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회지의 화려한 불빛을 보면서도 그들의 안부가 궁금했습니다.
내가 자연의 품을 떠나와도 그들은 그대로 자기들 길을 가겠지만
혹시나 내 손길을 기다리지나 않을까 하는 괜한 노파심이랄까..
아니면 아무도 찾아 주지 않는 외로움에 쓸쓸해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아닌 걱정에...
중부에 비해 남부지방은 태풍 영향권으로 제법 비가 내리긴 했어도 완전 해갈이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뒷산 저수지는 작년보다 수심이 낮고 둑은 말라 있습니다.
집을 나와 산으로 오르자면 뽕나무, 초피나무네 집을 거쳐 그옆에 사는 산딸기네, 돌나물네 집단 부락을 지납니다.
이어 오동나무네 밤나무네 등등까지 다들 옹기종기 모여 삽니다.
그리곤 저수지 끝자락에 올 봄 처음 만난 엉겅퀴, 청미래덩굴이 살고 있습니다.
누가 작명을 했는지 그 이미지랑 너무 잘 어울리는 청미래덩굴열매랑 잎사귀.
싱그러움이 물씬 풍기지 않나요?
봄이 되어 꽃들이 다 졌으면 어떻하지?
봄쑥이랑 산나물들이 제철을 지나 못 만나면 어쩌지?
아카시아와 찔레꽃들이 다 져버렸으면 또 어떻하구...
그 조바심 항목에 추가된 새 친구가 이 청미래덩굴입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그 안부가 매우 궁금했던...
처음 발견하곤 뭔지 몰라 이 귀농사모카페에 물어 그 이름을 알게 됐지요.
풋풋하고 싱그런 얘네가 홀로 지내다 조용히 떠나보내기 아쉬워
청미래덩굴을 오랫동안 가까이 둘 방도를 찾아 한참동안이나 인터넷을 헤맸습니다.
결국은 제 이기심이 발동해 이렇게 다 보쌈을 해서 엑기스를 담기로 작정한 것입니다.
가마니에 담아야할 정도로 많은 양의 덩쿨 더미를 낑낑대며 등에 매고 내려와
방마닥에 내려놓고 줄기에서 잎사귀랑 열매를 다 정리하니 이만큼이나 큰그릇 한 가득 찼다.
깨끗이 씻어서 원당까지 주문해 청미래덩쿨순이랑 설탕을 유리그릇에 켜켜이 안쳤습니다.
그리곤 이어 도망치듯 또 바쁜 볼일땜에 그곳을 떠났었지요.
뜰 보리수, 아카시아, 엉겅퀴와 함께 청미래덩쿨을 추가해 자기네들끼리만 두고 상경했으니
그 안부에 신경이 쓰였습니다.
급한 불을 끄고 다시 귀촌하니 그들은 그대로 자기 위치를 지키고 있습니다.
주인장 보란듯이 아주 예쁜 행보를 조용히 하고 있었던 것.
우리 잘 했쪄??? 하고 반기듯 말이예요.
5월 초에 담궈둔 아카시아는 그 진한 향기를 품은 채 제 모양을 내고 있더군요.
그리고 청미래덩굴은 이렇게 변했습니다.
설탕을 버무린 열매 추출물도 숙성되어 가고 담금주를 부어 만든 술도 익어갑니다.
븕은 빛이 도는 건 보리수주,
그리고 그 옆은 엉겅퀴주입니다.
보리수주는 설탕을 넣은 탓도 있겠지만 열매맛을 약간 풍기며 시콤 달콤한 맛을,
엉겅퀴주는 약주 향이 진해 씁스럼합니다.
제 좀 더 빛깔이 고와진...
매실과 아카시아주.
맛은 단연 이 둘이 으뜸입니다.
매실주야 그 특유의 향기에 운치있는 깊은 맛이 나고,
아카시아 추출물이나 아카시아주는 입가에 맴도는 향기가 기가 막히네요.
술은 약주로, 열매 추출물은 생수에 희석해서 마시면 이만한 음료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남편은 가히 황제 생활이나 마찬가지라고 너무 좋아 합니다.
마지막으로 대망의 청미래덩굴순 엑기스.
근데 특별한 향기가 없었더니 맛은 별로 없고 그냥 설탕맛이군요.
맛에 있어서는 약간 실망스럽지만 뭐 그렇지만 그 효능이 만병통치약에 가깝다니
잎을 건져서 다시 장아찌로 만들어 다 먹을 생각입니다.
이러다 저 너무 장수하는 것 아닐까요??? ㅎㅎ
이런 제 손만 잠시 스쳤을 뿐인데 그들은 저에게 엄청 큰 선물을 줬습니다.
이토록 고마울 데가...
그래서 전 점점 더 그들과 동화되어 가고 있답니다.
또 그러고 싶네요.
이제 자연을 두고 멀리 떠나지는 못하리라 여겨집니다.
한 배를 타고 남은 인생을 같이 어우러져 지내볼까 합니다!!!
첫댓글 지역이 어디실까나?
경남 진주 농가입니다.
자연이 좋아 주말이면 지리산 으로
갑니다
개다래 오미자가 익어 가고
있더군요
지리산 좋죠. 제 고향이 가까운데...개다래, 오미자 따다 음료용으로 만들어 드시면 아주 좋겠군요.
향기가 가득할것 같아요
맞아요~ 특히 5월엔 아카시아 찔레꽃이 피어 산자락에 꽃향기가 진동했지요. 또한 비오는 날에 산에 오르면 무공해 풀향기가 아주 풋풋한게 향기로웠구요.. 지금은 담아논 아카시아주 뚜껑을 열면 벌써 아카시아향기가 진하게 배어나와 그 분위기가 전해진답니다^^
한잔 했으면 좋겠어요.
어디신지요? ㅎㅎ 한잔 대접해 드리고 싶군요.
@가정마을 여긴 청주입니다.상세한 설명이 감칠 맛 나는군요.
@*청개구리 아! 거리가 멀군요..아쉽습니다~ ㅎ
옛날에 많이 본 열매 같은데요^^
이름이 이쁘네요. 청미래~~!
정말 이름이 이쁘죠? 누가 지었는지 아마도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가 지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