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씻고 세상 일 듣지를 말자
피에 젖은 아우성
저마다 가쁜 呼吸을 지키기 위해
사나이는 모름지기 곡괜일 들고
女子여, 너는……
稅吏도 배고파 오지 않는 곳
낮거미 집을 짓는 바람벽에는
썩은 새끼에 시래기 두어 타래……
가난! 가난! 가난 아니면
고생! 고생! 고생이랬다
丹頂鶴은 야위어 천 년을 사네
聖人에게 가는 길은 寡慾의 길
밭고랑에서 제 땀방울을 거둬들이는
支那의 한 꾸리(苦力)와 같이
歲月을 목에 감고 견디어 보자
가만히 내 畵像을 들여다본즉
이렇게—언구렁창에 내던져 마땅하리라
눈으로 눈이 들어가니
<눈물입니까><눈물입니까>
요지경 같은 세상을 떠나
오늘도 나는, 누더기 한 벌에 바리때 하나
눈포래 윙윙 기승부리고
사람 자국이 놓인 적 없이
흰곰만 아프게 소리쳐 우는 저,
天山北路를 넘는다
김관식 <가난 禮讚>
https://youtu.be/Lw1_GXU_rAQ
술꾼이라면 알아야 할 주도(酒道)
1, 부주不酒- 술을 아주 못 마시지 않으면서도 마시지 않는 사람
2, 외주畏酒- 술을 마시면서도 마시는 술을 겁내는 사람
3, 민주憫酒- 술을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지만 술에 취하는 걸 민망 하게 여기는 사람
4, 은주隱酒- 술을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까워서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
5, 상주商酒- 술을 마실 줄도 알고 아주 좋아하면서도 잇속이 있을 때만 술을 사는 사람
6, 색주色酒- 성생활을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
7, 수주睡酒- 잠이 오질 않아 잠을 자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
8, 반주飯酒- 밥맛이 있도록 술을 마시는 사람
9, 학주學酒- 술의 진경眞境을 배우는 사람(酒卒)
10, 애주愛酒- 술을 취미로 맛보는 사람(酒徒)
11, 기주嗜酒- 술의 진미에 빠진 사람(酒客)
12, 탐주眈酒- 술의 진경을 채득한 사람(酒豪)
13, 폭주暴酒- 주도酒道를 수련하는 사람(酒狂)
14, 장주長酒- 주도 삼매三昧에 든 사람(酒仙)
15, 석주惜酒-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酒賢)
16, 낙주樂酒- 술을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酒聖)
17, 관주觀酒-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는 없는 사람(酒宗)
18, 폐주廢酒- 술을 너무 많이 마셔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涅槃 酒)
졸저 중---
조지훈은 주도유단酒道有段에서 ‘부주, 외주, 민주, 은주는 술을 모르는 사람들이요. 상주, 색주, 수주, 반주는 목적을 위하여 마시는 술이니 술의 진체眞諦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학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써 주도 초급을 주고 주졸酒卒이란 칭호를 줄 수 있다. 반주는 2급이요, 차례로 내려가서 부주가 9급이니 그 이하는 척주斥酒 반反 주당들’이라고 칭했다.
그러니 어지간한 술로는 명함조차 내밀기가 어렵고 적어도 학주정도는 되어야 술꾼이라고 할 수 있으니 술로써 술을 얘기하며 술을 논하려다간 여간 곤경에 처할 수가 있다. 하긴 세상이 바뀌어 술을 논하며 살다간 당장 쪽박 차기 십상일 텐데, 겨우 30여년의 세월에 낭만이나 멋이 사라진 술자리의 구석진 의자에 앉아 박인환이나 김관식을 추억한다는 것 또한 무불불통이다.
어쨌거나 김관식은 매일, 밤이고 낮이고 간에 술을 마셨다. 자하문 밖에서부터 한 집 건너 한잔 마시고 두 집 건너 두잔 마시고 세 집 건너 세잔마시고, 세검정 누옥까지 가는 동안 모든 술집을 섭렵했다. 그렇게 마시다보면 몸은 의식을 잃고 허우적거린다. 그땐 별수 없이 삯을 주고 장정의 지게에 태워져 집엘 갔다. 졸저 '시인열전' 중 김관식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