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style
자연주의 푸드스타일리스트 양은숙의 감성 밥상
추석이 지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가을 갈무리를 시작한다. 으리으리한 가을볕에 채소를 널어 말리고, 크고 작은 병마다 장아찌를 꽉꽉 담가 차곡차곡 담아 놓으면 김장을 한 듯 마음이 부자가 된다.
하늘이 부린 솜씨, 추수 조각보
가을볕이 으리으리합니다. 꼬숩기가 깨 방앗간을 능가해요. 하도 꼬수아서 머리가 띵할 지경이에요. 물론 오롯이 국산이죠. 이리 헤프게 인심을 써서 이문이 남을지 염려가 됩니다만 가을 볕은 놓치면 손해이니 갈무리한 곡식과 채소를 널었습니다. 한여름의 치열한 성적표예요. 빛깔과 모양은 각각이지만 모두 열심을 기울인 노력이고요. 야물야물 참하지요. 하늘이 지은 뜨거운 솜씨예요.
야무진 밑반찬, 장아찌
여름내 내어주던 방울토마토도 끝물이군요. 붉은 것은 붉은 대로 햇볕에 널어 말리고 푸른 것은 푸른 대로 장물을 부어 둡니다. 산초열매도 여물었어요. 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한차례 불어주기라도 하는 날엔 마당을 가득 메우던 초피나무의 청신한 향기를 기억합니다. 할라피뇨라는 고추를 처음 심어보았어요. 글자만 보아도 활활 매운맛이 느껴지는 고추죠. 그러나 예상처럼 기절하게 맵지는 않고, 육질이 두툼하여 여간해서 상처도 나지 않아 크기는 작아도 묵직하게 열매를 매달아준 채소예요. 장물만 부으면 간이 배는 참 쉽고도 야무진 밑반찬들입니다.
1. 초록 토마토 장아찌
기본 재료: 초록 토마토 5컵
장물 재료: 간장·설탕·식초·물 1컵씩
만드는 법
1 초록 토마토는 꼭지를 떼고 깨끗이 씻어 용기에 담는다.
2 장물을 섞어 ①에 붓고 토마토가 뜨지 않도록 누름돌이나 접시를 얹는다.
3 사흘 후 장물을 따라내고 팔팔 끓여 식힌 후 다시 붓는다. 두세 번 더 반복하면 변질 없이 두고 먹을 수 있다.
2. 선드라이드 토마토 오일절임
기본 재료: 방울토마토 3컵, 소금 1작은술, 통후추 약간, 바질 가루 1작은술, 오레가노 ½작은술, 올리브오일 적당량(재료가 잠기도록)
만드는 법
1 방울토마토는 반으로 썰어 소금과 통후추를 뿌려 햇볕이나 건조기에 꾸덕꾸덕하게 말린다.
2 ①에 말린 바질(생바질도 가능) 가루와 오레가노를 뿌려 섞은 다음 소독한 유리병에 담고 올리브오일을 푹 잠기도록 붓는다.
3 파스타나 샐러드 등에 넣으면 풍미를 더해준다. 남은 오일은 요리에 사용한다.
3. 초피장아찌
기본 재료: 초피 500g, 국간장·매실효소(다른 효소로 대체 가능) 1½컵씩, 식초 1큰술
만드는 법
1 꼬투리가 벌어지지 않은 초록빛 초피 열매에 펄펄 끓인 물을 부어 6시간가량 우린다. 초피 향을 좋아한다면 생략하여도 된다.
2 ①을 깨끗하게 씻은 다음 채반에 널어 물기를 말린 후 소독한 용기에 초피를 차곡차곡 담는다.
3 간장과 효소를 동량으로 잡고 신맛을 원할 경우엔 식초를 조금만 섞은 다음 초피가 잠기도록 붓는다.
4 열흘 간격으로 장물을 따라 끓여서 식힌 다음 붓기를 두어 번 반복하면 오래 두어도 변하지 않는다.
4. 할라피뇨 간장피클
기본 재료: 할라피뇨(고추) 500g
장물 재료: 간장·설탕·식초·물 1컵씩, 통후추 10알, 월계수잎 2장
만드는 법
1 할라피뇨는 씻어서 동글동글 썬 다음 열탕 소독한 용기에 담는다.
