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는 가리산, 죽엽산 정상 아래 전망바위에서
길 가며 노래해도 앉아 소리쳐도 홀로 슬픈 가을에 行吟坐嘯獨悲秋
해무와 강 구름이 해질 무렵 수심을 더해준다 海霧江雲引暮愁
하늘조차 술에 취해 버린 것 같아 믿을 수 없고 不信有天常似醉
가련하다, 근심을 묻을 곳 아무데도 없으니. 最憐無地可埋憂
--- 진자룡(陳子龍, 1608~1647), 『추일잡감(秋日雜感)』에서
▶ 산행일시 : 2012년 10월 1일(월), 아침에는 안개, 맑음
▶ 산행인원 : 10명(드류, 대간거사, 더산, 사계, 이상무, 베리아, 해마, 제임스, 승연, 메아리)
▶ 산행시간 : 8시간 3분(휴식과 점심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2.1㎞
▶ 교 통 편 : 경춘 전철과 춘천역 앞 강일렌터카 차 이용
▶ 시간별 구간
06 : 57 - 상봉역 출발
08 : 20 - 춘천역 도착
09 : 05 - 화천군 간동면 방천리(芳川里) 운수곡(雲水谷) 물안골, 산행시작
09 : 38 - 499m봉
10 : 10 - 임도
10 : 55 - 죽엽산(竹葉山, △859.2m)
11 : 20 - 도솔지맥 벗어남
11 : 53 ~ 12 : 30 - 춘천시 북산면 추곡리(楸谷里) 상추곡(上楸谷), 중식
13 : 13 - 추곡천 회골 아래
14 : 48 - 783m봉
15 : 05 - 종류산(△811.1m)
16 : 18 - △653m봉
16 : 33 - 늘목고개
17 : 08 - 춘천시 북산면 오항리(吾項里) 장재골, 청소년 여행의 집 입구, 산행종료
1. 죽엽산 가는 길
▶ 죽엽산(竹葉山, △859.2m)
경춘가도 주변의 등산은 물론 춘천 근교의 등산이 더욱 수월해졌다. 용산역에서 ITX(Intercity
Train Express) 청춘열차나 상봉역에서 전철을 이용할 수 있어서다. 춘천역 앞에는 수종의 차
량을 준비한 렌터카영업소가 성업 중이다. 택시요금보다 훨씬 더 싼 가격으로 신속히 산행 들
머리로 이동할 수 있다.
그런데 기사님의 봉고차 운전이 매우 거칠다. 산간도로 과속방지턱이 나와도 속도를 조금도
줄이지 않고 그대로 쾌주하여 넘곤 한다. 덜컹할 때마다 아우성 인다. 우리의 두메 님이 얼마
나 곱게 운전하는지 새삼 알겠다. 추곡터널 지나 샛길로 들어 운수현을 넘는다. 지난겨울 눈
이 쌓여 차로 넘지 못하고 걸어서 쉬엄쉬엄 넘었던 고개다. 오늘은 대번에 넘는다.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영진지도 상의 운수초교(폐교)를 찾느라 두리번거렸지만 찾지 못하고
아마 그 근방일 물안골 입구에 내려 부산히 산행 채비한다. 산기슭의 그림 같은 별장에서 차
소리가 나기에 경계하다 우리를 보았다. 장년의 남자 한분이 내려오더니 이곳에는 길이 없을
뿐더러 특히 요즘 임산물의 무단채취를 엄금하는 터라 들어갈 수 없다고 막아선다. 하긴 운수
현 넘어 산기슭 곳곳에다 살벌하게 입산금지 팻말을 세워놓았다.
다중의 위세를 앞세운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설득한다. 오지산행으로 이골이 난
우리가 산골주민들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며, 우선 복장을 보시라. 어디 산나물이나 약초,
버섯 등의 전문채취꾼으로 보이는가? 형광펜으로 산행로 그은 지도를 그분 눈앞에 들이대며
설명한다. 이 개울 건너 저 능선을 타고 죽엽산을 오르겠노라.
우리의 병창하는 호소에 그분의 말투가 한결 누그러졌다. ‘그래도 이리로는 길이 없는데 …’
하며 말끝을 흐린다. 그건 전혀 염려하지 마시라 다독이고 씩씩하게 개울 건너 생사면에 붙는
다. 되게 가파르다. 앞사람 뒷발에 머리 받칠라 산개하여 오른다. 일단 산속에 드니 혹시나 하
는 마음이 은근히 동하여 눈먼 송이나 능이가 없을까 하고 이왕 가는 걸음으로 사면을 쓸었으
나 역시나이다.
한여름 비지땀으로 능선에 올라 본격적인 산행궤도에 들자 계절은 완연한 가을이다. 등로 주
변 수놓은 산구절초의 청초한 화판 들여다보느라 부지중 499m봉을 넘는다. 인적 뜸한 숲속
이다. 잠시 바위에 걸터앉아 막걸리 입산주로 칼칼한 목울대 다스리고 땅 굽어보며 도로(?)의
행보를 계속한다. 여느 때보다 배낭이 더 무겁다. 점심과 산행 후 갈아입을 옷가지, 종일 산행
을 버틸 식수 등을 다 담을 수밖에 없었다.
임도. 일렬로 줄지어 가는 것이 따분했다. 횡대로 간다. 능선 마루금도 가파르거니와 잡목이
울창하다. 사면과 골은 더할 것. 간혹 하늘 트인 데 나오면 발돋움하여 운수골 건너 사명산의
너른 품을 감상한다. 지난겨울 우리가 눈길 뚫었던 지능선이 여기던가 저기던가 가늠해보는
것이 사뭇 즐겁다.
