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칼럼] 네트워크형 글로벌 인재 육성과 디지털 시대의 교육
(사진=픽사베이)
[교육플러스] ‘현명한 인류’라 불리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ce)는 현재 이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종족이다. 그런데 왜 이들이 현명하다고 불릴까? 그것은 자신들보다도 신체적으로 우월한 다른 종족들, 예컨대 네안데르탈인이나 호모 에렉투스, 크로마뇽인, 북경원인 등 많은 인류를 물리치고 이 지구상에 유일하게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생존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인류학자들에 따르면 그것은 서로 소통하고 공존하는 생존 전략 때문이다. 그러한 역량이 호모 사피엔스의 DNA 속에 남아 장구한 역사를 거쳐 현대 문명의 디딤돌이 되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인류는 이른바 석기시대를 거치고 농경사회를 지나 산업사회 그리고 정보사회, 디지털 사회로 이어져 왔다. 그 과정에 대규모 인력이 필요함에 따라 공장과 같은 최초의 학교 교육을 출현시킴으로써 인류 발전에 확고한 기반을 구축했다. 결국 IT혁명으로 인간의 삶이 풍부해지고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내용으로 교육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이러한 문명의 흐름에도 변화가 찾아와 더 이상 과거의 교육이 지속될 수 없게 되었다.
현재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 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정보통신기술이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인류는 더 이상 동일 시간, 동일 공간에서 같은 내용을 배우지 않으며, 자신만의 속도에 맞추어 적시에 배울 수 있다. 이른바 현대 온라인 교육의 성황이다. 이는 손안의 인터넷이 확산되는 자원의 공유 기반 기술인 클라우드(Cloud)로 인한 결과이며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은 자명하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현행 우리 교육체제는 더 이상 국가적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필요한 ‘디지털 시대, 교육개혁‘의 절박함이고 새로운 인재 육성으로 교육의 목표와 비전을 설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제는 과거의 지식형 인재 육성을 넘어 역량 있는 창조형 글로벌 인재 육성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이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한마디로 네트워크형 글로벌 인재 육성에의 몰입이어야 한다.
미래학자 버크민스터 폴러(Buckminster Fuller)는 인류의 지식 총량이 늘어나는 속도는 100년마다 두 배씩 증가했던 것이 1990년대부터는 25년으로, 현재는 13개월로 그 주기가 단축되었다는 ‘지식 두 배 증가 곡선’을 주장한 바 있다. 놀라운 사실은 2030년이 되면 지식 총량이 3일에 두 배씩 증가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사회 전반에 걸쳐 이러한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대대적인 디지털 교육의 혁신이다.
에릭 슈미트(Eric Schmidit) 전 구글 회장도 미래는 연결성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학습 기회가 제공됨에 따라 더 이상 학생이 교육에 맞추기보다는 교육이 학생의 학습 스타일과 속도에 맞춰 학생들이 유연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이 변화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른바 평생학습시대의 출범이다.
그렇다면 왜 이제 우리 미래 교육은 ‘창조형 글로벌 인재 육성’으로 압축되어야 하는가? 과거 20세기까지는 기존 지식을 잘 암기하고 그것에 정통한 인재, 즉 한 분야에 정통하여 전문적으로 파고드는 ‘지식형 인재’가 필요했다. 하지만 미래 사회는 다양한 정보를 폭넓게 이해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새로운 지식을 선택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가 요구된다. 즉 기존의 낡은 지식을 지우거나 버리는 ‘Unlearn’의 선택적 가치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이는 어느 특정 지역을 넘어서 범지구적인 문제 해결의 역량이 필요한 인재를 일컫는다.
과거에 지식의 유일한 원천이었던 책이 이젠 무한히 쏟아지는 디지털 정보로 대체되었다. 그래서 자신에게 맞는 지식을 선별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창의‧융합형 사고 역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바로 에디슨,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백남준,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등 한때 괴짜(geek)라 불리기도 했던 그들이 바로 우리의 미래 교육이 육성해야 할 창의적인 인재의 모형(模型)이라 할 것이다.
이제 미래의 우리 교육은 세 가지 역량, 곧 다양한 분야를 창의적으로 융합하는 통섭(統攝) 역량과 팀워크 및 의사소통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협업(協業) 역량, 그리고 조직의 의사를 효율적으로 잘 모을 수 있는 네트워크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
이것이 최근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이기도 하다. 2025년부터 정부는 디지털 교과서를 확대하겠다고 하지 않는가? 종국적으로는 디지털 시대의 융합적인 네트워크형 글로벌 인재 육성의 기반이라 할 수 있다. 2023년은 우리 교육이 이러한 역량을 펼치도록 준비하는 ‘디지털 시대, 교육개혁’의 힘찬 원년이 되길 기대한다.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