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파리가 문화의 중심이자 예술의 도시로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역사적으로 볼 때 태양왕 루이14세부터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 시절에는
베르사이유 궁전이 건립되었고 궁전에서 만들어지고 전파된 많은 패션 양
식이나 새로운 유행들이 각나라 왕정이나 사교계에 모범으로서 자리잡았
다고 한다. 이러한 귀족들로부터 시작된 새로운 문화 양식이 민간 계층에
서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영향을 받아서 파리는 오
래 전부터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 알려져 왔다. 일찍이 자신들을 아나키
즘 적 보헤미안으로 일컬었던 많은 예술가들이 파리에 둥지를 틀었고 몽
마르뜨 언덕 아래에서 예술의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많은 자생적 풍토
를 파리는 그들에게 제공해 주고 있었다. 특히 피카소나 살바도르 달리같
은 화가들 뿐 아니라 생땍쥐뻬리를 비롯한 세계가 알아줄 만한 작품들을
남긴 작가들의 쉼터로서 그리고 자유와 낭만을 공기같이 숨 쉴 수 있는
보헤미안들의 도시로서 존재해왔기에 많은 화가나 작가 지망생들로부터
자유와 낭만의 이상향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것도 지금까지 변하지 않
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들이 파리가 가지고 있는 양지로서
의 면모라면 자유가 넘치면 방종이 되듯이 이러한 자유와 낭만이 자칫 퇴
폐적 분위기의 도시로 만들어온 것도 파리가 가지고 있는 음지로서의 면
모라는 사실을 물랑루즈는 영화 속에 보여지는 화려하고 색정적인 춤이
나 음침한 도시의 화려하면서 퇴폐적인 분위기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영화 물랑루즈는 바로 이러한 파리의 양지적인 면모와 음지적인 면모 둘
다를 보여주는 사랑에 관한 뮤지컬로서 알싸한 가을의 향취와 함께 우리
에게 익숙한 팝송들의 메들리 속에서 오랜만에 뮤지컬의 흥취에 젖어볼
수 있는 기회를 관객들에게 제공하는 영화라고 소개하고 싶다.
물랑루즈의 줄거리는 파리는 죄악의 도시라는 보수적인 아버지의 의견을
묵살하고 파리에 작가의 꿈을 가지고 상경한 자칭 보헤미안 혁명의 아들
이라는 크리스티앙과 춤과 웃음 그리고 심지어 몸까지 자신을 상품화시키
는 물질 지상주의자 샤틴과의 짧지만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이다. 결국
샤틴이 폐결핵 말기로 숨을 거두는 비극적 사랑으로 끝나지만 영화는 결
코 비극적이지 않다. 주인공 크리스티앙이 기억하는 사랑의 무게가 둘이
나눈 사랑의 추억을 결코 비극으로 기억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물랑루즈에서 상당히 독특하게 느꼈으며 영화의 백미로서 손꼽을만
한 장면을 들자면 샤틴의 방과 통해있는 건물옥상에서의 샤틴과 크리스티
앙의 환상적인 만남이 이루어지는 장면일 것이다. 아마도 이 부분의 장면
이 관객들이 가장 로맨틱하고 환상적으로 느껴졌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부
드럽게 펴지는 안개다리가 너무나 환상적이었고 달님이 부르는 오페라는
프랑스 감독 쥬네형제가 보여주었던 환상적 이면서 판타쥐적인 공간의 연
출이 연상되는 장면이었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샤틴은 다이아몬드는 나의 친구라며 물질지상주의의
신봉자임을 자처하고 있지만 남자주인공 크리스티앙을 만나 사랑에 눈뜨
고 자신의 죽음이 임박해 왔음을 깨달았을 때 물질이나 그 밖의 모든 것
을 초월할수 있는 단 한가지는 사랑뿐임을 깨닫는다. 이러한 이야기 구성
은 사랑영화가 가지고 있는 흔해 빠진 이야기의 전개 방식이었기에 약간
식상한 면이 있었지만 니콜이 보여주였던 열정적이면서 매혹적인 샤틴의
역할 소화는 훌륭히 완성해 내었다고 보여진다. 또 순진해 보이는 이완
맥그리거의 순백의 사랑도 아이오브 비홀더에서 보여주었던 맹목적인 사
랑의 완성을 보여주는 듯 했었기에 배우들의 연기는 칭찬 할만 했던 것
같다.
물랑루즈는 내용은 비극적이지만 그러한 비극적 사랑을 추억이라는 아름
다운 기억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사랑에 관한 대부분의 뮤지컬들
이 그렇듯이 여주인공이 죽는 비극적 결말의 정서가 그렇게 극한적인 슬
픔으로 다가오지 않으며 뮤지컬이 가지는 장르적인 특성때문인지도 모르
지만 주인공들의 보여주고 있는 정화된 슬픔의 카타르시스가 결코 영화
의 느낌을 슬프게 만들지 않고 있다.
따라서 오랜만에 보는 뮤지컬 영화로서 물랑루즈는 그 재미와 배우들의
연기력 면에서 좋은 점수를 주어도 좋을만한 영화였고 결코 비극적이지
않는 영화 전체의 분위기가 마음에 쏙 드는 영화였다.
카페 게시글
▶영화해부학(감상문)
Re:[지크프리트]<물랑루즈>-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랑하고 또 사랑 받는 것이다...동감(텅)
●쪼꼬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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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1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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