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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이 만드는 영양 만점 즉석 두부
관악구 행운동의 한 골목길. 아침 7시가 되자 두부 기계 소리와 함께 고소한 콩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서울시가 지원하여 고령자 기업으로 선정된 즉석두부 전문점 콩깍지 1호점이다. 콩깍지를 운영하는 관악시니어클럽에서‘어르신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로 무엇이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해 어르신들의 사회적 활동을 돕기 위해 운영된 곳이다. 먼저 간판이 시선을 끈다. 나무결 무늬에‘즉석두부 전문점’이라는 오렌지색 타원형과‘콩깍지’라는 이름에 연두색, 오렌지색으로 포인트를 줘 다른 가게와는 달리 산뜻한 느낌을 준다. 매장 내부에서는 유병훈 어르신이 두부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어르신은 미리 불린 콩을 기계로 간 다음, 끓인 콩에 간수물을 넣는다. 5~10분 정도 넣으면 응고가 되는데 평평한 판에 부은 후 압축하는 기계로 2분 정도 눌러준다. 두부의 압축된 상태에 따라 한 번 더 눌러 물기를 제거하고, 두부가 압축되면 반듯하게 잘라준다. 콩깍지의 두부는 옛날 맷돌로 갈아 두부를 만드는 전통 방법과 똑같다. 콩은 국내산과 수입산으로 나뉘어 제작되는데 국내산은 품질이 좋은 파주의 콩을 사용한다. 간수 외에는 다른 첨가물이 들어 있지 않아 건강을 생각하는 현대인들에게 안성맞춤이다. 국내산 콩으로 만든 두부는 2,500원, 수입콩으로 만든 두부는 1,500원에 판매한다. 당일 만든 두부만을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팔다 남은 두부는 식당이나 관악시니어클럽의 밑반찬 사업단에 납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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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니 건강해지고, 용돈도 벌고~
콩깍지는 두부를 만드는 어르신과 판매하는 어르신이 나누어 일을 하고 있다. 두부를 만드는 어르신은 아침 7시부터 11시까지 두부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어르신은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담당하는 것. 두부 제조에 참여하는 유병훈 어르신은 먼저 3~4주 정도 두부를 만드는 교육을 받은 후 시작하였다. “처음에 일을 할 수 있다는 기쁨과 함께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공존했어요. 초기에는 두부 크기가 불규칙하게 만들어져 고생을 했죠. 두부를 뒤짚다가 엎어지는 일도 있었고요. 지금은 많이 익숙해져 괜찮아요.” 유병훈 어르신은“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일을 해서 건강해지는 게 느껴져 좋다.”며“일을 하면서 정신적으로도 편하고, 자식들한테 손을 벌릴 필요가 없어 당당해 졌어요.”라고 웃었다. 두부 판매를 하는 이인구 어르신은“집에 있으면 딱히 할 일도 없고, 지하철 타고 허송 세월 보낼 때가 있는데 여기 나와서 일하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일하러 갈 곳이 있다는 게 이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라며“물건을 팔고 계산할 때 머리를 쓰니 치매 예방도 되는 것 같아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처음에 개점할 때는 판매 물건이 많은 탓에 제품 가격을 다 외우지 못해 거스름돈을 더 준적도 있고, 카드 기계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 현금영수증 발급이나 카드 사용이 힘들기도 했다. 또 갑자기 여러 손님이 와서 정신 없이 판매한 적도 있는데 지금은 모두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어르신은 모두 개인이 콩깍지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일한다. 이곳에는 직접 만든 두부 외에 관악시니어클럽의 어르신들이 만든 샌드위치, 반찬, 콩나물, 참 기름 외에 달걀, 만두, 김 등 먹을거리가 즐비했다. 콩깍지 1호점은 하루 20~25만 원, 월 600~7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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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깍지를 관리하는 관악시니어클럽의 최우호 팀장은“회계나 주문 관리는 시니어클럽에서 하지만 생산·판매 등 직접적인 일은 어르신들이 처리한다.”고 전했다. 콩깍지를 찾은 김원희 씨는“어르신들이 직접 만들어 믿을 수 있고, 맛도 어느 두부보다 고소하고 맛있어요.”라며 두부를 자주 구입한다고 했다. 어르신들이 만든 두부는 인기가 좋아 단골 손님이 많이 찾을 정도다. 매장에서는 마일리지 카드를 운영하는데 두부를 살 때마다 도장을 찍어 10장의 도장을 찍으면 두부 1모를 주고 있다. 현재 카드를 갖고 있는 회원만도 100명에 이를 정도다. | |
깨끗한 두부로 소비자 만나요~
콩깍지는 소규모 사업을 운영해 수익을 올리는 노인 일자리사업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최우호 팀장은“어르신의 일자리는 돈을 버는 목적도 있겠지만 어르신들이 사회에 참여하면서 가족 간의 갈등이나 건강 문제도 해소할 수 있고, 대인관계도 다양해져 긍정적인 영향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인구 어르신은“요즘 인스턴트 음식이 많은데, 깨끗한 먹을거리를 판다는 데 자부심을 느껴요. 우리들이 양심껏 만들어서 좋고, 특히 아이들이 먹는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흐뭇한지 몰라요.”라고 전했다. 개점 1년을 맞는 콩깍지 1호점은 2호점(난향점), 3호점(미성점)이 개점되어 어르신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직접 만든 두부를 손에 쥐고 환하게 웃는 어르신들. 두부로 인해 삶이 건강해지고, 행복해진 어르신들은 건강한 두부를 통해 내일도 아침 일찍 소비자를 찾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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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 일을 할 수 있다는 기쁨과 함께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공존했어요. 초기에는 두부 크기가 불규칙하게 만들어져 고생을 했죠. 두부를 뒤짚다가 엎어지는 일도 있었고요. 지금은 많이 익숙해져 괜찮아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