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29. 11;00
선글라스와 바꿔 끼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안경이 없다.
조금 전 다이소에서 산 핸드크림과 함께 왼쪽 주머니에 넣었는데
지퍼가 달리지 않은 주머니에서 안경이 감쪽같이 사라졌으니
난감(難堪)하다.
플라스틱 안경집에 넣어 주머니에 넣었기에 어디에든지 떨어지면
소리가 났을 텐데 버스에서 떨어졌을까.
다이소에서 핸드크림을 넣을 때 안경 케이스의 촉감을 분명히 느꼈으니
버스에서 떨어진 건 아닐 거고 20여분 정도 걸어온 나의 동선(動線)을
체크해본다.
생필품 할인가게에 들려 아기들 핸드크림을 추가로 더 샀는데 아마도
거기에서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겠다.
생각이 생필품까지 생각이 나 커피를 마시다 말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간다.
다행히 안경은 생필품 바구니 옆에 안경집채 그대로 있고, 같이 떨어뜨린
핸드크림은 사라졌다.
안경만이라도 찾았으니 마음이 편해진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민도(民度)가 많이 높아졌다.
대부분의 분실물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경우가 많다.
암튼 유실물을 손대면 형법 제360조 '점유이탈물 횡령죄'에 해당되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데,
국민들 대부분이 그런 형법을 알리는 없을 거고, 외국인들도 분실물을
찾으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높은 민도(民度)에 감탄을 하는 경우가 많다.
1984년 성내동지점에 근무할 때이다.
지점 내 화장실에 지갑을 두고 나왔는데 불과 5분 만에 지갑이 사라졌다.
당시엔 폐쇄회로가 설치되지 않아 찾을 방법이 없다.
지갑 속엔 여동생 결혼축의금으로 준비한 자기앞수표 50만원과
운전면허증· 3급 비밀취급인가증이 들어있어 당황했다.
당시 3급 비밀취급인가증은 보안담당 책임자에게만 발급이 되며
전시계획인 '충무계획'의 작성과 관리, 음어자재를 해독하는 권한이
주어진 신분증이다.
이틀 후 명일동지점에서 수표조회가 들어오는 바람에 범인을 잡아
강동경찰서로 넘긴다.
담당 형사로부터 피의자의 딱한 사정을 듣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를 내고 울며 겨자 먹기로 '신병인수서'까지 제출하며 석방을
시켰던 기억을 꺼낸다.
작년에는 아이테코 현금지급기에 지갑을 두고 와 찾는 소동을 피웠는데
점점 건망증이 심해지는 모양이다.
치매와 건망증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는데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노화로 인한 뇌기능저하인가, 아님 혈액순환 장애일까.
지나친 음주와 과도한 스트레스도 원인이라고 하기에 온갖 생각이 오간다.
전문가는 건망증이 치매로 가는 연결고리라고 하며,
잊었다는, 잃었다는 자체를 안다면 건망증이고,
뇌 신경조직 손상으로 판단력과 통찰력은 물론 장소와 시간에 대한 지적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면 치매라고 말한다.
건망증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회복이 되지만,
치매는 쉬어도 해결되지 않고 기억회로를 구성하는 뇌세포의 손상은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거다.
건망증은 과다한 정보량이 원인이 된다며 술과 담배를 삼가하고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라고 권한다.
살아간다는 건 매일매일 새로운 길로 접어드는 것이다.
또한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노화의 과정에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앞으론 가급적 지퍼가 달린 주머니에 수납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