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장동 민간업자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가 이 대표 측에 주기로 약정했다는 428억원 중 일부를 현금으로 받아갔다는 법정 진술이 나왔다. 김용씨가 2021년 2월 유동규씨로부터 현금을 받아갔는데, 그 돈을 마련한 게 김만배씨라는 것이다.
남욱씨가 2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용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남욱(천화동인 4호 소유주) 변호사는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김용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김용이 2021년 2월 4일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유동규(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씨를 만나 현금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들고 나가는 것을 봤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남씨는 “유원홀딩스에 갔는데 정민용씨에게 ‘김용씨가 돈 받으러 온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김용씨가 (사무실에) 들어갈 때 빈손이었고, 나올 때 회색 꽃무늬가 있는 쇼핑백을 들고 가는 것을 봤다. 현대백화점 쇼핑백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남씨는 그러면서 “그 돈은 김만배씨가 2021년 1월에 유동규씨에게 줬다는 현금 1억원 중 일부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나중에 유동규씨한테 그 돈이 ‘428억원’ 중 일부라고 들었다”고 했다. 또 “김만배씨가 더는 현금을 만들어 줄 수 없다며 올해는 이것만 주겠다고 했다고 들었다”고도 했다.
남욱씨는 이어 “제가 드린 경선 자금과 별개의 돈”이라며 “제가 경선 자금을 드리게 된 게 (2021년 2월) 김용씨가 돈 들고 나가는 모습에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김용은 2021년 4~8월 남욱씨로부터 대선 경선 자금 명목으로 8억4700만원의 불법 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또 유동규씨로부터 2013년 9000만원, 2014년 1억원 등 총 뇌물 1억9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그런데 남욱씨가 이 재판 증인으로 나와 자신이 준 돈 외에도 김용이 김만배로부터 자금을 추가로 받았다고 증언한 것이다. 김용이 2021년 2월 김만배씨가 마련한 현금을 받았다는 얘기는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다.
남욱씨가 말한 ‘428억원’은 검찰이 김만배가 정진상·김용·유동규 등 이재명 측에게 주기로 약정했던 대장동 사업 수익이라고 보는 돈이다.
앞서 검찰은 2021년 11월 유동규씨를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하면서 2021년 1월 김만배로부터 5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이때 김만배가 유동규씨한테 수표 4억원과 현금 1억원을 줬다고 적시했는데, 남욱씨는 김만배가 유동규씨에게 준 현금 1억원 중 일부를 김용이 가져갔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날 법정에서 남욱씨 증언을 들은 김용이 남욱씨를 상대로 직접 신문을하기도 했다. 김씨가 “제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6차례 검찰에서 조사를 받는 동안 한 번도 안 나온 얘기”라고 하자, 남씨는 “제가 그렇게 의기가 없지 않다. 처음엔 얘기를 안 했는데 검사가 증거를 들고 물어보고 유동규씨도 얘기하니깐 제가 진술했다”고 답했다. 김용이 흥분하며 “다른 증인도 시기를 헷갈려 했는데, 이건 돈 얘기다. 이걸 검찰에 진술했다고요?”라고 다시 물었고, 남씨는 “진술했다”고 답했다.
남욱씨는 또 2021년 5월 김용이 유동규씨, 정민용씨를 통해 대선 경선 자금 명목으로 5억원을 달라고 했던 상황도 자세하게 진술했다.
남욱씨는 “2021년 5월 30일 유동규씨를 만났는데, 유씨가 김용과 ‘스피커폰’으로 통화하고 있었다”며 “김용이 ‘광주에 있는데 누군가에게 1억원을 급하게 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