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에는 굵직굵직한 상업·업무용 빌딩 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이마트 가양점은 지난달 6820억원에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서울 종로구 삼일빌딩은 지난 5월 3939억1040만원에 NH아문디자산운용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주택 시장이 규제에 억눌리면서 상업·업무용 빌딩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풍부한 유동성까지 더해지면서 지난해 다소 잠잠했던 기관투자자 같은 '큰손'들이 중·대형 빌딩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20일 종합부동산 정보 플랫폼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상업·업무용 빌딩 매매 거래금액은 18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9조9000억원 대비 85.6% 증가한 수치다. 부동산플래닛은 "국토교통부가 실거래가를 공개한 2006년 이후 역대 최대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거래량도 지난해 동기 대비 대폭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빌딩 거래 건수는 2036건이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1434건 대비 42% 늘어난 규모다.
거래 건수는 2016년 2210건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후 2017~2020년 동안 거래 건수는 1300~1500건에서 머물다가 올해 2016년에 이어 다시 2000건을 넘겼다.
거래금액은 올해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거래량은 2016년에 미치지 못하지만 거래금액은 두 배 넘게 차이가 나는 것은 그만큼 빌딩 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 300억원 이상 빌딩 거래는 102건으로 지난해 34건 대비 200% 증가했다. 거래금액은 8조180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3조4500억원 대비 137.1% 증가했다.
대규모 빌딩 중 서울 영등포구 오투타워는 지난 4월 3360억원에 매매가 이뤄졌고, 마포구에 위치한 머큐어앰배서더호텔 홍대점은 같은 달 2430억원에 손바뀜됐다. 강남구 영림빌딩은 올해 상반기 2110억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올해 상반기 삼익악기로부터 삼부빌딩(서울 중구)을 매입하고, 페블스톤자산운용이 보유하고 있던 더피나클 역삼(서울 강남구)을 사들이는 등 대형 빌딩 매매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역 1번출구 앞에 위치한 테헤란빌딩도 올해 상반기 영림화학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대형 빌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서울 도심권역 3.3㎡당 매매가격 최고가 기록도 새롭게 쓰였다. 기존 최고가는 지난 3월 거래된 을지로 파인애비뉴 B동의 3194만원이다. 이 기록은 삼일빌딩이 올해 2분기 3.3㎡당 3720만원에 거래되며 기존 최고가를 넘어섰다.
거래금액이 10억원 이상~50억원 미만인 '꼬마빌딩'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상반기 '꼬마빌딩' 거래 건수는 955건으로 지난해 동기 710건보다 34.5% 늘었다. 거래금액은 2조4900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9000억원 대비 31.1% 늘었다.
서울뿐만 아니라 분당권역에서도 오피스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부동산그룹 신영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및 분당권역에 위치한 거래면적 3300㎡ 이상 중·대형 오피스 빌딩 거래 규모는 4조6509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거래금액은 7조5692억원으로 처음으로 7조원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분당·판교권역 거래 규모는 7건·1조8427억원으로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꼬마빌딩이나 대형 빌딩에 투자가 몰리는 배경으로 풍부한 유동성, 안전자산 선호 심리, 주택에 대한 각종 규제 등을 꼽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공개한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5월 평균 광의통화량(M2)은 3385조원으로 전월 3363조6000억원보다 21조4000억원(0.6%) 늘었다. 유동성이 대폭 늘어난 상황 때문에 부동산 투자자들이 자연스럽게 중·대형 빌딩으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정수민 부동산플래닛 대표는 "지난해까지 대표적인 기관투자자라고 할 수 있는 자산운용사 수가 대폭 늘었다"며 "투자자는 늘었지만 투자처가 많지 않다 보니 이들이 안전자산인 빌딩으로 눈을 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꼬마빌딩 거래량이 늘어난 것은 풍부한 유동성 속에서 각종 주택 규제가 강화되는 '풍선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주택을 구입하는 것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혜택 등에서 유리해 투자자들이 빌딩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다만 지난 4월 말 금융권 전체 LTV를 70%로 적용하는 비주택 부동산 대출규제가 발표된 이후 상업·업무용 빌딩 거래량이 감소세로 접어든 만큼 투자가 계속해서 활발하게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실률도 투자자 입장에서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대표 상권인 명동은 중·대형 상가(3층 이상) 공실률이 지난해 4분기 22.3%에서 올해 1분기 38.4%로 급등했다. 홍대·합정 지역 공실률 역시 같은 기간 8.6%에서 13.1%로 늘었다.
정 대표는 "꼬마빌딩은 소상공인이 임차인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공실률, 임대료 연체 가능성, 우발적 채무 등을 따져서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