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 제가 유치장에 있다고 전화 오면 다 저 새끼 때문인 줄 아세요. 서둘러 놈의 손을 붙들고 밖으로 나가자 왜 나오냐며 나한테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정말 이 새낀 뇌도 짐승인건가
“밥이나 먹으러 가자”
한숨을 쉬며 말하자 놈은 밥이란 말에 또 좋다며 자기가 앞장 서 걷기 시작했다.
“야 늙은이처럼 한숨 쉬지 마라. 삼겹살 좋아해?”
“별로.”
“난 좋아해”
놈은 내 손목을 잡곤 삼겹살집으로 들어갔다. 짜증난 표정으로 놈을 쳐다보자 고기나 구우라며 집게를 내 손에 쥐어주었다.
“내기 내가 이긴 거 맞지?”
“너가 나 끌고 나왔잖아”
“너가 먼저 악 질렀잖아! 팝콘까지 업고!!”
“맞다. 깜빡한 거 가지고 뭘 그래. 큰소리로 말하지 마. 쪽팔리니까”
‘영화관에서 난 안 쪽팔렸겠냐?’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참았다. 밥 먹을 땐 개도 건드리지 말라고 했다. 놈이 우악스럽게 쌈을 싸 입에 집어넣는 걸 보고 있자 그걸 다시 빼 쳐다보지 말라고 하곤 다시 넣는다. 더러운 놈.
“야, 너 고기 먹을 줄 몰라?”
고기만 하나씩 집어 먹고 있자 놈이 말했다. 내가 지금 먹고 있는 건 고기가 아니니? 놈은 쌈을 싸 내게 내밀었다.
“입 벌려”
“내가 먹을게. 줘”
“빨리 벌려. 내가 벌린다?”
“그냥 너 먹어”
물을 마시려는 찰나 놈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내 쪽으로 왔다.
“벌리라고 했지”
놈은 내 볼 양쪽을 힘주어 누르곤 내 입속으로 고기를 쑤셔 넣었다. 얼마나 크게 싼 건지 입술 옆이 아려왔다. 등을 아무리 쳐봐도 헛수고. 놈은 기어코 내 입에 쌈을 넣어주었다.
“그러게 그냥 입 벌렸으면 얼마나 좋아. 나도 싸줘”
내가 널 왜 싸줘? 싫다고 말하려 했지만 입에 고기가 가득 있어 말하는 건 불가능 했다. 놈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이자 인상을 구겼다.
“싸줘!!!”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놈 때문에 식당 안 사람들이 모두 우릴 쳐다보았다. 난 또다시 일어나 죄송하다며 고갤 숙였고 놈은 날 멀뚱히 쳐다보았다.
“죽을래, 너?”
“싸줘 빨리”
“니가 싸먹어”
“나도 싸줬잖아. 또 소리 지른다”
난 싸달라고 한 적 없어. 내가 상추를 집어 들자 그때서야 놈은 인상을 풀었다.
“혹시라도 고추나 마늘 엄청 넣는다던지 쌈장만 엄청 넣는다던지 그딴 짓 하면 죽는다.”
놈은 내 생각을 꿰뚫어 본걸까. 고추를 집으려했던 젓가락 멈췄다. 그리곤 난 그런 거 생각도 한적 없어요. 라는 의사표현을 위해 놈에게 웃어주었다.
“아 해”
“그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이런 미친놈. 내가 멍하니 쳐다보자 놈은 말했다.
“그럼 최선이네요. 먹여주세요”
티비 중독 피해자 여기 있네. 벌리고 있는 놈의 입에 고기를 깊숙이 쑤셔 넣었다. 그러자 놈의 목젖을 건드렸는지 눈물까지 맺혀가며 콜록댔다.
“괜찮아? 물마시면서 먹어”
물 잔을 건내자 놈은 날 째려보며 뺏어가듯 가져가 벌컥벌컥 마셔댔다. 쌤통이다.
“야”
“왜”
“넌 무슨 고기를 그렇게 예쁘게 먹냐”
저건 또 무슨 소린가. 있는 대로 인상을 쓰고 날 계속 쳐다보더니 고작 하는 말이 저거다.
“야”
“또 왜!”
“나 니 입술 한번만 만져 봐도 되냐?”
“변태새끼”
정말 말이 안 나온다. 예쁘다고 하더니 이번엔 입술을 만져본다고 하다니. 정말 미친놈 아닌가. 기분 나빠하는 내 표정은 보이지도 않는지 계속 한번만 만져보자며 손을 뻗는다.
“만지지마 진짜”
놈이 손을 뻗을 때마다 요리조리 피하자 놈은 짜증난다며 빠른 속도로 고기를 먹어댔다. 작업맨트는 여자한테 해야지 왜 나한테 하고 난리야?
