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31일 ‘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이른바 양특검에 관한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논의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과정과 명분을 쌓지 않으면 ‘대통령 거부권’이라는 문턱에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미 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이와 관련된 질의에 “정의당은 특검법을 추진할 때 그 과정상의 국회 절차를 제대로 밟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계속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상임위원회에서 마땅히 다뤄져야 하는 법안인데도 계속 특정 정당이 이를 거부하고 반대한다면 이를 패스트트랙으로 가져갈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과정과 명분을 쌓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패스트트랙으로 바로 가게 된다면 대통령 거부권이라든가 문턱에 걸릴 수 있다”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을 정도의 명분을 쌓아나가는 과정의 첫 단추가 열렸고, 국민의힘을 훨씬 더 압박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정의당은 법사위에 ‘50억 클럽 특검법’을 상정해줄 것을 여당에 요구한 바 있다. 이는 해당 법안에 대해서는 정의당 안으로 패스트트랙을 지정하고, ‘김건희 특검법’은 민주당 안으로 추진하자는 박홍근의 제안을 거절한 것이기도 하다.
이정미 대표는 “박홍근이 ‘왜 정의당이 민주당 안을 안 받고 국민의힘을 쫓아갔냐’는 말을 했다. 정말 전형적인 양당 중심 사고”라며 “정의당이 국민의힘을 쫓아간 것이 아니라 이제까지 특검을 계속 거부해왔던 국민의힘이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도록 끌어낸 과정”이라고 언급했다.
특별검사 후보 추천 권한에서 민주당이 빠져야 한다는 기존 입장도 고수했다.
이정미 대표는 “국민의힘은 당연히 곽상도 의원 건으로부터 이것이 출발된 일이기 때문에 제척 대상이 되는 것이고, 민주당도 50억 클럽 관련자들 안에 전직 시의원이 연루돼 있고 여러 제척 사유가 있다”고 발언했다.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서는 “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한 바가 없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얼마 전에 법안도 발의했다”며 “민주당 일부 의원도 공동 발의에 참여했다. 이 법안을 가지고 국회 안에서 논의 절차를 밟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국회에서 이뤄진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 체포동의안 가결 결정에 대한 발언도 이어졌다.
이정미 대표는 “예상보다 찬성안이 너무 적게 나왔다”며 “무기명 투표 뒤에서 의원들끼리 결국은 제 식구 감싸기를 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이어 진행자가 ‘200표 이상은 나왔어야 하나’라고 묻자 이정미 대표는 “그렇다”고 답했다.
또 이재명에 대한 체포동의안과 관련해서는 “정의당의 기본 입장은 기본 원칙대로 표결에 임하는 것”이라며 “민주당 입장에서는 굉장히 여러 가지로 곤혹스럽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박홍근 “내주까지 쌍특검 심사 끝내야” 정의당 압박
박홍근 (더불어민주당)이 “양 특검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대다수 국민은 정의당에게 언제까지 검찰과 국민의힘 선의만 믿고 지켜볼 건지 묻는다”고 압박했다.
박홍근은 3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음 주까지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양 특검법 심사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어제 법사위에선 50억 클럽 특검법만 상정됐으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특검 추진 의지가 없다는 건 정의당도 확인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정의당이 21대 국회 안으로 특검을 도입하겠다는 황당한 시간표를 언급해 그 진정성이 의심되긴 하지만 타임테이블이 있고, 패스트트랙도 카드로 공언한 걸 마지막으로 주목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당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라도 양 특검법을 신속처리안건으로 하루빨리 지정해야 한단 점을 정의당도 모를 리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의당의 너무 늦은 결단이 결국 양 특검 무산이라는 민심 역행으로 귀결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라고 했다.
이는 대장동 및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쌍특검’ 패스트트랙 처리 공조를 정의당에 재차 촉구한 것이다. 정의당은 두 특검을 별도 경로로, 법사위 절차를 밟아 처리해야 한단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박홍근은 검찰이 박영수 전 특검 상대 강제수사에 나선 데 대해선 “부실수사 공분과 50억 클럽 특검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자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척 시늉한다”고 비난했다.
또 “하필 법사위에 특검법이 상정된 날 딱 맞춰 들이치니 타이밍이 기가 막힌다”며 “검찰에 50억 클럽 수사는 필요할 때마다 빼 쓰는 여론무마용 카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