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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부지의(竊鈇之疑)
도끼를 훔쳐갔다고 의심한다는 뜻으로, 의심을 가지고 보면 무슨 일이든지 의심스럽게 보임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竊 : 훔칠 절(穴/17)
鈇 : 도끼 부(金/4)
之 : 갈 지(丿/3)
疑 : 의심할 의(疋/9)
출전 :
○ 열자(列子) 8. 설부편(說符篇)
○ 여씨춘추(呂氏春秋) 卷13 거우편(去尤篇)
도끼를 잃은 사람이 그 이웃 사람을 의심하여, 그 걸음걸이, 말씨, 얼굴빛, 모든 동작을 유심히 관찰할수록 틀림없이 그 사람이 훔친 것으로 보였다는 옛일에서, 의심을 가지고 보면 무슨 일이든지 의심스럽게 보임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이 성어는 여씨춘추(呂氏春秋)의 거우(去尤)편에서 유래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옛날에 도끼를 잃어버린 사람이 있었는데, 그 옆집의 아들이라 생각했다.
人有亡鈇者, 意其鄰之子.
그 아이가 걷는 것을 보니 도끼를 훔친 것 같았고, 그의 얼굴빛도 도끼를 훔친 것 같았으며, 말하는 것도 도끼를 훔친 것 같았다.
視其行步竊鈇也, 顏色竊鈇也, 言語竊鈇也.
행동하는 것이나 태도를 보아도 어느 것 하나 도끼를 훔치지 않아 보이는 것이 없었다.
動作態度無為而不竊鈇也.
그 후에 산골짜기를 가다가 자기 도끼를 찾았다. 그 다음에 옆집의 아들을 다시 보니 행동이나 태도가 모두 도끼를 훔친 것처럼 보이는 점이 없었다.
相其谷而得其鈇, 他日復見其鄰之子, 動作態度無似竊鈇者.
그 이유는 그 옆집의 아들이 변한 것이 아니라 내가 변했기 때문이다. 변한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편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其鄰之子非變也, 己則變矣. 變也者無他, 有所尤也.
(呂氏春秋/卷13 去尤)
만약 옆집 아들이 평소에 이웃들에게 신뢰(信賴)를 주고 평판(評判)이 좋았다면, 진짜로 도끼를 훔쳐갔어도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양치기 소년'의 경우처럼 한번 거짓말쟁이로 낙인찍히면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믿지 못하게 된다. 한번 신뢰가 깨지고 의심하기 시작하면 괜한 것들까지 모두 믿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의심암귀(疑心暗鬼)라는 말도 있다.
요즘 국회에서 여야가 몸싸움하는 것을 보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진의(眞意)를 의심하지 않을수 없게 된다. 국익(國益)을 위하여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苦悶)을 해도 해결 방안이 만만치 않을 텐데 철천지원수(徹天之怨讐)가 되어 평행선으로 치닫고 있다.
그래서 인지 정치적인 능력이 검증(檢證)되지 않았더라도 새 인물을 지도자로 뽑겠다는 갈망이 커지고 있다. 따지고 보면 최근의 선거도 그런 기류가 반영된 것 아니겠는가. 이는 뭘 시사(示唆) 하는가.
논어(論語)의 안연편(顔淵篇)에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하여 묻는 대목이 나온다. 공자는 식량(食糧), 병력(兵力), 신뢰(信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병력이나 식량을 버리더라도 신뢰를 잃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백성이 나라를 믿지 못하면 나라가 설 수 없다(民無信不立)'는 설명과 함께.
절부지의(竊鈇之疑)
도끼를 훔쳐갔다고 의심하다, 공연한 의심
사람을 믿지 못해서 나오는 의심은 갈수록 커진다. 서양의 철학자는 '진리를 검토하기 위해서 모든 사물을 의심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보통사람들엔 의심이 의심을 낳는 법이다.
의심생암귀(疑心生暗鬼)가 바로 말한다. 이것을 경계하여 옛 선인들은 여러 가지 교훈을 남겼다.
친한 친구와 술자리를 가졌는데 술잔에 비친 뱀 그림자를 보고 자기를 해치려는 것이라 의심하여 큰 병이 났다는 배궁사영(杯弓蛇影)이나 하늘이 무너질까 의심하여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기인지우(杞人之憂)는 어리석음의 대명사다.