2 분량의 장물을 끓여서 뜨거울 때 붓고 식은 뒤 뚜껑을 덮는다.
3 오래두고 먹을 요량이면 사나흘 후에 장물을 따라내 끓인 다음 식혀서 붓는다.
둥글둥글 둥굴레 김밥
3년 전 옮겨 심은 둥굴레를 캐보았어요. 뾰족뾰족 새순을 올리는 봄에도 꽃 볼 욕심에 순 자르기마저 망설이던 뿌리인데 과감히 흙을 들추었지요. 식구를 불린 것은 물론이고 뿌리도 제법 굵어졌네요. 흙을 탈탈 털고 씹어 먹어보니 인삼과 도라지 같은 향기와 달착지근한 맛이 들어 있군요. 김밥을 말아보았습니다. 왜 김밥에 들어가는 우엉 있잖아요. 둥굴레가 우엉을 대신한 김밥인 거죠. 김밥에 들어가는 재료가 따로 있나요. 무엇이든 얹어 돌돌 말면 김밥이죠. 여러 가지의 재료가 어우러진 맛도 좋지만 둥굴레의 맛에 조금 더 집중해보기 위해 한 가지의 재료만 더하여 일대일 개인면담을 시켰어요.
기본 재료: 밥 3공기, 둥굴레 100g, 채 썬 고추·채 썬 당근 ½컵씩, 달걀 4개, 식용유·소금 약간씩, 김밥용 김 4장
밥양념 재료: 참기름·소금·통깨 약간씩
둥굴레양념 재료: 간장 1큰술, 올리고당·맛술 1작은술씩
만드는 법
1 잔뿌리를 손질한 둥굴레는 달군 팬에 기름을 둘러 볶는다. 양념장이 끓으면 볶은 둥굴레를 넣고 졸인다.
2 고추는 씨를 긁어내고 채 썬다. 당근도 채 썰어 기름 두른 팬에 각각 소금으로 간하여 재빨리 볶아 식힌다.
3 달걀에 소금을 넣어 푼 다음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달걀물을 부어 도톰하게 지단을 부친다. 식힌 뒤 썬다.
4 뜨거운 밥에 소금과 참기름, 통깨를 넣어 버무린다.
5 김발 위에 김을 깔고 밥을 엷게 펼친 다음 둥굴레와 고추 채를 얹어 돌돌 말아 꽉꽉 눌러 싼다. 당근과 지단도 마찬가지로 각각 둥굴레를 넣어 만다.
6 말아둔 김밥에 참기름을 가볍게 바르고 한입 크기로 썰어낸다.
토란 차조기 샐러드
가을 깊어지자 토란도 알이 찹니다. 밭의 계란이라 할 정도이니 얼마나 유익한 뿌리일지는 절로 짐작이 가지요. 찐 토란 맛을 시골에 들어와서 알았어요. 처음으로 가꾸어 거둔 토란 한 바가지로 절반은 국을 끓이고 절반은 쪘더랬죠. 찐 감자와 흡사하면서도 부드럽게 감기는 각별한 질감에 반해버린 뿌리예요.
기본 재료: 토란 250g, 차조기 잎 5장, 방아 꽃 3송이
들깨드레싱 재료: 들깨가루 2큰술, 간장 1작은술, 다시마 우린 물 3큰술
만드는 법
1 토란은 깨끗이 씻어 김이 오른 찜통에 6분간 찐 다음 껍질을 벗긴다.
2 차조기 잎은 채 썬다.
3 들깨가루에 간장, 다시마 우린 물을 섞어 드레싱을 만든다.
4 찐 토란에 채 썬 차조기 잎과 방아 꽃을 담고 들깨드레싱을 뿌린다.
