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가 없는 한국
한국의 의식주인 한복, 한식,
한옥이 멸절해 들어가고 있다.
한국고유의 글이 훼손되고 한국
고유의 가락이 사라져 가고 있다. 이렇듯 오늘날 한국에는 한국적 철학과 문화가 거의 없다시피한데 나는 그것이 경제위기를 포괄한 모든 위기의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얼마전, 일본 프로야구를 본 적이 있다. 야구장에는 일본의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입은 여성의 모습이 심심찮게 보였다. 그것을 보면서 참담함을 느꼈다. 우리에게서 볼 수 없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평상시에 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스포츠시설, 영화관, 공원 등 어느
곳을 가나 마찬가지다. 설날 추석 등 전통명절날에도 한복을 입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이는 전통문화의 처참한 증발현상이라
할 수 있다. 정부와 기업 마인드의 부재 라고도 볼 수 있다. 야구장,극장 등을 방문할 때 한복을 입고 오면 약간의 할인혜택을 주거나 사은품을
주는 등의 마케팅만 하더라도 전통문화를 살리면서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불러일으키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
직장에서 한복문화를 교육하고 권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노력들이 전혀 없다.
요즘 경제를 살리기 위해 내수를 활성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광 의료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한국으로 올
사람들은 별로 없다. 해외 여행을 다니는 계층은 주로 역사와 문화가 살아숨쉬는 선진국에서온 국민들이고 그들이 다른 나라를 방문했을 때 가장
느끼고 싶어하는 것은 바로 그 나라의 향취일 것이다.
그 향취란 어떤 거창한 무엇이
아니다. 높은 빌딩 넓은 도로 빽빽한 아파트숲은 더더욱 아니다. 바로 한국인의 전통적 생활양식 그 자체다. 한국인이 한복을 입고, 한식을 먹고,
한옥에서 자는 한국인의 평범한 의식주를 체감해보기 위해서 한국을 찾는
것이다.
허나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길거리에는
한복을 입은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한옥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사람들은 창경궁, 덕수궁 등의
고색창연한 궁궐들을 소개해 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감히 말하건데 그것들은 경쟁력이 전혀 없다. 웅장한 궁궐을 보려거든 중국의 자금성이나 일본의
천황궁을 보는 것이 더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않고 온통 건물과 차도로 둘러싸여 고립된, 중국과 일본에 비해 왜소한 궁궐을 구경한다라는
것은 별의미가 없는 것이다.
한국의 경쟁력은 그런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삶의 일상속의 한옥과 한옥사이 골목길의 보존과 재건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류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아파트를 짓기위해 한옥을
막무가내로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와중에 참다 못한 한국거주 외교관들과 한옥을 사랑하는 외국인이 소송을 걸어 한옥을 지켜내는 어이없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한국인은 한옥을 멸절시키려 들고,
외국인은 사활을 걸고 지켜내려드는 정반대의 광경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인들에게 얼마나 역사와 문화인식이 부재한가를 보여주는 처참한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그나마 몇벌 팔리지도 않는
한복의 인건비를 낮추기위해 중국에서 만들어 들여온다고 한다. 자수를 놓으며 한올한올 감성을 불어넣는 세심한 손길의 작업까지도 중국인에게 맡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거기에 무슨 한국적 향취가 있을 수 있겠는가. 메이드인 차이나 제조상표 이면의 치열한 단가인하의 탐욕만이 존재할 뿐인
것이다.
한복과
한옥이 이처럼 내동댕이 쳐지고 있는데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이 나는 아파트라고 본다. 지금 전국적으로, 재개발광풍이 불어 닥치다 날벼락을 맞은듯
차갑게 식은 상태라고 한다.
당연한 현상이다. 자고로
재개발이라는 것은 수십년에 걸쳐 진행되어야 하는 작업이다. 수많은사람들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인데 그것만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그
지역의 문화를 보존하고 특색있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심도있는 논의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간 오직 경제적
논리만을 내세워 막무가내로 밀어붙여져 왔다. 조금만 지연되면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거주자들의 부담역시도 급증하게 된다라는 협박을 내세워
가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모든 계획이 마무리되고 난
후 개발에 착수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단 투기꾼들과 건설사 그리고 은행 등의 토건 마피아들이 달라붙고본 후 "빨리빨리"만을
외쳐댄다. 허니 이것들이 미친 것들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선진국같은 경우에는 이런
복마전자체가 벌어지질 않는다. 재개발에서 나오는 공공이익을 지방정부에서 모조리 환수해가기 때문이다. 주택개발로 발생하는 이익은 공공의 이익이지
사익이 아니다.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이익으로
임대주택 등을 지어 가장 어려운 계층에 가장 풍광좋은 곳을 배정한다. 한국으로 비유하자면, 한강변이 내려다보이는 아파트의 거주자 대부분을
기초생활 보호대상자에게 배정하는 식이다. 그런데 한국은 그런 곳에 돈 많은 사람들이 프리미엄을 줘가면서 거주한다. 조망권에서조차도 부의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수십년간 살아야할 집을 지으면서
아무런 철학도 없고, 수십년간 살아온 집을 부수면서 아무런 역사보존 인식도 없고, 공공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야할 대규모주택단지를 지으면서
공익에 대한 배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그리고 아무런 문화창출 노력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바로 한옥의 "멸절"이 자리하고
있다.
