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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신한은행 서진원 행장 (오른쪽)우리금융지주 이팔성 회장 |
8전4승. 최근 2개월간 승률만 무려 50%(대기업 계열 금융사 CEO 인사 제외).
<표 참조> 스포츠팀의 전적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이하 MB정부) 출범 후 위세를 떨치고 있는 한국 금융가의 고려대 출신 인사들이 최근 2개월간 있었던 굵직굵직한 핵심 금융권 CEO 인선전(戰)에서 올린 승률이다.
MB정부 이전인 2007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금융가에서 고려대 인맥 파워는 미미했다. 1997년 하나은행장에 이어 2005년 하나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올라선 김승유 회장과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대구은행장을 지낸 이화언씨 정도가 주류 금융권의 대표적 고려대 인맥이었다. 이들 외 7~8명 정도가 고려대 출신 금융 인맥의 전부였다. 특히 한국 금융가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금융지주와 은행에서는 김승유씨를 제외하면 영향력을 발휘하는 고려대 출신 인물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모피아’버금가는 집단, 고려대 인맥
그러던 것이 2008년 이명박 정권의 시작과 함께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MB정부의 자기사람 챙기기를 비꼰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인맥)’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지던 상황에서 금융권을 고려대 인맥들이 장악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수적 확대는 물론이고 한국 경제의 핵인 금융지주사(社)와 은행 등의 회장과 행장 등 핵심 요직이 고려대 인맥들로 채워지기 시작하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이르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0년을 은행에 몸담았는데 고려대 출신 인사들이 4대 금융지주(우리금융·KB금융·하나금융·신한금융) 중 자산순위 1~3위를 모두 장악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며 “금융지주 회장직을 통해 고려대 출신 인사들이 사실상 (금융권을) 접수했다”고 표현했다. 요즘 금융권에선 모피아(MOFIA·옛 재무부 MOF (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로 금융권에 둥지를 틀고 막강한 힘과 연대를 과시하고 있는 재무부 관료 출신을 일컫는 말)에 버금가는 집단이, ‘고려대 출신 금융 인맥’이라는 말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최근 2개월간 있었던 주요 금융권 8곳(공정거래위원회 포함)의 CEO급 인사에서 절반인 4곳(불공정 선출로 자진 사퇴한 KCB 김용덕 사장 포함)의 수장 자리가 고려대 출신들로 채워진 것을 보면 이런 말이 억측만은 아닐 수 있다. 대한민국 금융가에 ‘고려대 마피아’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고려대 마피아’들의 진출이 눈부신 곳은 단연 국내 금융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금융지주와 시중은행이다. 현재 4대 금융지주 중 자산기준 1, 2, 3위인 우리·KB·하나금융의 회장과 4대 시중은행 중 2조3000억원이 넘는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는 신한은행장까지 모두 고려대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대학동기이자 고려대 출신 금융인맥의 좌장인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 고려대 경영학과 63학번으로 금융사 경험이 단 한 번도 없음에도 KB금융지주 수장직에 오른 어윤대 회장, 고려대 법학과 63학번으로 지난 2월 15일 연임에 성공한 우리금융지주 이팔성 회장이 그들이다. 이들은 회장 집권 후 고려대 출신 인사들을 금융지주 내 주요 요직에 발탁하며 고려대 금융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KB금융지주 어윤대 회장의 경우 회장직에 앉자마자 계열사 사장급 인사를 단행, 고려대 후배인 남경우씨를 KB선물 사장에, 손영환씨를 KB부동산신탁 대표에, 또 홍보담당이라고는 하지만 금융 경험이 전무한 김왕기씨를 KB금융지주 부사장에 앉히며 고려대 인맥을 통한 친정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 역시 부산은행 부행장이던 고려대 후배 장승철씨를 금융지주의 또 다른 축인 하나대투증권 대표로 스카우트했고, 2010년 하나다올신탁을 인수하며 역시 고려대 출신 이병철씨를 대표에 앉혔다.
우리금융지주 이팔성 회장 역시 우리금융지주 내 핵심 계열사로 부상한 우리투자증권 사장에 PCA투자신탁운용 사장이던 고려대 후배 황성호씨를 스카우트해 우리금융그룹 내에 상대적으로 부족한 고려대 금융 인맥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은행, 증권, 자산운용, 보험사 등의 금융 전 부문에 걸쳐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 금융지주사를 움켜쥔 이들 3인방은 고려대 출신 후배들을 금융지주 내 핵심 요직으로 발탁하며 고려대 금융 인맥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2월 30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인사로 신한은행의 수장이 된 서진원 행장 역시 은행권의 대표적 고려대 금융 인맥이다. 서 행장의 발탁에 대해 금융가 일각에서는 신한금융이 내분 사태로 금융당국과 껄끄러웠던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당국과 비교적 잘 소통할 수 있는 고려대 출신의 서 행장을 선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기획재정부 1차관을 거친 재경부 관료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수출입은행장을 맡았던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고려대 금융 인맥의 핵심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중 김승유 회장을 빼곤 모두 MB정부 출범 후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자리에 올랐다. 김승유-어윤대-이팔성-서진원으로 이어지는 은행권에서 고려대 출신 외에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이는 것이 2011년 대한민국 금융가의 모습이다.
