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공장의 퇴근시간이 되자 가방을 메고 부리나케 택시승강장으로 향했다.(왜냐고?)
시내에서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퇴근시간전까진 일과를 마친 후에는 평생교육원에 가서 강의를 듣고 내일 아침엔 2년마다 시행되는 건겅검진을 받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냐면...)
오후 늦게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다름이 아니라 다른 친구가 바다낚시를 다녀왔는데, 볼락을 많이 잡아서 시내 식당에서 그것을 안주삼아 한잔을 하자는 제의였다. 순간 눈이 번쩍 띄었지만, 그래도 전화를 받을 당시에는 '오늘 저녁엔 강의를 받으려 가야한다'고 제법 결의에 찬 목소리를 내었었다.
사실은 지난 주에도 그놈의 술땜에 강의를 빼어먹었고, 강사 선생님께서 카페에 들어오셔서 걱정까지 해주시는 바람에 미안하기도 하여 이번 주에는 반드시 수업에 참석하여야지 하고 결심을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고양이가 생선가게를 그냥 지나치랴? 볼락이 세차게 꼬리를 흔들며 도마위로 뛰어드는 것이 눈에 선하여 기어코 수업을 땡땡이 치고 말았다.
(그래도 술맛이 났었냐고?)
술맛은 이야기를 감추기로 하고, 그놈의 볼락맛은 가히 기가찰 노릇이었다. 비록 크기는 작지만 도톰하게 썰어놓은 것을 초장에 찍어 목구멍에다 넘기는 회맛이며, 불에다 잘 구워낸 볼락구이는 정말 먹어보지 않은 사람에겐 설명하기조차 힘드 든다.
요즘은 어느 다른 고기보다도 볼락의 인기가 좋다. 사실여부는 확인하기가 어렵겠지만, 볼락은 양식이 잘 되지 않는다는 말도 있었고, 그래서 귀하신 몸이라 맛도 더한다는 의미인지도...
오래 전, 다른 공장을 다닐때의 일이다. 아시안 게임을 하던 시절이던가? 그땐 섬머타임제도를 시행하고 있어서 오후 5시면 퇴근을 하였었다. 여름엔 해가 긴 철이라 5시면 한낮같았었다. 그래서 퇴근을 하고 삼천포 바닷가로 달려가 볼락낚시를 하였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도 직접 낚시를 하여 회를 처먹는 그 볼락의 맛은 한마디로 죽여주었었다.
땡땡이 애기가 나오니 초등학교 다닐적 생각이 떠 오른다. 그당시 6학년들은 상급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방과후 수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상급학교를 간다고 희망한 학생 중 동네의 한 친구와 나는 매일 방과후 수업을 받지 않고 땡땡이를 쳤다. 나는 그렇다치더라도 그 친구는 아버지가 당시 중학교 영어교사로서 교육자의 자식도 매일 땡땡이를 치는 재미로 살았었으니...
그런결과 나중에 중학교 입학원서를 쓰려는데 담임선생님께서 '너희들은 상급학교를 가기위한 수업을 받지 않았으니 원서를 써 줄수 없다'고 말씀하셨었다. 물론 끝까지 원서를 안써 주시지는 않았었고, 나는 그래도 매우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을 하였었더라는...(ㅎㅎ)
길을 걷는데 할머니 한분이 철길가에 솟아난 잡초들을 뽑아내고 계셨다. 나는 평소 그길을 거의 매일 지나치는데 벌겋게 녹슨 철길가에서 힘들게 자라난 나팔꽃이며, 잡초들을 보면 그들이 매우 소중하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작년에도 자갈속을 헤집고 어렵게 자라난 나팔꽃들을 누군가가 뽑아버려 아쉽다는 생각을 하였었는데, 바로 이 할머니가 뽑은 것이 아닌가 싶어 속으로 옛날사람이라 마음의 여유가 별로 없는 분이로구나! 하고 여겨졌다.
녹슨 철로와 그 쇳물에 얼룩진 자갈밭의 삭막함에 그 곁을 푸른 잎으로 가려주며 철보망에 기대어 가까스로 자라나는 잡초가 자랑스럽게 생각되었었기 때문이다.
하긴 잡초라 하면 나 자신도 지긋 지긋할때가 있었다. 주말농장을 하거나 개인적으로 밭농사를 짓다보면 거름을 주지않아도 무섭게 자라나는 그놈의 잡초를 보면 만정이 떨어지기도 하였다. 심지어 한여름철엔 일주일이 멀다하고 밭을 매어도 잡초를 당해내기가 어렵고 그래서 농사를 포기하는 사람도 있었으니...
(목적의식도 없이 땡땡이를 자주 치다보면 잡초인생이 되고마는 것일까?)
한편으론 할머니가 뽑아 길가에다 팽개쳐 버려지는 잡초들을 보며, 나 자신의 인생에서 나훈아의 노래처럼 한송이 꽃이어서 향기를 가진 것도 아니고, 이것 저것 아무것도 없는 어쩌면 이 사회에서 저러한 잡초에 지나지않을지도 모른다는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누군가에 의하여 잡초로 분류되어 이 사회에서 뽑힘을 당하여 팽개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가 없는 일이 아닌가?
다행이 이제 얼마남지 않은 공장생활을 마쳐갈때까지 뽑힘을 당하지 않고 버티어 오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고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지위를 이용하여 업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댓가를 받거나, 하급직원들이 승진을 바라며 봉투를 들고 찾아들게 처신하는 사람, 전문분야에서 고의적으로 상대방에게서 리베이트를 받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그래도 나는 이 사회에 직접적인 피해를 적게 주게 되어 그런대로 조금은 뽑아버리기가 망설여지는 잡초일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보게 되는 것이다.
첫댓글 뽈래기,,소금쳐서 구워 먹어도 맛이 일품이지요,,쐐주 한잔 곁들이면,,,흐미,,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