더욱
참담한 것은 한옥이 사라진 자리에 한국의 랜드마크로 들어서게될 대상으로 초고층빌딩들이 대규모로 계획되고 있다는 것이다.
100층이 넘는 초고층 빌딩들이
수십개 건설되는 것이 어떻게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게 고층빌딩을 지어본들 뉴욕,
상하이와 경쟁할 수 없는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덕수궁, 창경궁이 자금성과 경쟁할 수 없는 이유와
같다.
그들이
높은 건물을 지어대려는 것은 문화, 역사, 철학과는 관계없이 오로지 경제적 논리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아파트광풍이 파탄의 단계로 치달아가고
있듯이, 그 논리 역시도 무너질 수 밖에는 없다. 그것은 송도, 영종도, 청라지구 등의 인천경제특구를 보면 잘 알 수가
있다.
그곳은
원래 대규모부지를 경제특구로 지정해 첨단신도시를 건설하고자 야심차게 추진된 지역이다. 초고층빌딩, 명문학교, 외국기업 등을 유치해 한국의
랜드마크도시를 만들려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성냥갑아파트만 대량으로 지어진채 실패로 끝나가고 있다.
왜 그럴까. 아파트사기는
한국인들에게는 통할지 몰라도 외국인에게는 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온 도시가 아파트천지라는 것은 그 도시의 생명력이 더이상 없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도시의 탄생과 동시에 도시의
생명은 끝나는 것이다. 아파트는 재개발을 할 수가 없다. 사용하다 슬림화 되면 버려져야 한다. 소규모로 사회적약자를 위한 임대아파트로 지어진후
정부에 의해 수십년마다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다시 지어지면 모를까 경제논리만으로 아파트는 재생을 통한 재활용이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중산층이 입주할 아파트
단지를 대규모로 지어놓고 대체 어쩌자는 말인가. 선진국에서 보기에 투자할 답이 도저히 안나오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것은 그들 도시에 한국적매력이 전혀 없다라는 것이다.
만약에 내가(슬픈한국) 이 도시개발
총책임자였다면 도시의 80%이상은 단독주택, 그리고 그중 다시 80%이상을 한옥으로 지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곳에 입주하는 각종 놀이공원, 극장 등의
문화시설에는 한복을 입고오는 방문자에게 상당한 할인혜택을 부여해야만 하는 의무규정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랜드마크가 되기
위해서는 결국 한국적 역사와 문화 그리고 철학이 느껴지는 시스템으로 온통 휘감겨져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 한국의 송도,영종도,청라지구를
가면 한복을 입은 멋지고 예쁜 한국인을 만나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한옥에 앉아 같이 맛있고 건강에 좋은 한식을 먹는 삶의 경험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충동이 들어야 외국인투자, 외국인관광같은 것을 유치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반대로만 가고 있다.
한복멸절, 한옥멸절, 한국적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그 어떤 문화도 멸절.
그런 주제에 외국자본에 투자를
구걸하고, 외국학교에 분교를 구걸하고, 외국기업에 입주를 구걸하고 있다. 온 천지에 성냥갑 아파트만 깔아놓은채 투기광풍이 불기를 바라는 염원만을
가지고서 말이다.
그러니 그런 모습들이 외국인의 눈에
구역질이 치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옛말에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도 사랑을 주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타인을
사랑할리 없기 때문이다. 이는 역사, 문화, 철학에서도 그대로 준용된다. 한국만의 특색과 향취, 그러니까 한옥, 한식, 한복이 없는 문화로
전락해 가고 자신의 전통을 스스로 내동댕이 치고 외국 것만을 추종하는 한국과 한국인들에게 밝은 미래의 모습이 그들 눈에 들어올리가 없는
것이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오늘날
경제위기를 포함한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모든 위기의 해법은 한국적인 것이어야 하며 또한 문화적, 철학적, 역사적인 것이 되어야만 한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얼마전 금융경제학의 대가인 미국의
로버트쉴러교수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작금의 금융위기를 풀기 위해서는 전세계의 경제관료와 경제학자 그리고 정치인들이 역사학자, 철학자,
사회학자, 심리학자가 되어야 한다"
이런 말은 비단 쉴러 교수만 한
것이 아니다. 수많은 경제석학들이 작금의 위기는 절대로 경제논리로만 풀어낼 수 없다라고 단언하고 있다.
지나친 물질중심의 배금주의에서 벗어나 인간중심의
인본주의(휴머니즘)를 회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해법을 찾아낼 수 있다라는
것이다.
그것은 빈부격차 해소, 양극화
해소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통화교란, 자산버블, 조세정의, 규제파탄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부채, 부정부패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결국 그 답은 민주주의 구현과 조세복지 선진화 뿐인
것이다.
리고 그 출발이 한국적으로 볼 때
바로 역사 바로세우기, 숭미주의와 사회주의노선추종 등의 서양문화숭상 타파, 한옥 한복 한식 등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부동산투기와 버블을 영원히 추방시키고 우리 삶속에 한옥을 귀환시키는 것이다. 한국이 자랑할 수 있는 반만년 역사 최고의 유산은 멀리갈 것도 없이
한국적 의식주에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답은 멀리 있지 않다.
그것은 언제나 우리안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