고려대 금융 인맥 좌장, 김승유 회장
증권가와 자산운용업계로 파고든 고려대 출신 인사들 역시 MB정부 출범 전인 2007년 이전에 비해 증가했다. 현재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CEO급 수장으로 있는 고려대 출신 인사는 총 13명(증권사 9명, 자산운용사 4명)에 이른다. 이들 13명의 증권·자산운용업계 고려대 인맥들 중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우리투자증권의 황성호 대표다. 우리투자증권 사장으로 옮기기 전까지 PCA투자신탁운용 사장이자 PCA그룹 아시아지역 자산운용사업부문 부대표를 맡을 만큼 실력을 인정받던 이가 황 대표다. 황성호 대표는 고려대 선배인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스카우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국증권 장옥수 사장과 동원그룹 사주(社主) 일가인 한국투자증권을 이끌고 있는 김남구 부회장(한국투자금융지주 사장 겸직)과 유진그룹 사주(社主) 일가인 유진투자증권 유창수 부회장 등도 대표적인 증권·자산운용업계 고려대 금융 인맥이다.
사실 고려대 금융 인맥 중 증권·자산운용계를 대표하는 이는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이다. 고려대 경영학과 78학번으로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국내 최상위권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로 끌어올린 박 회장은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금융계 거물이 된 인물로, 이명박 정권 이후 등장한 고려대 인맥과는 발탁이나 성장배경이 많이 다른 인물로 분류되고 있다.
이들 외에 증권·자산운용업계 고려대 금융 인맥으로는 LIG투자증권 유흥수 사장, 유화증권 윤경립 회장, 마이다스자산운용 최재혁 대표, 하이자산운용 유승록 사장, 한국투자신탁운용 정찬형 사장이 있다.
증권·자산운용업계의 고려대 출신 CEO급 인물의 수는 금융지주와 은행에 비해 많은 13명에 이르지만 업계에서 이들의 무게감과 영향력은 금융지주와 은행에 비해 크지 않다고 한다. 한 시장전문가는 “정치력과 전문성의 차이 때문”으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사기업이라 할지라도 금융지주와 은행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입김에서 자유롭기가 쉽지 않은 업종입니다. 사실 고도의 전문성보다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정책과 의지가 많은 부분을 좌우하는 게 현실이지요. 아니라는 이도 있지만 인사 역시 정부나 금융당국의 의중이 많이 개입되는 곳이 금융지주와 은행입니다. 그러다보니 금융지주와 은행의 CEO급 수장과 요직은 정권과 친분이 있거나 밀접한, 힘깨나 쓸 수 있는 실세가 차지하는 모양새를 띠게 됩니다. 이에 반해 사기업 중심으로 성장해 온 증권·자산운용사의 경우 시장의 움직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지요. 시장에 대응하기 적합한 인물이 CEO급 수장과 요직에 선임되는 경향이 큰 이유입니다. 결국 금융지주나 은행은 전문성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정치력이, 증권·자산운용업계에는 전문성이 발탁의 배경이 되는 겁니다.”
금융가의 또 다른 축인 보험계의 경우 고려대 출신 인맥으로는 대한생명 차남규 사장과 메트라이프생명 김종운 대표, 한화손해보험 권처신 고문이 있다. 금융당국 쪽 고려대 출신 금융 인맥으로는 금융위원회 최종구 상임위원과 한국은행 박원식 부총재보, 한국거래소 김봉수 이사장 등이다.
