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28호
True Love, Sisterhood
《겨울왕국(Frozen, 2013)》
박 은 서
시험이 끝났다. 이 주 간의 힘든 공부 끝에 시험을 무사히 마쳤다. 이번 시험은 특히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에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만, 받지 않으면 또 어떤가. 엘사 여왕이 Past is in the past라고 외치지 않았는가. 과거는 과거로 묻어두자. 나에게는 더 발전된 내일이 있다고 믿는다.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 라고 묻는 영화가 있다. 사랑이란 단어를 말하면, 남녀 간의 사랑을 떠올리는 것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르다. 왕자가 나오고 공주가 나오고, 둘은 첫눈에 반해 결혼을 하고 싶어 하지만, 영화는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왜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닌 것일까?
알아챘겠지만 내가 지금 말하고 있는 영화는 《겨울왕국(Frozen, 2013)》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천만 관객 애니메이션영화지만 정작 나는 그 천만에 포함되지 못했다. 학교에서 불법으로 다운받은 선생님께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마법이 나오고 공주와 왕자가 나오는 유치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겨울왕국은 내게 새로운 작가적 영감을 주었다. 내 인생영화를 말 해보라고 하면 두말없이 이 영화를 칭할 수 있다. 영화의 서사적 전개와 분위기 및 심리를 대변하는 등장인물들의 노래, 그리고 영상미까지. 천만을 찍음으로 좋은 영화라는 것을 보장했기 때문에 영화 찬양은 하지 않겠다. 그 대신 엘사, 안나의 감정에 이입해 볼까 한다.
엘사(Elsa)라는 캐릭터를 참 좋아한다. 외형이 예쁜 것도 한 몫 하지만 그 캐릭터가 갖고 있는 내면이 마음 아프기 때문이다. 그녀는, 과거 그녀의 능력 때문에 동생을 위기에 빠뜨리고 그녀는 스스로 그녀의 능력을 감춘다. 동생을 지키기 위해 동생 사랑하기를 감춘다. Conceal, Don’t feel이라 되뇌며 스스로를 고립시킨 그녀는 행복할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을 잃어버렸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엔 더한 고통이 찾아왔다. 능력 때문에 장례식에도 가지 못하는 죄책감과 이제 자신이 동생을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 첫째라면 알 것이다. 부모님이 집에 계시지 않으면 동생에 대한 괜한 책임감이 생긴다는 것을. 엘사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못했다. 자신 때문에 누군가가 다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더 괴로웠다. 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과 오히려 동생을 위협에 빠뜨릴 것이라는 두려움, 그래서 생긴 동생 - 심지어 밖에서 부르고 있는데 대답해 줄 수 없었다 - 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그 다양한 것들이 충돌하면서 생긴 더 큰 괴로움까지.
안나(Anna)라는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언니와는 다르게 발랄한 캐릭터를 가진 안나지만 그녀 또한 내면에 쓸쓸함을 갖고 있다. 그녀도 어린 시절을 잃어버렸다. 행복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처음에 그녀는 언니에게 사랑을 구했다. 하지만 Go away라는 말만 들려 올 뿐이었다. 언니에게 사랑받는 법을 몰랐던 그녀는 언제부턴가 더 이상 언니 찾기를 멈추었고 두 자매사이는 더욱 멀어졌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안나의 고통도 어마어마했다. 장례식때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 언니는 안나의 마음을 더욱 후벼 팠다. 부모님도 없는 안나가 의지할 곳은 이제 언니뿐인데. 그 언니는 자신에게 사랑을 주지 않는다. 사람들이 용기를 가지래서 다시 언니를 부르지만, 방 안의 언니는 답이 없다. 둘만 남았는데, 들여보내주면 좋겠는데, 언니는 여전히 답이 없다.
이렇게 자매관계가 틀어질 대로 틀어진 와중에 남녀 간의 사랑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엘사와 안나, 두 자매가 가져야 했던 진정한 사랑은 그게 아니었다. 자매에게 가장 절실했던 것은 자매관계의 회복이었다. 그 둘 사이의 사랑이었다. 엘사를 이해하지 못했던 안나는 엘사의 괴로움과 고통을 이해하고 자신을 희생했고, 안나를 내치기 바빴던 엘사는 자신을 위해 희생한 안나를 끌어안고 오열했다. 동생을 사랑하기를 숨겼고, 언니에게 사랑 받는 법을 몰랐던 두 자매는 서로를 사랑하고, 사랑받으면서 사랑을 꽃피워냈다. 영화가 말하는 진정한 사랑이란 이것이었다. 자매관계의 회복,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장 필요했던 것이었다.
겨울왕국은 쓸거리가 많다. 한스와 안나의 공통점이라던가, 올라프의 의미, 엘사의 심경변화, 안나의 심경변화, 겨울왕국의 노래가 갖는 의미, 엘사 안나 부모님의 대처가 옳은 것인가, 크리스토프의 인생 등등, 아동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이지만 글 쓸거리가 넘쳐난다. 그래서 내가 이 영화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고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설마 안 본 사람이 있겠냐 싶지만, 만약 안 본 사람이 있으면 꼭 한번은 보라고, 전혀 유치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