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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뿌리 깊은 나무 원문보기 글쓴이: 진주목걸이
6計 성동격서(聲東擊西)
소리는 동쪽으로 지르고 공격은 서쪽으로 한다. 성동(聲東)은 동쪽에서 소리를 지르고 격서(擊西)는 서쪽으로 공격한다는 뜻이다. ‘성동격서’의 전술은 내가 공격하려는 목표가 서쪽이면 동쪽에서 소리를 질러 적이 동쪽으로 모여들 때 비어있는 서쪽을 향해 기습 공격하여 공격의 효과를 높인다는 것이다. 군대에 가본 사람이라면 양동작전(陽動作戰)을 기억 할 것이다. 상대방에게 나의 공격 공격목표를 엉뚱한 곳으로 오해하게 하여 실제 공격은 전혀 예상치 못한 적의 지점으로 하여 작전의 효과를 높이는 전술이다.
일상 생활 속에서도 이런 종류의 전술은 자주 사용된다. 화투를 칠 때 내가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자꾸 다른 것을 먹을 것 같은 말과 행동을 하는 것도 성동격서의 전술을 응용한 것이다. ‘이번에는 어떤 것을 먹으려하니 모두들 준비하십시오.’ 아마 이렇게 화투를 친다면 백전백패(百戰百敗)가 분명할 것이다.
사실 성동격서의 전술을 가장 잘 사용하는 사람들은 운동선수들일 것이다. 성동격서의 전술은 운동경기의 페인트 모션이라고 할 수 있다. 축구나 농구 경기에서 페인트 모션을 반칙이라고 한다면 그 경기는 재미도 없을뿐더러 선수들 간에 실력 차이도 별로 나지 않을 것이다. 축구경기에서 어떤 선수가 오른 발로 찰 것 같이 하면서 왼발로 차는 것은 반칙이라고 심판이 휘슬을 분다고 상상해보면 정말 우스운 일이다. 호나우드 같은 천재적인 축구선수와 일반 선수의 차이점은 얼마나 극적으로 상대방을 속이는 가에 달려 있다.
기업의 경영이나 상업에서 성동격서의 전술은 다반사로 사용하는 일이다. 회사가 지금 개발하려고 하는 기술을 좀 더 극적으로 발표하기 위하여 다른 기업들의 눈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는 기술을 미끼로 흘리는 것도 성동격서의 응용이다. 이럴 경우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방의 주의를 돌려야 한다. 몇 가지 단계를 설정하여 상대방이 추측하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있고, 적의 간첩이나 아군의 스파이를 통해 상대방에게 거짓 정보를 흘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적을 유도할 수도 있다. 모두 신중한 분석과 세심한 행동으로 임해야 성공할 수 있는 일들이다.
결국 성동격서의 전술은 냉철한 이성과 뛰어난 판단을 할 수 있는 리더들의 인식 태도다. 감정을 정제하지 못하고 아마추어적인 생각으로는 고도의 이런 전술을 사용할 수 없다. 물론 남을 속이는 일에 대하여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다. 어떻게 상대방을 속이고 나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축구선수가 고민 없이 상대방의 눈을 다른 속이고 공을 차는 것은 그가 개인의 자격이 아닌 어느 팀이라는 조직의 일원으로 뛰기 때문이다.
조직은 승패를 통해 부침(浮沈)을 거듭한다. 조직은 생존을 목표로 하기에 공격의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하여 성동격서의 전술을 아무런 고민 없이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여러 조직론자들에게 자주 긍정적으로 표현되곤 한다. 마키아벨리는 “전쟁에서 상대방을 속이는 일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 칭찬 받을 일이다.”라고 하고있고, 손자병법에서도 “전쟁은 상대방을 속이는 일이다(兵者, 詭道也).”라고 선언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손자는 이 명제를 실현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능력이 있어도 상대방에게는 없는 것처럼 보이고, 전쟁할 의도가 있어도 없는 것처럼 보이고, 내 의도가 가까운 곳에 있으면 멀리 있는 곳에 있는 것처럼 하고, 반대로 내 의도가 먼 곳에 있으면 가까운데 있는 것처럼 하여야 합니다(能而示之不能, 用而示之不用, 近而視之遠, 遠而示之近).”
내가 수천 명의 병사들을 살리고 그들을 금의환향(錦衣還鄕)할 수 있게 하려면 적어도 조직의 리더는 명분이나 도덕이 아닌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한다. 이런 눈이 싫은 사람은 수많은 직원들의 목숨을 거느린 기업을 경영하는 사장이 되면 절대 안 된다. 차라리 어느 평범한 일반인으로 남아 있어야 다른 사람에게 좋다. 서쪽을 공격하고싶으면 동쪽에 소리를 질러라! 이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전술은 나의 적은 힘으로 상대방의 강한 힘을 꺾을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