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두 작품은 몇가지가 흡사하다.
두 작품 모두 작가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그 시절을 지나온 사람들 대부분이 그랬듯 가난과 힘겨움이 진하게 베어 있다.
게다가 아홉살 인생의 위기철이나 모랫말 아이들의 황석영.. 두 작가가 보여 준 삶의 모습은
다분히 진보적이었으며..사회 운동가적인 길을 걸어 왔다.
하지만 이런 비슷한 배경이나 성향에도 불구하고 두사람은 자신의 유년을 이야기하며
여러모로 모습으로 작품을 풀어 놓았다.
우선, 아홉살 인생은 전형적인 성장 소설이다.
유년시절 속에 삶과 세상을 투영시켜 사람들에게 인생은 아홉살때나 더 나이를 먹은 어른이 되어서나
사는 이치가 별반 다른게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
즉, 독자들에게 삶을 되새김질 할 기회를 주며 '당신은 삶을 또 얼마나 철없이 살고 있는가'라고
넌즈시 말한다.
주인공이 여러 경험을 통해 서서히 성숙해가듯 작품을 읽는 독자들도 어느덧 자신을 찾아가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이 소설은 마치 어린왕자나 꼬마철학자 다니엘을 연상 시키는 작품으로
그 배경에 지그시 깔린 삶의 지혜나 해학들이 작가의 만만치 않은 사회관과 철학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고 결코 줄거리가 빈약하거나 심각한 것은 절대 아니다.
60~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도시 빈민가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악다구니스런 삶이나
그속에서도 고여나는 따스한 정이 나름대로 성장통을 겪는 주인공의 만만치 않은 갈등과 어우러져
재밌는 사건의 연속으로 이어진다..
모랫말 아이들 같은 경우는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들에게 재미있게 들려주듯
유년의 힘겹고 어렵지만 아름답거나 감동적인 일화들을 들려주며 자연스런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6.25전쟁 전후를 배경으로 하는 이작품은 아무래도 나이 탓인지 아홉살 인생보다는 낯설게 느껴진다.
아홉살 인생 같은 경우는 마치 나의 초등학교때와 별반 다를게 없는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지만
모랫말 아이들의 사건으로 등장하는 청요리 집(중국집), 곡마단, 상이군인,..등등의 이미지들은
쉽게 내 머리속에 그림이 그려지질 않았다.
어째거나 이 작품은 각각의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별개의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하나로 묶은
소설로써 결코 감동이나 느낌을 강요하지 않는다.
매우 차분하고 은근하게 작가는 자신의 유년을 말하는데..그러다 보니
왠만한 독서안을 갖고 있지 않으면 작품에서 무언가를 담아내기란 쉽지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이 소설의 한단락으로 나오는 "곡마단의 남매" 이야기 같은 경우처럼..
이런 사건들을 각각의 별개의 단편소설로 썼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고의 인기와 실력을 갖고 있는 곡마단의 공중 줄타기 소녀가 믿어지지 않게 공연중 바닥으로 떨어진다...안전망도 없이 바닥에 떨어진 소녀는..사실..실수가 아닌 고의로 떨어진 것이다.
그 이유는 자신을 다른곳으로 보낸다는 말을 듣고 고아원에서 함께 나온 남동생 헤어지지 않기 위해..
일부러 사고를 낸다..)
그래서 당연히 작품이 갖는 긴장감은 없다. (이런 단편의 특성이 아닐까..)
물론 이런 생각은 작품에 대한 각자의 취향이 틀리기 때문에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굳이 누군가 나에게 두 작품중 어느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두 작품중에 아홉살 인생을 더 즐겁게 보았고 또한 권하고 싶다.
두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적으며 다소 아쉬운 부분중에 하나는 읽은지가
좀 지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적으려니..아무래도 밀도가 떨어진다..
(같은 유년소설이라 하나로 묶어서 비교 하게 되었다..자연스럽게...)
위 두가지 작품의 주제와 상관없이 다소 외람된 이야기지만 한가지 특이한 것은
여성에 대한 내용들이다.
특히, 모랫말 아이들에는 많은 여성이 나온다.
할머니, 어머니, 친누나, 이웃집 누나, 여자 친구..
그런데...그들의 공통점은 사랑을 주기만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사랑을 받지는 않는다..단지 베풀 줄만 안다. 이것은 대부분의 우리나라 작품에서 보여지는 공통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역할은 그 그렇게 규정지어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인가..
그들의 사랑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이면에 너무도 많은 희생과 눈물이 느껴진다.
그것들에 대해서는 문학 작품의 감동으로만 생각 할 문제가 아니라..
분명한 문제 의식을 갖아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 된다.
(여성의 희생과 아픔이 너무 당연시 되고 일반화 되어 이젠 아예 그걸 뛰어넘어 미화되는 측면마져 있다..그것이 자연스러운거고..)
이 작품을 읽고 두 작가에게 느끼는 감정은..
역시 '좋은 작가는 좋은 삶이 만든다'라는 것이다..
삶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열정 없이는 결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다는 걸 자연스레 보여 준다.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아무나 쓰지 못한다..(이 표현은 표절이다)
누구나 삶에 대해 그 정도 경험과 생각은 했을 것 같지만..
또 그렇게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성찰을 갖기란 쉽지가 않다.
좋은 추억이란 좋은 마음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대단한 작가들의 작품을 부족함이 많은 제가 함부로 평함을 이해 바란다.
아직은 나무와 숲을 볼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첫댓글 님의 독서평을 읽으며, 첫번째는 두려움을, 두번째는 남자가 어찌 이렇게 세심하게 작품내용을 자세히 파악할까 또 짜임새있게 전문가도 뺨칠정도일까...하나도 지루하지않게 물이 흐르듯 청산유수,정말로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