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이쯤 되면 답이 나왔죠? 복습할 시간을 확보하려면 학원에 보내지 말아야
하는 겁니다. 아이가 스스로 자기 학습을 관리하는 능력을 초등학교 때 어느 정도라도 길러줘야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학원에 보내는 것보다 가정에서 복습 지도를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말씀드립니다. 선행학습은 더 말할 것도 없죠.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선행학습이 필요 없고, 또 해서도 안 된다는 점을 세 번째로 강조하고 싶습니다.
(65)
운전은 습관에 따라 해도 되지만, 수학은 하나하나 머리를 회전시키면서
사고를 해야 합니다. 똑같은 작업을 단순하고 지루하게 반복하는 식의 연산 학습은 머리를 나쁘게 할 뿐입니다. 한마디로 시간낭비입니다. 더욱이 이로 인해 아이들은 수학을 아주
지루한 과목, 쓸데없는 과목으로 여기게 됩니다. 이래서야
연산 훈련이 아이에게 득이 될 게 없겠죠.
(79)
이처럼 초등학교 때 배운 개념은 중*고등학교 때 다 쓰이게 돼 있습니다. 하찮아 보이는 구구단은 물론이고, 비, 비율, 넓이 같은 개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를테면 비율 개념은 미분으로 연결되죠. 하지만 아이들은 미분을
비율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비율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데다 중학교 과정 내내 비율 개념이 계속 나왔는데도 미분은 미분일 뿐 이를 비율 개념과 연결시킬 줄 몰라요. 그저 공식으로만 외우려 들죠. 그러면서 교사가 이를 이적하고 들면
짜증부터 냅니다. ‘문제만 잘 풀면 되지 왜 자꾸 개념을 물어?’ 싶은
거죠.
(103)
우리나라 같은 영어 환경에서는 ‘조기 교육’이 아닌 ‘적기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게 영어사교육포럼이 내린 결론입니다. 영어를 무조건 일찍 시작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모국어가 어느 정도 됐을 때, 이해력이 어느 정도 발달하고 동기 부여도 어느 정도 됐을 때 영어 교육을
시작하는 게 좋다는 거죠.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영어 교육을 시작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이 정도면 적절한 시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게 좋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요. 영어사교육포럼이 몇 년째 적기 교육을 주장했더니 조금씩 변화하는 것들도
보입니다. 영어 학습지로 유명한 한 사교육 업체도 요즘에는 “영어는
조기 교육이 아니라 적기 교육입니다.”라고 광고하고 있더라고요(청중
웃음).
(155)
예전에 한국을 방문한 핀란드인 교장과 한국 교사들이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그가
한국 교사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한 마디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의 선생님들은 굉장히 헌신적이다. 아이들을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수고한다. 부모님들도 대단히 헌신적이다.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그 사교육비를 다 대고 있더라. 그런데 여러분이
심리학을 공부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마음을 살폈으면 좋겠다. 어른들이
욕심은 많은데 아이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강의 앞부분에서도 얘기했지만, 아이들을 교육시키려면 근본적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해야 한다는 겁니다.
(166)
미국이 빠른 속도로 강대국이 된 데는 건국 초기부터 도서관을 중요하게 여긴 힘이 컸으리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미국 독립선언문의 기초를 작성한 제퍼슨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다더군요. “우리가
민주국가를 선포하고 건립했는데, 플라톤의 말처럼 민주정치라 중우(衆愚)정치로 빠지면 안 된다. 민주정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분별력이
있어야 하고,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배움이 있어야 한다. 배우기에 가장 좋은 곳은 도서관이다.”
(183)
저는 존 F. 케네디의 이 말을 참 좋아해요. “배움이 없는 자유는 굉장히 위험하고 자유가 없는 배움은 헛되다(Liberty
without learning is always in peril and learning without liberty is always in
vain.” 배움이 없는 자유는 굉장히 위험합니다. 배움이 없는데 자유만 좋아하는 사람들은
위험한 짓을 너무 많이 하죠. 반면에 자유가 없는 배움은 헛됩니다. 오히려
사람을 망가뜨리기도 하죠.
(264)
자존감 못지않게 중요한 것 한 가지가 자기효능감입니다. ‘나는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어’라는 자세를 갖게 하는 게 바로 자기효능감이죠.
이런 자기효능감을 키워주려면 집안일을 돕게 하는 등 어려서부터 가정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좋습니다. 아이가 앞으로 나아갈 때 불안해하지 않도록,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지 않는 것도 필요하죠.
이렇게 보면 아이가 초등학교 시기 부모라는 존재는 정말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은 아이들에게 신경을 써야 할 것이고요. 필요할 때는 조언을
하면서, 아이에게 닥칠 수 있는 위험을 줄여야 하겠죠. 무엇보다
감정적으로 아이를 내팽개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고요. 아이가 여러 상황에 대처하는 기술을 충분히
기를 수 있게끔 의미 있는 인생 경험도 많이 하게 해줘야 할 것입니다. 물론 초등 시기뿐 아니라 다른
모든 시기에도 이런 부모 역할이 필요하겠습니다만……. 한 가지, 여기서
많은 부모님들이 놓치곤 하는 게 아이에게 내면의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주는 일인 것 같습니다. 요즘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줬다 뺏었다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