는 군신들 뒤돌아보며 흘린 눈물 흠뻑 옷 젖었으며
넋 잃고 동쪽 대궐문 바라보며 터덜터덜 말에 걸음 맡겼네
<五>
歸來池苑皆依舊 귀래지원개의구
太液芙蓉未央柳 태액부용미앙유
궁궐에 돌아오니 뜰과 연못 옛 그대로이고
태액지의 연꽃, 미앙궁의 버들 반기나 임은 없어라
芙蓉如面柳如眉 부용여면유여미
對此如何不淚垂 대차여하불루수
연꽃이 임의 얼굴인 듯, 버들잎이 임의 눈썹인 듯
바라보는 마음 어찌 눈물 흘리지 않으리오!
春風桃李花開日 춘풍도리화개일
秋雨梧桐葉落時 추우오동엽락시
봄바람에 복숭아 오얏꽃 피어 번져도
가을비 오동잎에 떨어져도 애처롭구나!
西宮南內多秋草 서궁남내다추초
落葉滿階紅不掃 낙엽만계홍불소
서쪽 태극궁이나 남쪽 흥경궁도 가을풀이 우거졌고
낙엽이 섬돌 위에 붉게 쌓였으나 쓸어 줄 사람 없어라
梨園子弟白發新 이원자제백발신
椒房阿監靑娥老 초방아감청아로
이원에서 노래 춤추던 영인들도 이제 백발이 성성하고
초방에서 양귀비를 시중하던 아감이나 궁녀도 늙었노라
夕殿螢飛思悄然 석전형비사초연
孤燈挑盡未成眠 고등조진미성면
어둔 밤 궁전에 나는 빈딧불 보니 더욱 처량하고
외로이 등불 심지 돋아 태우며 잠을 못 이룰 새
遲遲鍾鼓初長夜 지지종고초장야
耿耿星河欲曙天 경경성하욕서천
지루하게 늦기 만한 종고 소리에 이렇듯이 밤이 길건만
반짝이는 은하수 두 연인 만나지 못한 채 밝으려하네!
鴛鴦瓦冷霜華重 원앙와냉상화중
翡翠衾寒誰與共 비취금한수여공
원앙새 짝지은 기와지붕 차가운 서리꽃 무겁게 덮였으며
비취새 그림 수놓은 금침 차가우나 짝지을 임이 없네
悠悠生死別經年 유유생사별경년
魂魄不曾來入夢 혼백부증래입몽
아득하리! 생사를 달리한 지 여러 해가 지났으나
혼백조차 한 번도 꿈속에 찾아오지 않는구나!
<六>
臨邛道士鴻都客 임공도사홍도객
能以精誠致魂魄 능이정성치혼백
임공의 도사로 장안 홍도에 살고 있는 나그네가
능히 정성으로 혼백을 불러올 수 있다하니
爲感君王輾轉思 위감군왕전전사
遂敎方士殷勤覓 수교방사은근멱
현종이 잠 못 자며 전전반측 양귀비 그리워함에 감동되어
마침내 병사들 시켜 양귀비 혼백 찾게 했네
排空馭氣奔如電 배공어기분여전
升天入地求之遍 승천입지구지편
하늘로 솟아 대기릉 타고 번개처럼 내달려
하늘 높이 또는 땅 속 깊이 두루 찾아
上窮碧落下黃泉 상궁벽락하황천
兩處茫茫皆不見 양처망망개불견
위로는 벽락 아래로는 황천까지 샅샅이 뒤졌으나
두 곳 모두 다 아득할 뿐 양귀비의 혼백 만나지 못했거늘
忽聞海外有仙山 홀문해외유선산
山在虛無縹緲間 산재허무표묘간
홀연 들리는 소식 바다 저쪽에 신선이 사는
선산仙人이 있어
그 산은 아득한 허공 속에 있으며
樓閣玲瓏五雲起 누각영롱오운기
其中綽約多仙子 기중작약다선자
오색의 구름을 뚫고 영롱한 누각이 우뚝 솟아 빛나
그 곳에 아름답고 우아한 선녀들이 많이 있는데
中有一人字太眞 중유일인자태진
雪膚花貌參差是 설부화모참치시
그 중 한분이 태진이라 부르며
흰눈같이 맑은 살결 꽃다운 예쁜 얼굴 양귀비 같다 하네
金闕西廂叩玉扃 금궐서상고옥경
轉敎小玉報雙成 전교소옥보쌍성
황금 대궐 서산을 찾아 옥대문을 두드리고
시중드는 소옥을 시켜 안종 쌍성에게 전갈하니
聞道漢家天子使 문도한가천자사
九華帳里夢魂驚 구화장리몽혼경
한漢황제의 사자가 왔다는 말 전해 듣고
아홉 겹 꽃방장 속에서 잠자다 깜짝 놀라네
<七>
攬衣推枕起徘徊 남의추침기배회
珠箔銀屛迡邐開 주박은병이리개
옷을 걸치고 베개를 밀어놓고 일어나 서성대며
길게 이어진 진주발과 은병풍을 차례차례 밀어 열고 나올 새
雲髻半偏新睡覺 운계반편신수각
花冠不整下堂來 화관부정하당래
구름 같은 머리 쪽이 비스듬히 잠에서 깨어난 품
꽃관도 바로 쓰지 못하고 당에서 내려오네!
