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전라도닷컴>
<김진수의 약초산책 75>
"대변출혈·안구출혈" - 회화나무(槐花/槐殼)
대변 출혈은 대부분 치창(痔瘡, 치질 치열)에 의한 경우이다. 하지만 종종 상부의 식도 위 십이지장의 소화성궤양이나, 하부의 소장 대장 직장의 궤양성대장염 또는 대장용종에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상부위장관의 출혈은 토혈과 흑변이 특징이고 하부위장관의 출혈은 선홍색 혈변으로 나타난다. 토혈이나 혈변이 심하면 급히 수혈과 수액을 보충하면서 위산분비를 억제하고 지혈해야 한다.
한의학은 이러한 출혈의 원인을 주로 장위에 쌓인 습열(濕熱)에 의해 뜨거워진 혈액이 경맥 밖으로 넘치는 현상으로 표현한다. 습(濕)은 수(水)와 화(火)가 만나서 생긴다. 예컨대 여름 장마철에는 습기가 무성한데 이때에 수와 화가 서로 훈증하므로 습병이 많이 생긴다. 여기에 날것, 찬 것, 술, 과식 등이 더해지거나 스트레스, 억울, 비애 등 정지 내상이 깊어지면 간기가 울결 되고 혈액과 체액이 걸쭉해지면서 장관 내압이 높아진다. 비위가 음식물을 소화시켜 그 영양물질을 전신의 장기로 운화할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습의 공로이다. 그러나 부족하면 조병(燥病)이 되고 지나치면 습병이 되는 것. 이는 위점막 출혈이 상역하여 입으로 넘치는 토뉵(吐衄, 토혈)과, 폐경에 풍열이 발생하여 생긴 비뉵(코피) 해혈(객혈), 비위의 화가 커서 발생하는 치뉵(잇몸출혈), 간의 화가 왕성하여 터지는 목뉵(안구출혈), 심화가 표리장부인 소장으로 이행하여 방광에 열이 맺힌 요혈도 마찬가지다.
오장육부의 정기(精氣)는 모두 눈으로 흘러들어오지만 그중에서도 간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간의 경맥은 눈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간 기능의 정상 여부는 눈을 통해 판단할 수 있다. 간 경맥에 열이 있으면 눈이 붓고 아프며 출혈할 수 있다. 위장 비장 소장 대장의 혈액을 간으로 운반하는 간문맥은 위창자간막정맥을 비롯하여 위정맥, 지라정맥, 쓸개정맥, 췌장정맥 등이 모두 합류한다. 이때 마땅히 위장관 병증의 습 열 조 화도 함께 따라온다. 만일 이 배경으로 간이 울체되고 화가 성해지면 간은 소설기능을 잃고 횡역하여 비위를 범한다(肝木犯脾). 간의 화열은 위로 뇌압을 높이고 안구의 압력을 높여 출혈하게 한다.
따라서 토혈 또는 안구출혈 대장출혈의 치료는 간기를 다스려(疏肝 淸肝) 위를 자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대장출혈 역시 간기를 골라 간문맥의 기혈을 맑히고 순환을 원활히 하여 하부위장관의 배변기능을 높이는 것이 기본이다. 먼저 황기로 중기를 보하여 상하 치우침을 막고, 항문 부종과 습열을 사하는 괴각과, 혈을 식히고 지혈하는 괴화 또는 지유, 어혈을 푸는 대계, 습을 닦고 해독하며 위점막을 보호하는 포공영, 성질이 평하여 수와 화를 다 치료할 수 있는 복령, 간화를 씻고 혈압을 낮추는 하고초, 간기를 풀고 울결을 흩는 청피 또는 시호, 신 방광 대장경으로 들어가 습열을 내리는 황백을 더하여 <황기 괴각 괴화(지유) 하고초 각 3, 대계 포공영 황백 복령 각 2, 청피(시호) 대조 감초 각 1>을 구성한다. 폐열로 인한 기침 가래 혈담이 있으면 상백피 2, 배에 가스가 차서 땡땡하면(鼓脹) 후박 1, 위산과다 위궤양에 창출 2, 변비에 과루인이나 대황 1, 설사하면 가자 1을 추가한다.
괴화(槐花)는 콩과에 속한 낙엽교목인 회화나무의 꽃봉오리를 건조한 것으로, 괴화를 생으로 쓰면 간을 맑히고 눈을 밝게 하며 불에 구우면 지혈작용이 강해진다. 꽃이 아직 피지 않은 것을 따로 괴미(槐米)라 하는데 모양이 쌀알만 하다는 뜻이다. 괴미와 괴화의 효능은 거의 동일하다. 과실은 괴각(槐殼)이라 한다. 괴각도 괴화와 효능이 비슷하나 지혈작용은 괴화가 강하고 청열강화(淸熱降火) 작용은 괴각이 낫다. 괴각은 꽃에 비해 질이 무거워 아래 쪽 장풍하혈(腸風下血)을 주치한다. 괴화 괴미 괴각의 약성은 쓰고 조금 차며 간과 대장 2경으로 들어가 간과 대장의 혈병을 치료한다. 따라서 근혈(近血)인 하부의 변혈·치혈(痔血)을 다스리고 원혈(遠血)인 상부의 잇몸출혈, 토혈, 안구출혈도 함께 치료한다. 또한 혈열이 망행하여 발생하는 토혈, 육혈, 뇨혈, 혈림, 붕루 등 각종 출혈증에 사용하는데 뇌압이 높아져 발생하는 두통을 위시로 현훈, 고혈압, 어지럼증, 혈중콜레스테롤 강하, 항경련, 항방사능, 동맥경화의 예방과 치료에도 사용된다. 괴화와 괴미를 약한 불에 굽고 괴각을 더하여 단미의 차로 달이면 각종 출혈증에 중등도의 완만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약리적으로 괴화에 함유된 루틴 등은 모세혈관의 투과성을 감소시켜 출혈시간을 단축한다. 괴화에는 지혈작용을 나타내는 물질과 지혈을 억제하는 물질(항혈소판작용)이 공존하고 있다. 창상성 족부종을 억제하고 눈과 피부에 일어난 염증을 감소시킨다. 진경작용 및 항궤양작용이 확인된바, 비만세포의 히스타민 유리를 현저히 억제시켜 항알러지작용을 가진 것으로도 확인 되었다.*
꽃(괴화)
열매(괴각)
온그루
줄기
괴화/괴미
괴화 괴미(약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