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를 풀고 싶지만
'좋은 일 하시네요' 다음으로 많이 들은 말,
"힘든 일 하시네요."
요즘 세상에 안 힘든 일은 어디 있는가?
사회복지사의 일이 힘들다는 인식에 어떤 바탕이 있을까?
사회복지사, Social worker.
사회적으로 일하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서로 더불어 살아가게 돕는 일을 한다.
사회복지는 분야가 방대하고 방대한 만큼 사회복지사의 역할도 다양하다.
그런데 더 다양한 건 바로, 사회복지사에 대한 정의였으니...
학교 다닐 때 '사회복지사가 뭔지 정의할 수 있느냐.'를 들어보지 못한 학부생은 아마 없을 거다.
사회복지 전공자에게 사회복지를 정의할 수 있냐는 질문이 있을 만큼,
또 전공자들이 그에 대한 답을 쉬이 내리기 어려울 만큼 사회복지와 사회복지사에 대한 정의가 책마다, 학자마다 다르다.
그러니 사회복지사에 대하여 사람들이 얼마쯤 오해하고 있는 건 어쩌면 오해가 아니라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사회복지사의 일로 돌아와서.
쌀을 지원한다거나, 의료비를 지원한다거나, 도시락을 배달하는 일은 내가 하는 일 가운데 아주 작은 일임에도
사람들은 사회복지사라 하면 천사 같은 얼굴로 땀을 뻘뻘 흘리며 쌀을 나르고 도시락을 전달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신체적 지적 약자나(장애인) 노인을 직접 돌보는 장면도 떠오르려나.
나는 그게 속상하다. 내 하는 일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알량한 마음인 줄 알면서도.
실은 우리 엄마도 내가 복지관에 취업한다고 했을 때, 누군가를 뒷바라지 하는 일로 생각했다고 한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이렇든 저렇든 나는 복지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로서 내 나름의 자기 답을 가지고, 일관된 정의와 이상을 가지고 일하려고 노력한다.
그게 바로 '더불어 살아가도록 돕는 사람' 인 거다.
그저 그렇게 지원만 하는 일이라면 힘든 일 하시네요.’에 얼마쯤 공감하겠지만
더불어 살게 돕는 일을 하는 사회복지사로서 나는, 힘을 들이기보다 받는 것에 가까운 직업 생활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동네에서 뛰어놀게 하는 일,
동네 사람 서로 인사하게 하는 일,
가족 서로 안아주게 하는 일,
어려운 이웃을 한 번쯤 돌보게 하는 일,
이웃이 맛있는 식사 한 끼 함께 하게 하는 일,
장애를 겪는 사람을 '장애인'으로 여기게 하지 않는 일.
이런 일을 하는데 어찌 힘을 들이기만 하겠는가.
그래서 나는 자꾸만 내 동료들이 하는 일, 우리 사회복지사들이 하는 일이 그저 '지원'에만 그치지 않음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
알량한 마음인 줄 알면서도, 이런 귀하고 훌륭한 일을 해내는 사회복지사들이 있음을,
더불어 사는 지역사회, 인정 있는 지역사회가 지금도 있음을 알리고 싶다. 자랑하고 싶다.
힘든 일이라는 막연한 인식이 뭇 사회복지사에게 고생을 알아주어 고마운 면죄부가 될까 두렵다.
힘든일 하는 우리니까, 우리 일은 언제나 힘드니까, 붙잡고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전진하지 못하더라도 힘드니까.
그렇게 연민에 빠지기를 경계 해야 한다.
어느 일이 덜 힘들까, 어느 일이 쉬울까.
"힘들기만 한 일 아니에요."
말로 오해를 풀고 싶지만, 그저 묵묵히 사람 서로 더불어 살아가도록 돕는 일.
그 일을 잘해내는 일이 내 일임을 안다.
알지만, 결국 그 오해를 풀고 싶어 글을 쓰고야 말았다. 휴.
첫댓글 박유진 선생님이 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허락을 얻고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