그래서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이라며 자두나무 아래서 갓끈을 바로잡으면 도둑으로 몰릴 수 있으니 아예 남에게 의심받을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 사람의 행동이 의심쩍으면 하는 짓마다 더 의심이 커져 나중에는 확신하게 된다.
약간 뭣하지만 적합한 속담이 있다. '삼밭에 한 번 똥 싼 개는 늘 싼 줄 안다'고 한 번 잘못을 저지르면 눈에 띌 때마다 의심을 받게 된다. 이 개는 한 번 잘못이 있기라도 한데 잘못이 없고도 의심을 받으면 억울하다.
이웃 사람이 도끼를 훔쳐갔다(竊鈇)고 의심한다(之疑)는 말은 공연히 남의 행동이 미심쩍어 확신하다간 나중에 크게 실수한다는 이야기다.
중국 진(秦)나라 여불위(呂不韋)가 제자백가 지식을 집대성한 책이라 자부하는 여씨춘추(呂氏春秋)에서 이런 예를 든다. 마음에 얽매여 있는 혹을 없애야 한다는 거우(去尤)편에서다.
한 사람이 도끼를 잃어버렸는데 이웃집 아들을 범인이라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그의 걸음걸이가 도끼를 훔친 것으로 보였고 안색도 수상했으며 말도 그렇게 들렸다(視其行步竊鈇也 顏色竊鈇也 言語竊鈇也).
며칠 뒤 골짜기를 이리저리 뒤져 도끼를 찾았다. 다음날 다시 옆집의 아들을 보니 동작과 태도 모두 도끼를 훔친 범인과 같이 보이지 않았다. 이웃집 아들이 변한 것이 전혀 없는데 자신이 생각하는바 편견에 얽매이는 것이 없어졌을 뿐이었다.
좋아하든가 싫어하든가 어떤 생각에 사로잡히면 일이 반드시 어그러지게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같은 이야기가 '열자(列子)' 설부(說符)편에도 나온다.
의심이 의심을 낳는 중생들에게 부처님은 지혜 없는 자가 의심 끊을 날이 없다고 했다. 자신의 생각만이 옳고 남의 의견은 마음에 들지 않아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사람들과는 더불어 살 수가 없다.
자신이 잘못된 점이 있는지 남의 충고를 받아 들여야 발전이 있다. 그렇다고 남이 하는 이야기를 무조건 '옳소!'하고 자기 의견을 수정한다면 그것도 옳지 않다.
채근담(菜根譚)에 이에 관한 좋은 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의심한다고 하여 자신의 견해를 굽히지 말고, 자신의 생각대로만 하여 남의 말을 물리치지도 말라(毋因群疑而阻獨見 毋任己意而廢人言).'
열자(列子) 8.설부편(說符篇)
지인(至人)의 말이 도에 부합(符合)된다
34. 도끼를 잃어버린 사람의 의심
人有亡鈇者, 意其鄰之子.
도끼를 잃어버린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이웃집의 아들이 훔친 것이라는 생각했다.
視其行步, 竊鈇也.
顏色, 竊鈇也.
言語, 竊鈇也.
이웃집 아이의 걸음걸이를 보니 도끼를 훔친 것 같았고, 아이의 얼굴을 살펴보아도 도끼를 훔친 것 같았고, 말투를 들어도 도끼를 훔친 것 같았다.
作動態度, 无為而不竊鈇也.
행동하는 것이나 태도를 보아도, 모든 것들이 도끼를 훔친 것으로 여겨졌다.
俄而抇其谷而得其鈇, 他日復見其鄰人之子, 動作態度, 无似竊鈇者.
얼마 뒤에 골짜기를 파다가 잃었던 도끼를 찾아서, 다음날 다시 이웃집 아이를 살펴보니, 행동하는 것이나 태도를 보아도 도끼를 훔칠 사람 같지 않았다.
呂氏春秋 有始覽 去尤
人有亡鈇者, 意其鄰之子.
視其行步, 竊鈇也.
顏色, 竊鈇也.
