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도주예방은 무조건 신고가 답이네

[草隱]

교통사고 후 입원수속을 밟았어도 도주가 인정된 사례

교통사고는 무조건 신고를 해야 합니다(법 제54조 제2항). 미신고 시에는 30만 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법 제154조 4호).

아시다시피 인적사고의 경우에는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와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성명ㆍ전화번호ㆍ주소 등을 말한다. 이하 제148조 및 제156조제10호에서 같다) 제공”도 함께 취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위 괄호 내 “제148조 및 제156조제10호”는 인적사항 제공 예외규정으로 주, 정차된 차량만 손괴된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인적사항을 제공하지 않아도 되지만 신고는 해야 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판례에 의하면 ‘구호조치’와 ‘인적사항 제공’이라는 것을 별개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태도입니다.

상기 인적사항 부실제공과 관련하여 도주가 성립한다는 판결 경위를 보면 사고 후 피해자를 병원으로 데려갔으나 진찰이 부적절하므로 다른 병원으로 후송한 후 입원수속절차를 밟고 의사에게도 보험처리해 주겠다는 말을 하고 병원을 떠났다는 겁니다.

문제된 것이 ‘인적사상 제공’이 정확히 고지되지 않았는데, 대전지법 항소심(대전지법 2005. 10. 7. 선고 2005노960 판결)은, 사고 후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하여 사고자를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였다거나 도주의 범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5도8264 판결)이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이 ‘사고 후 조치’의 ‘인적사항 제공’은 피해자나 경찰관 등 교통사고와 관계있는 사람에게 사고운전자의 신원을 밝히는 것도 포함된다는 겁니다.

전기의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사고 후 입원까지의 조치는 인정하지만, 자신의 인적사항을 정확히 제공하지 않고 현장을 떠난 것을 이탈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또 대법원이 지적하고 있는 것 중에 최종적으로 가해자를 찾아 낸 것은 경찰의 탐문이었다는 점과 가해자가 사고 후 10시간 정도가 지난 후 신원을 밝혔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위 판결에 의하면, 사고 후 미신고는 단순 벌금의 문제가 아니라 특가법상 도주가 문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원심의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되는데 판결서에 적시된 사실관계를 보면 가해자가 이름만 대면 다 아는 회사 근무복을 입고 있었고 첫 번째 병원에서는 가해자가 누군지 아는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병원은 가해자와 아는 사이가 아닌 병원이었고 경찰이 가해자 확인에 나서자 자신의 연락처를 병원에 전달했다는 겁니다.

그래도 이러한 상황이라면 도주의 범의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 대법원은 ‘엄격한 문언주의’에 입각해서 도주를 인정한 것 같은 인상이 와 닿습니다만, 사건 내용을 전부 알 수 없으니 그렇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