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
스승의 날이라고
오늘도 내 차가 없어 버스로 읍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마침 그때 택배가 온다고 전화가 왔다. 스승의 날이라고, 남상 24회 졸업생이 꽃바구니를 보내온 거다. 엊그제 오창수가 전화로 주소를 묻더니 고맙게 꽃을 보내온 것이다. 집안이 환해진다. 마음도 환해진다. 그 차로 읍에 수월하게 들어 올 수 있었다. 적시안타다.
스승의 날이라고 그제는 2009년도 주례를 서 주었던 김정희가 택배로 사진과 편지와 맛있는 차를 보내오고, 스승의 날에 맞추어 화중련에서 원고료 대신 된장을 택배로 보내더니
어제는 성명교 55회 졸업생 곽정화가 점심을 같이 하자고 전화가 왔다. 약속을 했다가 주례 때문에 안 될 것 같아 전화 했더니 저녁으로 하자며 초대를 놓지 않는다.
그런데 오후에 봉희에게 전화가 와서 저녁 6시에 시간을 비워 놓으란다. 봉희는 삼남교 32회 졸업생이다. 그러고보니 한 열흘 전 쯤 전화가 온 것이 기억났다. 그런데 앞날까지 아무 연락이 없어서 친구들을 모아도 신통치 않아 올해는 못 올 것이라 여겼다. 이걸 어쩐다?
그래서 가까이에 사는 정화에게 양보를 구하려고 바삐 전화했더니 이제는 예약을 해 놓았다며 안 된단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그 얘들과 같이 합석하기로 양해를 구했다.
뒤늦게 찾아온 류창환이는 남해별곡이 처음이라며 주위 풍광을 보고, 가천 다랭이 마을보다 좋다고 감탄한다. 마침 멋진 해넘이도 구경할 수 있어서 금상첨화다. 정화가 초대한 손님과 또 내손님이 어울리는 이상한 자리였지만, 어색하지 않고,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고 갔다. 미안하지 않게 양쪽 소개를 잘했다. 삼남교 제자들은 작년에도 이날 찾아와 마을 사람들에게 자랑이었는데 올해 또 잊지 않고 찾아주어 고마움이 배가 된다.
전복죽 맛있게 먹은 값은 정화가 다 부담하였다. 고향에 남아 있는 정화는 애제자다. 명절 때마다 선물을 보내오니 많은 제자들의 대표 역할을 톡톡히 한다. 나에 대한 정성이 가족친지 이상이다.
오늘은 또 남상교 21회 졸업생인 같은 마을에 사는 곽옥향이가 아내와 같이 저녁에 초청해서 역시 남해별곡에서 멍게비빔밥을 먹었다. 옥향이는 내가 스승이라고 하기 부끄러운 석 달을 담임한 제자다. 그렇지만 첫 제자라 늘 생각이 나며 마음 한 구석에 아쉬움이 남는다. 갓 교대를 졸업하고, 총각으로 담임한 이 아이들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일요일이 싫을 만큼 그들과 함께 있고 싶고, 집에 와서도 삼삼하게 얼굴이 떠오르던 제자들이다.
참 행복하다. 퇴직한 후에도 이렇게 제자들이 찾아주니 얼마나 뿌듯한가. 밀성의 서지수는 장문의 폰메일을 보내오고, 허명화, 신정림, 정옥여, 이윤옥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4총사는 다음 주일날 오겠다고 전화가 왔다. 이 별난 제자들은 남해초 65회 졸업생들이다. 그들은 내가 성명교로 옮겼을 때도 찾아왔고, 마산 구암시절에도 찾아왔다. 그리고 교장으로 송진초에 가 있을 때도 비 오는 날 낙동강변에서 웅어회를 먹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졸업 30주년 기념식장에도 이들은 참석하여 만남을 기뻐했고, 퇴직을 며칠 앞둔 시점에 날짜를 잡아 밀성으로 찾아와 선물로 가져온 떡을 전 직원에게 돌리며 자랑을 했던 제자들이다.
스승은 사업이나 학문, 어떤 노력 끝에 성공한 제자나, 높은 관직에 부임한 제자의 소식에 보람을 느끼지만, 그것보다 스승의 날에 소식을 전해 오거나 직접 찾아오는 제자들이 있을 때가 더 큰 보람을 느낀다는 말이 떠오르는 날이다.
첫댓글 참으로 행복한 고민을 하시는 스승님이십니다.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제자를 배려해 주신 선생님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과찬이십니다. 이선생님이 제자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클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