言語, 竊鈇也.
動作態度, 無為而不竊鈇也.
相其谷而得其鈇, 他日復見其鄰之子, 動作態度無似竊鈇者.
其鄰之子非變也, 己則變矣.
變也者無他, 有所尤也.
자신의 물건을 잃고 사람을 의심을 하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의심스럽게 보인다는 말로 여씨춘추에 동일한 내용이 실려 있으며,
여씨춘추에서는 '그의 이웃집 아이가 변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변한 것이며, 변한 것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과실에 있었다'고 하였다.
其鄰之子非變也, 己則變矣.
變也者無他, 有所尤也.
▶️ 竊(훔칠 절)은 ❶회의문자로 부수(部首)인 穴(혈)과 米(미; 쌀)와 나머지 글자(벌레)의 합자(合字)이다. 움에 있는 쌀을 벌레가 몰래 훔쳐먹음의 뜻으로, 훔침의 뜻에서 몰래의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竊자는 '훔치다'나 '도둑질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竊자는 총획이 22획이나 되는 매우 복잡한 구성을 하고 있다. 복잡한 구성만큼이나 복잡한 변화를 거친 글자이기도 하다. 竊자는 穴(구멍 혈)자와 釆(분별할 변)자, 그리고 쌀벌레가 그려져 있다. 竊자에 있는 자는 쌀벌레를 그린 것이다. 또 竊자에 쓰인 釆자는 米(쌀 미)자가 해서체에서 잘못 옮겨진 것이다. 釆자를 米자로 바꿔놓고 보면 竊자는 쌀벌레가 쌀을 갉아먹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니까 竊자는 곡식 창고에 있는 쌀을 벌레가 먹어치운다는 의미에서 '훔치다'나 '도둑질하다'라는 뜻을 표현한 글자이다. 그래서 竊(절)은 ①훔치다 ②도둑질하다 ③절취하다 ④도둑 ⑤도둑질 ⑥살짝 ⑦남몰래 ⑧마음속으로 ⑨슬그머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도둑 도(盜)이다. 용례로는 남의 물건을 몰래 훔치는 일 또 그 사람을 절도(竊盜), 남몰래 훔쳐 가짐을 절취(竊取), 남의 이야기를 몰래 엿들음을 절청(竊聽), 남 모르게 가만히 살펴 봄을 절관(竊觀), 도둑을 거느리는 우두머리를 절와(竊窩), 남이 모르게 이러쿵저러쿵 시비를 따지는 의논을 절의(竊議), 남이 모르게 부시어 헒을 절훼(竊毀), 저 혼자 가만히 생각함을 절념(竊念), 강도나 절도의 사건이 생김을 절발(竊發), 자격이 없으면서 벼슬 자리에 머물러 있음을 절위(竊位), 술을 몰래 마심을 절음(竊飮), 남의 창작물의 내용 일부를 취하여 자기 창작물에 제 것으로 삼아 이용하는 것을 표절(剽竊), 분에 넘치는 자리를 가짐을 참절(僭竊), 물건을 축내고 훔침을 모절(耗竊), 남의 시문을 베껴서 몰래 따다 씀을 등절(謄竊), 근거지를 정해 놓고 도둑질 함을 거절(據竊), 몰래 훔침으로 다른 사람의 시문을 따서 자기 작품인 체함을 양절(攘竊), 도둑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근심을 이르는 말을 절발지환(竊發之患), 쥐나 개처럼 가만히 물건을 훔친다는 뜻으로 좀도둑을 이르는 말을 서절구투(鼠竊狗偸) 등에 쓰인다.