風吹仙袂飄颻擧 풍취선몌표요거
猶似霓裳羽衣舞 유사예상우의무
선녀의 소맷자락 바람에 산들산들 나부끼니
마치 옛날 양귀비가 예상우의곡을 춤추는 듯
玉容寂寞淚欄干 옥용적막루난간
梨花一枝春帶雨 이화일지춘대우
옥 같은 얼굴에 수심 젖어 눈물이 난간에 흐르니
한 가지 배꽃이 봄비에 젖은 듯 하구나
含情凝睇謝君王 함정응제사군왕
一別音容兩渺茫 일별음용양묘망
사무친 정 은근한 눈초리로 상감에게 아뢰는 말
이별한 후 아득하게 용안 옥음 뵙고 듣지 못했으며
昭陽殿里恩愛絶 소양전리은애절
蓬萊宮中日月長 봉래궁중일월장
소양전에서 받던 은총과 사랑 끊긴 채로
외로이 봉래궁에서 지루하고 긴 세월을 보냈나이다
回頭下望人寰處 회두하망인환처
不見長安見塵霧 불견장안견진무
고개 돌려 인간세상 내려다보아도
장안은 보이지 않고 짙은 안개와 먼지만이 흐리었나이다
唯將舊物表深情 유장구물표심정
鈿合金釵寄將去 전합금채기장거
옛날에 쓰던 보물로 깊은 정 표시를 하고자
자개함과 금비녀를 드릴까하와
釵留一股合一扇 채류일고합일선
釵擘黃金合分鈿 채벽황금합분전
비녀 한 가닥과 합 한 쪽씩을 간직하고자
황금 비녀 토막 내고 자개합을 나누었나이다
但敎心似金鈿堅 단교심사금전견
天上人間會相見 천상인간회상견
오직 두 마음 황금 자개같이 굳고 변하지 않는다면
천상에든 세상에든 다시 만나게 될 때가 있으리
<八>
臨別殷勤重寄詞 임별은근중기사
詞中有誓兩心知 사중유서양심지
헤어질 무렵 간곡한 부탁 말을 전하니
말 속에 두 사람만이 알 마음의 서약
七月七日長生殿 칠월칠일장생전
夜半無人私語時 야반무인사어시
칠월 칠일 장생전에서
깊은 밤 아무도 모르게 주고받은 맹서
在天願作比翼鳥 재천원작비익조
在地願爲連理枝 재지원위연리지
하늘을 나는 새가 되면 비익조가 되고
땅에서는 나무로 나면 연리지가 되고자
天長地久有時盡 천장지구유시진
此恨綿綿無絶期 차한면면무절기
천지 영원하다 해도 다할 때가 있으련만
두 사람의 이 슬픈 사랑의 한恨은 끝없이 면면하리라!
☆비익조比翼鳥 연리지連理枝
琴瑟相和 금슬상화 / 琴瑟之樂 금슬지락
'거문고와 비파가 음율이 잘 화합한다'
화목한 부부나 남녀 사이,
부부간의 사랑과 애정이 좋다.
在天願作比翼鳥 재천원작비익조
在地願爲連理枝 재지원위연리지
'하늘에 있어서는 원컨대 비익조比翼鳥가 되고,
땅에서는 연리지連理枝가 되기를 원하노라.'
-白居易 長恨歌-
황제인 현종玄宗과 양귀비楊貴妃의 사랑을 맹세한 노래의 마지막 구절이다. 날개가 하나씩인 새 두 마리가 합하여야 두 날개를 갖추게 되어 날 수 있다는 새가 ‘비익조比翼鳥’이고,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붙어 하나의 나무가 되어 있다는 것이 ‘연리지連理枝’이다.
첫댓글 멋진작품 잘 감상했어요 그리고 자상한 해석까지
_()_,
약동하는 한 주일이 시작 됩니다.
건강하세요!
무비선생님 많이 또 배웁니다^^**
더운날씨에 좋은음식 잘잡수시고
올여름도 잘 나시길 바랍니다^^
지난주말이 초복이었지요 ㅎㅎ
넘나 유명한 말씀인데도 유래는 몰랐는데 이렇게 자세히 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