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매일신문 2024년 8월 9일 금요일자
유진의 詩가 있는 풍경
고장 난 전축
민구식
소리가 날까?
반신반의하면서도 바늘이 올려지니 판이 돈다
지지직거리며 거친 숨 고르기를 한다
나지 않아야 할 울고불고 비명이 들리고 한참을 헛돈다
소란스럽기는 어느 판에나 있는 법이지
시대는 앞서가도 판이 옛날 판이라서 그렇지
제목이 바뀌고 음절도 박자도 두서가 없지만
자신만이 옳은 판이라고
원심력을 구심력이라고 우기며 헛구역질을 한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흥남부두에서 출발하더니
이별의 부산정거장으로 도착하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판 돌리기
어설픈 세상 구하기 이음새 논리가 반도를 덮는데
가만히 들어 보면 제 밥그릇 챙기기 위한 포장술일 뿐
판을 뒤집어 돌려봐도 이미 전축은 고장이 났다
판을 갈아도 그 기계에서는 새로울 수가 없다고
덜컹거리는 이미자가 누워버린 나훈아가
목쉰 소리로 간절하다
♦ ㅡㅡㅡㅡㅡ 시인의 말처럼, 요즈음 정치판은 낡은 전축에 판 돌리기 같다. 찌글대는 정치판의 이음새 논리를 ‘가만히 들어 보면 제 밥그릇 챙기기 위한 포장술일 뿐’ 신뢰와 확신은 도무지 없다.
지금까지 우리는 물리적으로 입증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경험과 지식과 신뢰와 확신으로 바꾸며 살아왔다. 경험과 신뢰는 물질적 차원을 통해 얻게 되고, 확신은 경험과 신뢰를 통한 비물질적 차원을 통해 얻어진다. 하지만 급격하게 변화된 우리사회, 극도로 발전된 문명과 물질의 풍요만큼, 죽음에 대한 공포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불신과 정체성 혼돈의 비일상적인 시대, 자신만이 옳은 판이라 우기는 시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정치권 분쟁으로 인해, 국민은 개개인이 주체가 되어 불확실성을 극복해야 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지지직거리는 판, 뒤집어도 소란스럽기만 한 정치판...., 소위 사회지도층이라는 정치권부터 개인의 세속적 권익이 아니라 큰 차원에서의 평화로운 화합은 과연 방법이 없는 것일까?
ㅡ 유진 시인 (첼리스트. 선린대학 출강)
http://www.sma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515481
첫댓글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것 아는데
그럼에도 관심을 끊지 못하는 저도 참 아이러니합니다
돌고 돌아서 그럴까요
lp판이 돌고 지구가 돌고 나도 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