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헤르타 뮐러의 문학세계를 조명해주고 있는 기사를 대학신문에서 스크랩해놓는다. 필자는 서울대 독문과의 최윤영 교수이다. 올해 출간됐다는 장편소설 정도는 국내에도 바로 소개됨 직하다. (로쟈) 대학신문(09. 10. 19) 헤르타 뮐러, 침묵과 말하기 사이에서 헤르타 뮐러(사진)가 2009년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경탄과 놀라움을 불러일으켰다. 루마니아에서 온 조그마한 독일 작가는 한국의 독어독문학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독일에서도 수상을 예상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응축된 시적 언어와 뛰어난 작품성은 일찍 인정받았지만 특이한 출신배경과 반복되는 소설의 내용(루마니아 전체주의의 압제에 대한 고발), 그리고 지난 10년간 이미 2명의 독어권 작가(독일의 귄터 그라스 1999년, 오스트리아의 엘프리데 엘리넥 2004년)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상황에서 큰 기대를 모으지 못했기 때문이다. 헤르타 뮐러는 노벨문학상을 탄 12번째 여성작가이며 클라이스트상을 위시한 다수의 주요 문학상을 받은 작가다. 뮐러는 루마니아의 한 대학에서 독문학과 루마니아문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기계공장에서 통역 일을 했다. 1979년 스파이로 일하라는 루마니아 비밀경찰의 제의를 거부하면서 뮐러의 인생은 궤도에서 벗어난 험난한 길로 바뀌었다. 비밀경찰의 잦은 소환과 가택수색, 그리고 주변세계에서 받은 기생충 같은 인간이라는 모욕 속에서 뮐러는 독일어 개인교습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다. 당시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정권에 대한 반감을 키워가던 작가는 자기 확신을 얻기 위해 첫 작품집 『저지대(Nieder-ungen)』를 루마니아에서 출판했다. 이 작품은 작가 나름의 그때까지의 삶에 대한 정리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제까지의 나의 삶을 철두철미하게 빗어 훑어 내렸다. 작은 마을에서의 유년 시절, 아버지의 나치 경력, 독일 소수민족의 나치 범죄에의 연루, 지금 내가 겪는 독재의 전횡을 말이다.”
이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헤르타 뮐러 글의 전체적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바로 완결되지 않은 단편적 구조, 에피소드식 이야기, 그리고 많은 신조어다. 폐쇄적 전체주의 체제하에서 겪은 정치적 탄압과 두려움, 공포 속에서도 작가는 침묵하지 않고 용기를 내 발언하고 있지만 그의 언어는 노골적인 반정치 문학이나 구호문학이 되기보다는 일상 삶 안에서 냉철하고 조용하고 뚜렷한 이미지 언어로 전달된다. 『마음 속의 동물』은 “우리가 침묵하면 속이 편치 않고 우리가 말을 하면 우리는 조롱거리가 된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데 이는 작가의 위치를 잘 드러내 준다.
이 사건은 작가의 어머니가 실제로 겪은 사건이며 동시에 일찍 사망한 동료 시인 파스티오르의 고통스러운 회상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소련으로 압송된 수용소에서 사람들은 처음에는 개개인의 인생사를 가지고 있지만 수용소를 지배하는 극심한 굶주림과 억압 하에서 힘에 겨운 강제노역을 하면서 한명 한명 동물이 돼간다. 개인들의 회상 속에서 역사를 녹여내는 뮐러의 작품들은 종종 유사한 경험을 담아낸 솔제니친, 임레 케르테스, 프리모 레비와 비교되기도 한다. 09. 10. 20. |
출처: 김성범의 백화제방 백가쟁명 원문보기 글쓴이: 김성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