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인들과 모인 자리에서 재미있으면서도 나름 울림이 있는 건배사를 들었다.
이름하여 통통통 건배사라는데 그 뜻이 이렇다.
운수대통, 만사형통, 의사소통.
통이 세번 나온다고 통통통 건배사란다.
운수대통이나 만사형통도 좋긴 하지만...
그거는 나와는 너무 거리가 먼 일이지 싶어 마음이 안 동하는데
살면서 수시로 그 필요성을 느끼는게 바로 의사소통이 아닐까 싶었다.
다른 건 몰라도 상대방과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하면서 사는 것.
부모 자식간이나 부부간이나 가까운 친구 간에도.....
우리는 수많은 말을 나누고 살지만 과연 얼마나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하고 사는지....
상대방이 분명 파란색이라했는데 나는 파란색이라 들었으면서도
빨강이라고 내가 듣고 싶은대로 받아들이는 걸 깨달았을 때의 충격이라든지
나는 분명 동그라미로 말했는데 듣는 사람이 세모로 기억하는 경우라든지(이것 역시 내가 세모로 말해놓고 동그라미로 말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내가 한 말에 점점 확신이 없어지고 있는 중이다. 혹시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생각과는 다르게 엉뚱하게 말을 한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일상에서 겪는 의사불통의 경우를 너무 자주 경험하다보니 통통통 건배사를 들었을 때
실소를 흘리면서도 나와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닌 모양이다 싶어 적잖이 위안이 되기도 했다.
의사소통의 문제가 어찌 개인의 문제만이기만 할까.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도 어쩌면 소통부재에서 생겨나는 건 아닐까?
서로간에 소통만 제대로 되어도 우리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은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개인과 개인 간에서부터 고용주와 노동자 간에, 각 정당과 정당들 간에도, 국민과 대통령 간에도, 남과 북 간에도, 나라와 나라 간에도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평화롭고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가까이 있던 친구가 다른 곳으로 발령이나서 간지 그럭저럭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연말과 연초에다 새로 발령받아 간 곳에서 업무파악이나 해야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닐 거라 생각은 하면서도
내가 한국에 없는 사이 부친상까지 치른 친구이다보니
내 입장에서는 어떤 일보다 그 친구를 만나는 게 우선순위가 되고 말았다.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나면 전화하겠다는 그 친구의 말을 믿고 기다리다 지쳐
오늘 또 그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시기적으로 업무가 바쁜 때라 그랬다며 오히려 내게 미안해하는 친구의 말을 들으며
나는 또 부끄러워졌다.
친구가 바쁠거라 생각하면서도 나는 내 입장만 앞세워 행동했구나.....
그래도 짐작이나 생각만 하고 있다가 오해 하는 것보다
전화 한 통으로 소통이 되었으니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까?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서로 소통되는 친구이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