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원고를 쓰느라 이틀 동안 불로그에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어제 아침 8시. 막 탈고해 이메일로 부치고 오름으로 치닫는다. 모처럼 해방감을 느끼며 반나절 쏘다니며 새 봄을 즐기고 제주학생문화원에 돌아와 보니, 제20회 제주 동양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난의 우수한 품종을 발굴하여 계통을 정립시키고 전시회를 통하여 명품 난 배양 정보의 교류와 지속적인 중식 및 확대 보급, 난 애호가들의 친교의 장을 마련하고 제주 지역의 건전한 난 문화 창달에 기여할 목적으로 시작된 전시회는 13~14일 이틀간 전시된다.
♧ 춘란소심 개화(春蘭素心開花) - 홍해리(洪海里) 아지랑이 아른아른 복사꽃 허공 피가 도는 산자락 눈푸른 바람 그 바람 입김 따라 여린 꽃대궁 바르르 떨고 있는 눈물빛 입술.
♧ 춘란 - 류윤모 그대로 하여 나 눈 멀었습니다 그러나 그대가 주시지 않는 사랑을 내 어찌 감히 바랄 수나 있을까요 내가 한 번도 드려 본 적 없는 사랑을 어찌 그대에게 바랄 수가 있을까요 언젠가 내 고요히 타오르던 눈빛을 그대 아직껏 기억하고 계신다면 어쩌다 그 맘속에도 애틋한 사랑 한 촉 움틀 날도 있겠지요 사랑이여 내가 그대를 사랑하거나 그대가 나를 사랑하거나 끊어진 길은 세월만이 푸르게 이어 주겠지요 끊어진 길은 세월만이 푸르게 이어 주겠지요 사랑이여
♧ 춘란(春蘭) - 전병철
억겁의 손아귀에서도 용케 버텨 왔구나 가느다란 줄기에다 속속들이 매단 인연 방황하는 바람 아무런 대가 없고 피고자 하는 자리 찾아 텅 빈 마음으로 편히 쉰다 꾸밈없는 노력으로 꽃을 피우고 피운 그 꽃 더욱 고고(孤高)한 고운 자태 꺾이지 않아 이제 사 드리우는 결코 허물어지지 않는 자태여 손모둠으로 기원하는 가냘픔이 푸르다 정결(淨潔)함이 영근다.
♧ 춘란(155) - 손정모 유리 파편처럼 섬뜩한 산바람 풀숲을 짓밟아도 마른 잡초에 둘러싸여 파랗게 나풀거리고 겨울을 꼬박 지새고도 소중한 살 속 청초한 꽃을 피워 솜털처럼 나부낀다. 향기를 뒤덮는 숨겨진 열정 갈라진 잎새마다 불길처럼 일렁이고 마른 풀들 물기 빨아올려 몸 풀 때까지도 청아한 미소를 흩날린다.
♧ 춘란 - 이복란
연약한 잎에서 이는, 곧은 절개는 이조 여인의 넋이라도
미끈히 물 오른 몸으로 슬며시 올려 논 발아, 작은아씨 초경하듯 미풍에도 화들짝 놀라고
고고로운 연록의 자태에서 향기, 향기 적음에야 어쩐지 신의 질투라는 생각에 별빛이 보이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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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김창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