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김활란, 교육위해 어쩔 수 없이 친일?
뉴라이트 교과서 집필자 “현대사도 민주화 중심 문제”… 한철호 “인식, 우려스러워”
입력 : 2013-06-05 10:44:32 노출 : 2013.06.05 10:44:32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뉴라이트 성향의 역사교과서가 최근 국사편찬위원회 검정 본심사를 통과하면서 친일과 독재 등에 면죄부를 주는 역사교육이 이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교과서를 집필한 공주대 이명희 역사교육과 교수는 “가능한 주관적인 평가나 해석은 넣지 않고 사실 중심으로 서술하자는 방침으로 교과서 집필에 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김성수(동아일보·고려대 창립자), 김활란(이화여대 창립자) 등의 친일행적에 대해 “당시에 학교를 운영한다고 하는 것은 일제에 협력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부분이 있었다”며 친일행적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뉴라이트 성향 교과서의 관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교수는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뉴라이트 성향 교과서도)일제강점기에 대해 ‘일제 침략’과 ‘우리 민족의 저항’이라는 큰 도식은 그대로 되어 있지만 당시에 우리 민족이 어떻게 살았는가. 특히 우리 민족이 경제나 교육, 문화에서 어떠한 성취를 했는지도 서술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광복 직전 상황에 대해 지금까지는 대체로 건국준비위원회나 국토수복을 위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노력 중심으로 서술 되었는데. 우리 교과서는 틀은 차이가 없지만 국내 민족주의 세력이 광복 직전의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처신했는지를 함께 서술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현정 앵커가 김성수·김활란 등에 대한 친일행적 문제를 제기하자 “(그들이)학생들에게 전쟁에 협력하라는 글을 쓴 논란을 포함하면서 우리 민족의 입장에서 노력한 부분도 같이 서술해 당시 실력양성운동을 전개하던 민족주의 세력이 어떠한 노력을 했고 사실이 어땠는지 서술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당시 이화여전이나 연희전문(현 연세대)은 학교를 지키는 대신 일제의 침략전쟁에 일부 협력했지만 당시에는 선택의 하나였다”며 “학생들에게 연희전문이나 이화여전이 (일제강점기에도)학교를 운영했고 그 과정에서 일제침략에 협력했다는 사실 정도는 학생들이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는 입장에서 서술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행 역사교과서에 대해 “일제시기 역사를 서술하는 데 있어 일제의 침략과 우리 민족의 저항이라는 양분법으로 돼 있어 독립운동 외 나머지 부분들이 굉장히 소략하게 서술되거나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며 “광복 이후 현대사에서도 너무 민주화운동사 중심으로 서술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 지난 2008년 발간된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중
ⓒCBS노컷뉴스
한편 이날 같은 라디오에서는 기존 역사교과서 집필진인 동국대 한철호 교수가 인터뷰를 통해 이 교수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 교수는 “우리 교과서가 이분법적으로 한쪽만을 써서는 통과가 안 되게 돼 있다”며 “식민지배의 양면성은 다 써 있고 (발전의 한편에서)공장 여성 노동자들이 하루 10시간 이상 되는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었거나 도시에서 아주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었던 사람들에 대해서도 기술돼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 교수의 친일부역 교육자들에 대한 발언에 대해 “우리가 우려한 바가 바로 그런 인식”이라며 “끝까지 신사참배를 거부해 폐교당한 숭실대도 있는데 그럼 어느 것이 진짜 교육자로서 해야 될 일인가를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학생들에게 우리나라를 침략한 일본을 위해 ‘충성을 바쳐라, 목숨을 바쳐라’ 이렇게 하는 것이 교육기관이 해야 될 본질인가”라며 “교육자들이 스스로 현실과 역사를 왜곡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목숨을, 그것도 국가와 민족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을 침략한 나라를 위해 내던지라는 것이 교육자들이 해야 될 일인가”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현대사에서도 해방 이후 결성한 눈부신 업적 중 하나가 민주화고. 산업화라는 두 측면이 다 들어가 있다”며 “오히려 저쪽이 친자본주의고 경제성장에만 초점을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어 “저(뉴라이트)쪽은 박정희, 이승만 독재에 대해서도 오히려 경제성장이 훨씬 더 (독재를)커버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