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겨울비 내리고 바람 스산한 날이었다
술자리에 안경을 놓고 가셨던 선생님이
안경을 찾으러 나오셨다가
생태찌개 잘하는 곳으로 가자고 하셨다
선생님은 색 바랜 연두색 양산을 들고 계셨고
내 우산은 손잡이가 녹슬어 잘 펴지지 않았다
손에 잡히는 것마다 낡고 녹슨 게 많았다
그래도 선생님은 옛날이 좋았다고 하셨다
툭하면 끌려가 얻어맞기도 했지만
그땐 이렇게 찢기고 갈라지지 않았다고 하셨다
가장 큰 목소릴 내던 이가
제일 먼저 배신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고
철창 안에서도 두려움만 있는게 아니라
담요에 엉긴 핏자국보다 끈끈한 어떤 게 있었다고 하셨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겁이 많은 선생님은
한쪽으로 치우친 것보다 중도가 좋다고 하시면서
안경을 안 쓰면 자꾸 눈물이 난다고 하시면서
낮부터 '처음처럼'만 두병 세병 비우셨다
왼쪽에서 보면 가운데 있는 이를
오른쪽에서 보고는 왼쪽에 있다고 몰아붙이는 세월이
다시 오고 추적추적 겨울비는 내리는데
선생님 옛날이야기를 머리만 남은 생태도
우리도 입을 벌리고 웃으며 듣고 있었다
이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옛날은 없는데
주말에는 눈까지 내려 온 나라 얼어붙는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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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추위가 서시히 물러가려는지
겨울 아침 날씨가 착해졌습니다.
검은 커피 한 잔을 책상에 놓고
천천히 쓴 맛과 단 맛이 입안을 행복하게 합니다.
겨울비!
이 제목으로 많은 시인들이 詩를 남겼습니다.
용혜원, 송태열, 김천택, 이외수, 황동규, 오보영, 이채,.... 그리고 도종환 시인님도.
왠지 '겨울비'하면 쓸쓸하고 외롭고 또 슬픈 느낌이 자연스럽게 다가옵니다.
봄비!
봄비 오는 날이 기다려지는 겨울입니다.
파아란 하늘처럼 맑고 아름다운
오늘 되시기를 바라면서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