특유의 집단성과 응집력
고려대 출신 금융권 인사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급격히 수가 늘어난 때문만은 아니다. 고려대 특유의 집단성과 응집력이 논란거리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벌어진 개인신용평가사 KCB (코리아크레딧뷰로) 김용덕 사장 3연임 시도는 고려대 금융 인맥들의 무리수를 보여준 한 예가 되고 있다. 지난 1월 24일 KCB는 고려대 출신의 현 사장인 김용덕씨가 9개 주주사(社)가 참여한 두 차례의 이사회 표결로 3연임에 성공했다는 발표를 했다. 하지만 3연임 성공 발표가 있은 지 채 한 달이 못돼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당시 사장 선출을 위한 표결에서 김용덕씨가 자기 계열인 부사장과 함께 직접 표결에 참여해, 후보가 스스로에게 표를 던지는 황당한 해프닝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상대였던 홍성표씨를 5 대 4 한 표 차로 누르며 3연임에 성공했지만 이 내용이 알려지자 불공정 문제가 대두됐고 결국 금감원까지 조사에 나서자 김 사장은 2월 16일 사퇴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 해프닝의 뒤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고려대 금융 인맥의 응집력이 도사리고 있었다. KCB의 주주사는 ‘서울보증보험, 현대캐피탈, 농협, 한기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삼성카드’ 등 아홉 곳이다. 이들의 투표결과가 흥미로웠다. 서울보증보험, 현대캐피탈, 농협, 한기평, 신한은행 5개사는 홍성표씨에게 표를 준 반면 우리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삼성카드 4개사는 김용덕씨에 표를 주었다. 김용덕씨 본인, 그리고 김용덕계인 현직 부사장까지 해서 김용덕씨는 6표를 받았다. 김용덕씨에게 표를 던진 우리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의 실질적 수장은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어윤대 KB금융 회장으로 모두 김용덕씨의 고려대 선배다. 결국 고려대 선배가 회장으로 있는 주주사들이 김용덕씨에게 표를 몰아준 꼴이다. 고려대 인맥의 영향력이 적거나 없는 나머지 금융사들은 홍성표씨에게 표를 줬다. 당시 KCB 사장 선출에 관여한 한 인사는 “인맥을 무시할 수 있겠냐”는 말로 고려대 금융 인맥의 응집력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무리한 인사 구설 오르기도
고려대 출신 금융 인맥을 둘러싼 인사에서 가장 큰 논란을 낳은 것은 지난해 7월 KB금융지주 회장 인선이었다. 당시 KB금융지주 회장직을 놓고 어윤대씨를 미는 MB정부·금융당국 내의 고려대 라인과 타 실세 라인들이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고려대 라인이 승리해 기업은 물론 금융사 경험이 전무했던 어윤대씨가 KB금융지주 회장에 올랐다는 것은 비밀 아닌 비밀처럼 금융가에서 얘기되고 있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당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KB금융지주 회장에 도전했던 이철휘 당시 자산관리공사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어 회장 이외의 KB금융지주 회장 후보들을 상대로 사퇴를 종용했던 인물로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있던 윤진식씨를 언급했다. 박 원내대표가 지목한 윤진식씨 는 고려대 경영학과 67학번으로 어윤대 회장의 직계 후배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국 KB금융지주 회장은 고려대 출신 어윤대씨에게로 돌아갔다.
어 회장과 고려대 금융 인맥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어 회장은 작년 7월 KB금융지주 회장직에 오른 바로 다음 달, KB금융지주 계열 KB선물과 KB부동산신탁 두 곳의 사장 선임을 단행하면서 “특정대학 출신의 인사 집중”이라는 금융지주 내부와 금융가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고려대 후배인 남경우씨와 손영환씨를 각각 KB선물과 KB부동산신탁 사장 자리에 앉혔다. 특히 국민은행 부행장 시절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파문의혹과 관련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던 남경우씨의 KB선물 사장 발탁에 대해 당시 금융가에선 ‘고려대 출신 어 회장이 무리수를 던졌다’는 시선이 많았다.
고려대 인맥의 인사 파워는 사실 어윤대 회장의 경우만이 아니다. 금융가의 상당수 사람들은 1999년 한빛은행(우리은행 전신) 상무이사를 끝으로 우리은행을 떠나 우리증권과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로 있던 이팔성 회장이 2008년 MB정부 시작 직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복귀한 것 역시 고려대 인맥 파워가 한몫을 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금융권의 상당수 관계자들은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고려대 금융 인맥의 좌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외환은행 M&A 등의 성과와 고려대 프리미엄을 토대로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한 김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면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과 어윤대 KB금융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으로 이어지는 3대 금융지주 중심의 고려대 금융 인맥이 더욱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고려대 vs 非고려대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려대 금융 인맥의 진짜 힘은 눈에 보이는 사장 선임 같은 인사가 아니라 금융사 M&A 등 금융사를 둘러싼 각종 이벤트에서 발견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건이 금융권에서의 고려대 힘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입김이 강한 국내 은행업계에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시중은행 M&A 시도는 이제껏 없었고,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지면 금융당국과의 마찰로 버텨내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런데 하나금융지주가 론스타와 금융당국조차도 모르게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했다. 우리 금융당국은 미국의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을 보고서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M&A를 알았다고 한다. 기존 금융가의 상식을 깬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지주를 향해 아무런 제스처를 취하지 않는 것이 놀라울 뿐이라는 게 금융가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최근의 신한은행장, 우리금융지주, KCB 등 몇몇 금융권 인사에서 ‘고려대 VS 비(非)고려대’의 구도가 주목받았지만 우리은행 등 앞으로 있을 금융권 인사에서도 이 구도는 재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오는 3월 이후 하나금융지주, 하나은행, 우리은행, 광주은행, 경남은행은 물론 금융감독원장 선임까지 금융계의 핵심 수장 인선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고려대 인맥이 여기서 과연 얼마의 승률을 올릴지 벌써부터 금융가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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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에라이 감옥에 쳐 넣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