▶️ 鈇(도끼 부)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쇠 금(金; 광물, 금속, 날붙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夫(부)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鈇(부)는 ①도끼 ②작도(斫刀; 작두의 원말) 등에 쓰인다. 용례로는 작두로 말이나 소의 먹이를 써는 연장을 일컫는 말을 부질(鈇鑕), 도끼에 기름을 묻힌다는 뜻으로 죄인을 사형에 처함을 이르는 말을 고부(膏鈇), 의장儀仗의 한 가지로 나무로 만든 도끼에 금칠이나 은칠을 하여 붉은 장대에 꿰는것을 이르는 말을 월부(鉞鈇), 도끼에 찍히고 솥 안에 삶긴다는 뜻으로 극형을 당함을 이르는 말을 간부역정(干鈇逆鼎), 도끼를 훔쳐 갔다고 의심 받은 사람이 그 행동이나 말이 모두 훔쳐간 것처럼 보이나 다른 데서 발견되어 누명을 벗은 후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는 옛일에서 공연한 혐의를 이르는 말을 절부지의(竊鈇之疑)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일컫는 말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말을 지남지북(之南之北),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이란 뜻으로 재능이 아주 빼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남의 눈에 드러난다는 비유적 의미의 말을 낭중지추(囊中之錐), 나라를 기울일 만한 여자라는 뜻으로 첫눈에 반할 만큼 매우 아름다운 여자 또는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는 말을 경국지색(傾國之色), 일을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결자해지(結者解之), 알을 쌓아 놓은 듯한 위태로움이라는 뜻으로 매우 위태로운 형세를 이르는 말을 누란지위(累卵之危), 어부의 이익이라는 뜻으로 둘이 다투는 틈을 타서 엉뚱한 제3자가 이익을 가로챔을 이르는 말을 어부지리(漁夫之利), 반딧불과 눈빛으로 이룬 공이라는 뜻으로 가난을 이겨내며 반딧불과 눈빛으로 글을 읽어가며 고생 속에서 공부하여 이룬 공을 일컫는 말을 형설지공(螢雪之功), 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함이란 뜻으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봄을 이르는 말을 역지사지(易地思之), 한단에서 꾼 꿈이라는 뜻으로 인생의 부귀영화는 일장춘몽과 같이 허무함을 이르는 말을 한단지몽(邯鄲之夢), 도요새가 조개와 다투다가 다 같이 어부에게 잡히고 말았다는 뜻으로 제3자만 이롭게 하는 다툼을 이르는 말을 방휼지쟁(蚌鷸之爭),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풍수지탄(風樹之歎), 아주 바뀐 다른 세상이 된 것 같은 느낌 또는 딴 세대와 같이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비유하는 말을 격세지감(隔世之感), 쇠라도 자를 수 있는 굳고 단단한 사귐이란 뜻으로 친구의 정의가 매우 두터움을 이르는 말을 단금지교(斷金之交), 때늦은 한탄이라는 뜻으로 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친 것이 원통해서 탄식함을 이르는 말을 만시지탄(晩時之歎), 위정자가 나무 옮기기로 백성을 믿게 한다는 뜻으로 신용을 지킴을 이르는 말을 이목지신(移木之信), 검단 노새의 재주라는 뜻으로 겉치례 뿐이고 실속이 보잘것없는 솜씨를 이르는 말을 검려지기(黔驢之技), 푸른 바다가 뽕밭이 되듯이 시절의 변화가 무상함을 이르는 말을 창상지변(滄桑之變),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기세라는 뜻으로 범을 타고 달리는 사람이 도중에서 내릴 수 없는 것처럼 도중에서 그만두거나 물러설 수 없는 형세를 이르는 말을 기호지세(騎虎之勢), 어머니가 아들이 돌아오기를 문에 의지하고서 기다린다는 뜻으로 자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르는 말을 의문지망(倚門之望), 앞의 수레가 뒤집히는 것을 보고 뒤의 수레는 미리 경계한다는 뜻으로 앞사람의 실패를 본보기로 하여 뒷사람이 똑같은 실패를 하지 않도록 조심함을 이르는 말을 복거지계(覆車之戒) 등에 쓰인다.
