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고민의 시작은 초등 고학년 때부터다. 초등 4학년 때부터 공부 때문에 슬슬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한다.
저학년 때는 특별히 예습, 복습을 하지 않더라도 유치원 때 배운 실력으로 그럭저럭 쫓아갈 수 있고 우열이 심하게 드러나지도 않는다. 그러나 각 과목의 난도가 높아지는 초등 4학년 때부터는 아니다.
노력한 만큼 공부를 잘하느냐 못하느냐가 결정된다. 또 이 시기에 어떻게 공부하느냐가 중ㆍ고등학교로 이어져 평생 학습을 결정한다. 소년조선일보는 ‘초등 고학년, 이것만은 잡고 가자’라는 제목으로 앞으로 3주간 주요과목별 학습법을 엮어 본다.
첫 회는 초등생이라면 가장 어려워할 ‘수학’으로 정했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공부하는 힘을 길러 보자.
◆초등 고학년 수학, 왜 어려울까.
초등 저학년 때까지는 좋아하는 과목 중 하나가 수학일 때가 잦다. 그러나 4학년이 되면 어렵고 싫어하는 과목 1순위로 꼽힌다.
이유가 무엇일까. 시매쓰수학연구소 조경희 소장은 “수학은 1ㆍ2학년 때 개념이 정확하게 잡혀 있지 않으면 새로운 개념을 이해하기 어렵다. 초등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단원으로 꼽히는 ‘분수’와 ‘도형’이, 4학년 때부터 나오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풀리는 문제가 나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라고 분석했다. 분수뿐 아니라 4학년 때부터 수 개념이 억, 조 단위까지 확장되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도형 역시 3학년 때까지는 개념만 살폈던 것이 넓이·부피 등 측정 영역으로 들어가고, 5학년이 되면 입체 도형까지 학습하게 된다. 단원 전개가 저학년과 비교하면 급속도로 빨라진다. 한신초 김성현 교사는 “초등 고학년 수학에서 나오는 모든 단원은 이후 중학교 학습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개념위주로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문제풀이식이 아니라 개념을 익히는 방향으로 점검해야 이후 학년이 올라가 심화 문제가 나와도 당황하지 않고 적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변화되는 초등 수학,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올 초 교과부는 앞으로 수학 교육 정책을 담아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수학 학습은 기존의 문제풀이 중심, 공식 암기, 계산 능력 위주의 학습에서 벗어나 실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내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학습 방식’으로 바뀐다. 김성현 교사는 “예를 들면 야구 경기 대진표를 놓고 확률과 경우의 수를 따져 본다거나, 아치 등 건축물 속에 숨겨진 수학적 원리를 배우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교과와 통합 및 연계한 학습으로도 바뀌고 있다. 사회 시간에 배우는 수요와 공급의 관계, 환율과 유가의 상관관계 등은 수학의 정비례·반비례 그리고 그래프와 함께 학습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음악 과목에서 음정과 리듬 속에 숨은 원리는 수학적인 규칙성 찾기나 자료 정리와 관련해 학습할 수 있다. 이처럼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의 핵심은 수학적 원리를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응용력, 사고력, 그리고 창의력에 중점을 둔다.
구몬학습교육연구소 이순동 소장은 “평소 수학 관련 책을 많이 읽어 배경지식을 쌓아두는 것이 좋다. 고학년 학생의 경우 수학 역사 또는 수학자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는 것이 도움된다”고 말했다.
예전 형과 누나가 했던 공부방식에서 벗어나는 것도 필요하다. 주입식, 문제풀이식 학습 습관을 버려야 한다는 의미다. 참고서 하나만 풀면 끝난다는 생각을 버리고 개념을 정확히 알고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조경희 소장의 얘기다.
“앞으로 평가 방식은 지속적으로 변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나아가는 방향이기 때문이지요.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시험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을 없애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간단한 문제나 쉬운 개념이라도 정확하게 알아야 이후 응용된 문제가 나와도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시험 준비 이렇게 하세요.
요즘 달라지는 수업 풍경 중 하나는 바로 중간ㆍ기말고사가 점차 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수시로 단원평가가 이뤄진다. 따라서 수시평가에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단 수시평가는 수행평가 또는 지필평가 방식으로 실시된다. 평소 학교 수업 시간에 했던 내용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수업 시간을 충실히 활용하는 것이 좋다.
지필고사의 경우, 서술형 평가가 30% 이상 나온다는 점도 놓쳐서는 안 된다. 요즘은 담임선생님별 서술형 평가를 수시로 보는 학교가 많아지는 추세다. 따라서 반별로 시험문제가 다르므로 수업시간에 선생님 설명을 꼼꼼히 듣는 것이 중요하다.
이순동 소장은 “서술형 문제는 개념을 익힌 뒤 교과서의 단원평가 문제와 수학 익힘책 문제를 빠짐없이 노트에 풀이과정을 적고 풀어 보는 식으로 연습하는 것이 좋다. ‘생각하기’, ‘활동1’, ‘약속’, ‘확인하기’,‘다지기’, ‘익히기’ 등 교과서에 있는 소제목을 중심으로 단계별로 풀어보면서 막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점검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Tip 박스>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고학년을 위한 수학공부법
①매일 어려운 문제를 하나씩 노트에 적고 풀어 본다. 단순히 식과 답만 쓰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과정을 글로 풀어서 써 본다.
②질문 노트를 만들어 매일 한 문제씩 수학에 관해 궁금증을 던져 본다. “왜”라는 말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문제를 해결할 때 적용해 본다.
③아는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연습을 해 보자. 친구들이나 가족에게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해결했는지 설명하면서 스스로 사고를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④수학 독후감이나 수학 일기를 써 본다. 수학 관련 도서를 읽고 하나의 수학적 원리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느낀 점을 적어 본다.
⑤고학년으로 갈수록 처음 접하는 수학적 개념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적당히 선행학습을 하면 도움이 된다. 그러나 무리하게 선행 학습을 하면 학습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