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여정(旅情)
안 마 산 李萬俊
설 명절이 하루 앞 다가오는 날
산적 등 부침개기름 냄새가 역겨움으로 다가오는지
아파트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고 오르든
꼬맹이 녀석이 코를 막으며 “엄마 이게 무슨 냄새야” 라며
몹시 불편함을 호소하든 모습이 스치며
향수(鄕愁)의 따뜻한 풍요의 정감으로 다가오는
명절 부침개냄새가 요즘 아이들에겐
생경하게 느껴지는
세대의 간극(間隙)에
옛 우리의 어린 시절인 6.25 전란 시엔
먹거리 없는 굶주림 속에
보리잡곡이 많이 섞이지 않은 이밥(쌀밥) 삼시세끼
배부르게 먹는 게 부러운 꿈이고
겨울철 검은 고무신이 아닌 털신이나
흰 농구화(운동화) 신고
아이들 앞에 뽐내고 다니는 게 부러운 꿈이고
학창시절을 거쳐 군입대하니
고참 병장이 그렇게 부럽고
내가 고참 병장되니(당시엔 3년 4개월 복무)
제대 후 복학하여 대학 다니는 선임자들이 부럽고
어려운 관문을 뚫고 공직에 입문하니
칩(chief)이 부럽고
가정을 이루니 단칸방이라도
내 집 마련이 부러운 꿈으로
이 모든 부러운 꿈을 이루려고
숨 쉴 틈 없이 앞만 보고 뛰어오다 보니
어느덧 내 인생은 서산마루에 걸쳤지만
또 다시
IT와 컴퓨터, 스마트폰 맹(盲),
그 맹(盲)을 벋어나야
많지 않은 여생을 천덕꾸러기의 뒷방을 면하고
아름다운 노을빛 흔적은 물론 주변 도움 없이
그러게 그렇게 저물어 갈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