죽엽산 정상. 두어 평 되는 공터다. 정상 약간 비켜 바위에 서면 북쪽과 동쪽의 첩첩 산 조망
이 트인다. 삼각점은 낡아 ┼자 방위표시만 보인다.
2. 개미취(Aster tataricus)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는 1~1.5미터이며, 근생엽은 뭉쳐나고 경엽은 어긋난다. 9~10
월에 엷은 자주색 두상화가 산방(繖房) 화서로 가지 끝에 모여 피고 어린잎은 식용한다. 깊은
산속 습지에서 자생하나 재배하기도 하며 한국, 일본, 중국, 몽골 등지에 분포한다. 반혼초(返
魂草), 자완(紫菀), 자원(紫苑)이라고도 한다.
3. 사명산, 죽엽산 오르면서
4. 사명산, 죽엽산 오르면서
5. 죽엽산 정상에서 북동쪽 조망
6. 죽엽산 정상에서 북북동쪽 조망
7. 죽엽산 정상 아래 전망바위에서 남쪽 조망
8. 죽엽산 정상 아래 전망바위에서 남쪽 조망
9. 종류산과 부용산(오른쪽)
10. 멀리 왼쪽은 가리산
▶ 종류산(△811.1m)
하산. 상추곡을 향한다. 방향 착오. 우물쭈물하다 가파른 사면을 대 트래버스 하여 운수현으
로 가는 도솔지맥 길을 잡는다. 길 좋다. 전망바위가 나온다. 죽엽산의 드문 경점이다. 멀리는
가리산을 맹주로 한 영춘기맥이 하늘금으로 보이고, 가깝게는 추곡령 넘고 종류산 살짝 비켜
부용산 오봉산으로 내달리는 도솔지맥이 장쾌하다.
도솔지맥 길 벗어나 남진. 실한 지능선을 잡는다. 오늘도 해마 님이 제임스 님과 동무하여 벌
떼를 온몸으로 막아준다. 바윗길 내림에서 세 방씩 쏘였단다. 그들의 급보로 후미는 안전하게
사면으로 멀찍이 돌아내린다. 낙엽송 숲 지나고 산기슭 덤불숲 헤쳐 상추곡이다. 콘크리트 포
장길 끝에 농가 한 채가 있고 ‘이 위로는 길이 없으니 들어오지 말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길바닥에다 점심자리 편다. 추석 다음날이라 반찬이 걸다. 그래도 라면 삶아 가을산행 입맛
느낀다. 종류산 들머리로 이동한다. 포장길 따라 한참을 내린다. 심심하다. 길옆 산자락과 밭
두렁의 밤나무 밑 살펴 알밤 줍는 것이 꽤 괜찮은 심심풀이다. 46번 국도 밑 굴다리 지나 횟골
쪽으로 간다. 밭두렁 논두렁 지나 개울인 추곡천을 건너고 산기슭으로 다가간다.
산을 다시 간다. 죽엽산 오른 일은 제발 잊어버리고 맘을 다잡는다. 가자! 논두렁 위 가시덤불
뚫는다. 북사면은 임산물 산더덕 재배단지다. 우리는 재배하는 산더덕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능선에는 철조망을 쳤다. 종류산이 멀다. 공제선을 어지간히 쫓았지만 추곡령(楸谷
嶺)이 하늘을 만질듯하다는 천마령(天摩嶺)으로 보인다.
멧돼지들의 목욕탕인 물 고인 늪을 지난다. 스퍼트 낸다. 넙데데한 사면이 나오고 급사면을
한 피치 바짝 오르면 783m봉이다. 종류산이 바로 저기여서 내쳐간다. 종류산 정상은 사방 나
무숲 둘러 아무 조망이 없고 풀숲에 묻힌 삼각점은 ┼자 방위표시만 판독할 수 있다.
늘목고개로 향한다. 17시 하산완료 예정. 날머리는 오항리 ‘청소년 여행의 집’ 입구. 춘천역
렌터카영업소에 이를 알린다.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급하다.
넘어야 할 봉우리가 아직 몇 개 남았다. 황혼의 뉘엿한 사광(斜光)이 눈부시다. 등로 주변에
아름드리 노송이 흔하다. 그 기상 우러르다 양팔 벌려 안아보고 송이 있을까 솔잎 낙엽더미
헤집는다.
산불감시초소가 풀숲에 묻혀 있는 698m봉 넘고 △653m봉(삼각점은 내평 409, 2005 재설)을
쭈욱 내리면 야트막한 안부인 늘목고개다. 흐릿한 인적이 고적하다. 인적은 산허리 길게 돌고
‘등산로’라는 방향 표지판이 보인다. 등산로는 산허리를 휘감듯 여러 겹 돌아내리고 우리는
직하(直下)하여 질러간다.
산기슭 내려 개울 건너면 장재골길이고 곧 청소년 여행의 집 입구에 다다른다. 춘천 렌터카영
업소에서 보낸 25인승 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하산 예정시간을 무려 8분이나 넘겼다.
이 기사님도 운전이 거칠다.
11. 종류산
12. 왼쪽이 종류산
13. 벼(Oryza sativa)
14. 46번 국도 밑 굴다리
15. 나팔꽃(Pharbitis nil)
16. 엄나무(Kalopanax pictus) 열매
17. 종류산 지나며 동쪽 조망
18. 늘목고개 가는 길, 이상무 님
19. 노루궁뎅이버섯(Hericium erinaceus)
20. 장재골길, 청소년 여행의 집으로 가는 길
첫댓글 아니! 노루궁뎅이가 그속에 숨어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