▶️ 疑(의심할 의, 안정할 응)는 ❶회의문자로 어린아이가 비수(匕)와 화살(矢)을 들고 있어 위험하여 걱정하니 의심하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疑자는 '의심하다'나 '헷갈리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疑자는 匕(비수 비)자와 矢(화살 시)자, 疋(발 소)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疑자는 이러한 글자의 조합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갑골문에 나온 疑자를 보면 지팡이를 짚고 고개를 돌린 사람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 옆으로는 彳(조금 걸을 척)자가 있으니 이것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길을 헤매고 있는 사람을 표현한 것이다. 疑자는 이렇게 길 위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머뭇거리거나 주저하는 모습으로 표현한 것으로 '헷갈리다'나 '주저하다'는 뜻을 갖게 되었지만, 후에 '의심하다'나 '믿지 아니하다'와 같은 뜻이 파생되었다. 그래서 疑(의, 응)는 경서 가운데서 의심이 날 만한 것의 글 뜻을 설명시키던, 과거(科擧)를 보일 때의 문제 종류의 한 가지의 뜻으로 ①의심하다 ②헛갈리다 ③믿지 아니하다 ④미혹되다, 미혹시키다 ⑤두려워하다 ⑥머뭇거리다, 주저하다 ⑦괴이하게 여기다 ⑧비기다(=擬) ⑨같다, 비슷하다 ⑩견주다(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알기 위하여 서로 대어 보다) ⑪시샘하다 ⑫헤아리다, 짐작하다 ⑬의문(疑問) ⑭아마도 그리고 안정할 응의 경우는 ⓐ안정하다(응) ⓑ한데 뭉치다(응) ⓒ집결하다(응) ⓓ멈추다(응)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의심할 아(訝),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믿을 신(信)이다. 용례로는 의심하여 분별에 당혹함을 의혹(疑惑), 의심하여 물음을 의문(疑問), 마음에 미심하게 여기는 생각을 의심(疑心), 의심스러워 괴이쩍음을 의아(疑訝), 의심하여 두려워함을 의구(疑懼), 서로 의심하여 속 마음을 터 놓지 아니함을 의격(疑隔), 의심스러워 마음이 어지러움을 의란(疑亂), 의심하고 업신여김을 의모(疑侮), 반신반의 함을 의신(疑信), 의심하여 망설임을 의애(疑捱), 의심하여 어김을 의위(疑違), 의심하여 두려워함을 의파(疑怕), 의심하여 놀람을 의해(疑駭), 의심쩍고 명백하지 못함을 의회(疑晦), 의심하며 놀람을 의경(疑驚), 의심스러운 생각을 의념(疑念), 의심스러운 일의 실마리를 의단(疑端), 꺼리고 싫어함을 혐의(嫌疑), 의심나는 점을 물어서 밝힘을 질의(質疑), 마음속에 품은 의심을 회의(懷疑), 의심스러움이나 의심할 만함을 가의(可疑), 크게 의심함을 대의(大疑), 의혹을 풂을 결의(決疑), 어려워서 의문스러움을 난의(難疑), 의심이 많음을 다의(多疑), 괴상하고 의심스러움을 괴의(怪疑), 의심을 받음이나 혐의를 받음을 피의(被疑), 의심스러운 바를 환히 깨달음을 오의(悟疑), 시기하고 의심함을 제의(懠疑), 의심쩍은 생각을 가짐을 지의(持疑), 의심이 생기면 귀신이 생긴다는 뜻으로 의심하는 마음이 있으면 대수롭지 않은 일까지 두려워서 불안해 함을 이르는 말을 의심암귀(疑心暗鬼), 의심을 품는 일을 행하여 성공하는 것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의사무공(疑事無功), 의심이 나는 일은 억지로 자세히 캘 필요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의자궐지(疑者闕之), 반은 믿고 반은 의심함 또는 믿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심함을 이르는 말을 반신반의(半信半疑), 많은 사람이 다 의심을 품고 있음을 이르는 말을 군의만복(群疑滿腹), 믿음직하기도 하고 의심스럽기도 함을 이르는 말을 차신차의(且信且疑), 여우가 의심이 많아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대하여 의심이 많아 결행하지 못함을 비유하는 말을 호의불결(狐疑不決), 어렵고 의심나는 것을 서로 묻고 대답함을 일컫는 말을 난의문답(難疑問答), 여름의 벌레는 얼음을 안 믿는다는 뜻으로 견식이 좁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하충의빙(夏蟲疑氷), 여우가 의심이 많아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대하여 의심이 많아 결행하지 못함을 비유하는 말을 호의미결(狐疑未決), 죄상이 분명하지 않아 경중을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가볍게 처리해야 함을 이르는 말을 죄의유경(罪疑惟輕)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