박나물 봉골레 파스타
어렵게 구한 박 씨를 심어 박을 얻었어요. 박을 거두기 전에 박꽃을 보는 재미도 좋아요. 해가 진 초저녁 무렵이면 순정한 박꽃이 달처럼 환히 피어나거든요. 박이 열리니 박꽃인 줄 여기지, 달 아래 피는 꽃이니 달꽃이라 우겨도 꼴딱 믿을 꽃이에요. 박 한 덩이를 뚝 따서 품에 안으니 달을 따 온 듯 그득해집니다. 겉껍질은 칼이 안 들어갈 만큼 딱딱하지만 속은 사각사각 연하여서 친정어머니는 소고기를 채 썰어 나물로 볶아주시거나 맑은 박국을 끓여주셨어요. 무국과는 다른 기품 있는 맛이었어요. 찹쌀가루와 들깨가루를 섞어 살포시 쪄냈더니 크림파스타처럼 부드럽고 고소하군요. 조개가 들어가 감칠맛까지 더했고요.
기본 재료: 채 썬 박 속 200g, 말린 토마토 1큰술, 채 썬 마늘 1작은술, 바지락조개 150g, 들깨가루 3큰술, 들기름 2큰술, 찹쌀가루 1큰술, 물 1컵,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박은 겉껍질을 벗긴 후 속을 파내고 채 썬다. 마늘도 채 썰고 말린 토마토는 굵게 다진다.
2 바지락조개는 해감을 하여 헹구고 들깨가루와 찹쌀가루는 물에 갠다.
3 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마늘을 넣어 향을 낸 뒤 채 썬 박을 볶는다.
4 박이 투명하게 익으면 바지락과 말린 토마토를 넣고 뒤적뒤적 섞은 다음 들깨가루와 찹쌀가루 갠 것을 넣어 뚜껑을 덮고 한소끔 끓인다.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 한다.
인디언감자 꽃 튀김
잠깐 피었다 지는 그냥 감자 꽃에 비해 인디언감자 꽃은 오래도록 꽃을 내어줍니다. 뿌리를 얻기 위해 심었는데 관상용 식물로 착각이 들 만큼 꽃 인심이 후해요. 역시나 습관처럼 향기를 맡다가 꽃잎을 따 먹어보고는 놀랐어요. 그윽한 향기에 달콤한 맛이라니요. 주렁주렁 매달린 꽃송이는 아카시아 꽃과도 비슷하죠. 아, 묘하게도 튀겨 놓았을 때는 예상과 달리 달콤함과 향기는 가려지고 고소함이 입안을 장악합니다. 그리고는 잔잔한 향기가 뒷맛에 남는군요.
기본 재료: 인디언감자 꽃 12송이, 튀김가루 ½컵, 물 1컵, 각얼음 10개, 덧밀가루 2큰술, 튀김기름 적당량
만드는 법
1 인디언감자 꽃을 살랑살랑 흔들어 씻은 다음 물기를 뺀다.
2 볼에 튀김가루와 물, 얼음을 섞어 묽은 반죽을 만든다.
3 꽃에 덧밀가루를 묻힌 다음 튀김반죽을 입힌다.
4 180℃로 데운 기름에 ③을 넣어 튀긴다.
5 채반에 건져 기름을 뺀 뒤 한 번 더 튀겨낸다.
옥비녀 꽃 새우볶음
전나무 그늘 아래 옥잠화 꽃이 말갛게 피었습니다. 옥비녀를 닮아서 옥잠화래요. 그럴듯한 이름이지요. 은근하고 달콤한 향기가 백합과도 비슷해요. 소고기나 새우 등을 볶아 조심스럽게 벌린 꽃봉오리에 속을 채워 먹으면 오감이 열리는 맛이에요
기본 재료: 옥잠화 꽃봉오리 12송이, 새우 180g, 오크라 1개, 다진 양파·맛술 1큰술씩, 다진 마늘 1작은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식용유 적당량
만드는 법
1 옥잠화 꽃봉오리의 꽃잎을 조심스럽게 벌려서 수술을 뺀다.
2 새우 살은 굵게 다지고 마늘과 양파는 잘게 다진다.
3 오크라는 얇게 썬다.
4 팬에 오일을 두르고 마늘과 양파를 먼저 볶는다.
5 ④에 새우살을 볶다가 맛술을 넣고 물기가 없도록 볶는다. 소금으로 간하고 불을 끈 다음 오크라를 넣어 여열로 익히고 후춧가루를 약간만 뿌린다.
6 ①에 볶은 새우살을 채우고 접시에 돌려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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