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태권도를 호랑이로 만든 ‘타이거 최’
[도쿄올림픽]
20년째 대표팀 맡은 최영석 감독
태국 태권도 국가대표팀 최영석 감독(왼쪽)이 24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A홀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태권도 여자 49kg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파니팍 웡파타나낏과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태국의 태권도 간판 파니팍 웡파타나낏(24)은 24일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49kg급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태국의 태권도 올림픽 역대 첫 금메달이다. 태국은 이전 올림픽 태권도에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수확했다.
태국이 첫 태권도 금메달 선수를 배출한 배경에는 태국 태권도 국가대표팀 최영석 감독(47)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02년 태국 대표팀 감독을 맡아 20년 가까이 지도한 최 감독은 태국을 태권도 강국으로 성장시켰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58kg급 금메달에 도전했던 당시 세계랭킹 1위 김태훈(27)이 16강전에서 태국의 타윈 한쁘랍(23)에게 패해 꿈이 좌절되는 등 최 감독의 제자에게 한국 선수들이 발목을 잡히는 일이 많았다.
최 감독의 별명은 ‘타이거 최’다. 1974년생 호랑이띠로 호랑이처럼 엄하게 선수들을 지도해 이 같은 별명이 붙었다. 웡파타나낏은 주니어 시절부터 11년째 최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세계 최강으로 올라섰다. 호랑이라지만 이날 웡파타나낏의 경기 때마다 자주 웃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긴장을 풀어 주려는 부드러운 모습도 자주 보였다.
태국 태권도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최 감독은 곧 태국으로 귀화한다. 2016년부터 귀화설이 돌았지만 함구하던 최 감독은 올해 초 마음을 굳히고 귀화 신청을 했다. 최 감독은 “태국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태권도뿐 아니라 스포츠 외교 쪽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싶은데 외국인으로서 제약이 많았다. 몇 년 전부터 귀화 요청을 받고 고민하다 무거운 마음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최 감독의 국적은 한국으로 표기돼 있다. 하지만 늦어도 9월에는 귀화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최 감독은 설명했다.
도쿄=김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