“야, 나 다 먹었어. 가자”
“나 아직 다 안 먹었는데?”
“난 다 먹었다고. 일어나”
뭐 때문에 심통이 난 건지 놈은 날 두고 나가버렸다. 놈이 가게 문을 열고 나가는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차 싶었다. 당한건가
“얼마에요?”
“오만원입니다.”
나 일인분도 안 먹은 거 같은데 도대체 얼마나 먹어 댄 거야? 계산을 하고 화가나 가게 문을 열고 나가 씩씩거리며 놈을 찾았지만 놈은 안보였다. 주변 골목을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놈의 뒷모습이 보였다.
“야!!”
“나왔냐?”
놈이 날 돌아보았다. 하지만 바로 고개를 돌려 바닥만 보고 있었고 날 신경 안 쓰는 듯 했다.
“너 처음부터 사 줄 생각 없었지!”
“이리 와봐.”
내가 하는 말을 듣고 있는 건지 안 듣고 있는 건지 계속해서 바닥만 보며 손을 까딱거렸다. 놈의 옆으로가 바닥을 보았다.
“뭐야. 고양이?”
“너네 집 이거 키울 수 있어?”
“이거가 뭐냐. 응. 키울 수 는 있지”
“그럼 데려가”
“뭐래. 싫어 귀찮게.”
“겨울인데 불쌍하잖아. 데려가”
“너가 데려가면 되잖아.”
“우리 집 못 키워.”
그리곤 놈은 고양이를 들어 내 품에 안겨주었다. 으 냄새.
“너 이름 뭐야”
“나? 달”
“달? 외자야?”
“응. 야, 고양이 냄새 나”
“집에 가서 씻겨. 고양이 이름 달자라고 해”
“달자?”
“응. 딴 걸로 하면 죽는다.”
왜 달자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내가 계산한 걸 깜빡할 뻔 했다. 있는 힘껏 인상을 쓰고 놈을 노려보자 놈은 날 같이 노려보았다.
“뭘 봐. 쪼그만 한 게”
“너 왜 먼저 내기하자 해놓고 약속 안 지켜?”
“줄게. 나중에”
나중에 볼 일도 없을 텐데 주긴 뭘 줘. 오늘 이후로 연락 안할 거 뻔히 다 알아.
“눈 감아봐”
“눈은 왜?”
“아무튼 감아. 내가 뜨라하면 떠. 알았지?”
놈은 내 말을 순순히 들어주었다. 눈을 감고 있는 놈의 얼굴을 보자 웃음이 나왔다. 그리곤 놈의 눈앞에 손을 흔들어 꼭 감았는지까지 확인했다. 그럼 가볼까? 놈을 뒤로 한 채 도로로 나가 택시를 잡았다. 택시 문을 열곤 아직도 눈을 감고 있는 놈을 쳐다보았다.
“야! 눈떠 이 짐승아!”
놈은 눈을 떠 날 바라보았다. 택시를 잡고 있는 내가 당황스러운지 아무 말 하지 않고 날 멍하니 바라보았다.
“뭐? 짐승?!”
“그래! 너 진짜 짐승 같아! 하는 짓도! 너 덩치도! 아무튼 우리 또 다시 보는 일 없게 하자! 잘가!”
놈이 발걸음을 떼는 동시에 서둘러 택시에 올라탔다. 내가 오늘 쓴 돈의 복수라고 치기엔 별 거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달자야 형이 지금 기분이 너무 좋다!”
“학생! 택시에 동물 데리고 타면 안돼!”
아저씨가 앞 거울로 날 보더니 갑자기 택시를 도로가에 세웠다. 이러면 안되는데!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아저씨 죄송한데 그냥 가주시면 안돼요? 어차피 작은 건데”
“안돼. 빨리 내려”
택시 문을 천천히 열었다. 난 이제 어떻게 되는건가. 내려서 그닥 멀리있지 않는 놈을 바라보았다. 놈은 날 보며 오라며 손짓했다. 가면 내가 병신이지! 놈이 날 보며 손짓을 하는 걸 애써 외면한 채 달렸다. 무조건 놈에게서 벗어나야했다.
“어디가?”
놈이 어디로 왔는지 갑자기 옆 골목에서 튀어나왔다. 아 신이시여.
“나.. 나 잡아봐라!”
첫댓글 제 아디가 나왔군요ㅋㅋ 저도 tv중독피해자입니다ㅋㅋ
댓글감사합니당♥ 주원앓이.. 시가다음주에끝나나요?ㅜㅜ슬픔
하는짓 진짜 귀여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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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둘다 완전 귀여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재미있닼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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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입니까?? 확실해요?? 그렇군요.. 점점 흥미로워집니다.. 다음편 완젼기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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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입니까? 확실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