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Härlig är jorden 이 아름다운 세상 - The Real group 스웨덴의 스톡홀름 왕립음악원 출신으로 구성된 The Real Group은 사람의 목소리가 낼 수 있는 가장 완벽한 하모니를 들려주는 아카펠라 그룹이다. The Real Group이 들려주는 ‘이 아름다운 세상’은 목소리로 보내 온 ‘축전’이라고 할 수 있다. ‘Harlig ar jorden’은 스웨덴 사람들이 태어나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가장 행복하고 아름답고 뜻 깊은 순간마다 함께 하는 곡이다. 삶의 길모퉁이마다 ‘이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제목을 가진 노래가 울려 퍼진다는 건 너무나 멋진 축복이다. 중세부터 전해지는 음악이라는 설도 있고, 19세기 초 독일의 찬송가에서 따왔다는 이야기도 전해지지만 중요한 것은 ‘Harlig ar jorden’이 지금까지도 스웨덴 사람들의 삶에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가장 사랑 받는 음악이라는 사실일 것이다.
북유럽 사람들이 가장 아름답게 여기는 계절 ‘하지’의 빛나는 태양 아래 맺힌 아침 이슬 같은 리얼 그룹의 하모니가 참으로 영롱하다. 목소리로 그린 그림 같고 하모니로 전하는 축복이다. The Real Group만이 할 수 있는 멋진 일이다.
02. What a wonderful world - Eva Cassidy Eva Cassidy가 서른세 살의 짧은 삶을 마감한 뒤에야 세상은 그녀 목소리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다. Eva Cassidy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소중한 사람은 없는지, 너무 늦게 발견하는 아름다움은 없는지를 생각하곤 한다. 너무 늦게 발견해서 그런지 그녀의 목소리는 더욱 애틋하다. 어쩌면 Eva Cassidy는 그런 것조차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녀는 정말 노래가 좋아서 노래한 가수였고, 음악과 삶이 혼연일치된 생을 보냈으니까.
‘What a wonderful world’를 Louis Armstrong의 멋진 저음으로 들었을 때에는 무지개가 뜬 드넓은 초원이 떠올랐다. Eva Cassidy의 목소리로 듣는 ‘What a wonderful world’는 내 안의 자그마한 정원에서도 멋진 세상을 찾아내는 속삭임을 듣는 것 같다. 음악은 언어가 있기 이전부터 인류와 고락을 함께 해왔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Eva Cassidy의 목소리로 듣는 What a wonderful world는 그만큼 따뜻한 위로와 축복을 느끼게 한다.
03. La soledad - Pink Martini 음악으로 만든 칵테일이 있다면 그 이름은 분명 ‘Pink Martini’일 것이다. 칵테일이라는 표현이 진부하다면 요즘 인기 있는 첨단의 용어 ‘하이브리드’는 어떨까? Pink Martini는 1994년에 결성되어서 낯선 장르의 음악들을 섞고, 비비고, 즐겁게 끓여냈다. 삼바에서 클래식까지 어마어마한 소화력을 입증하며 맛있는 음악을 선보인다. Pink Martini 구성원들은 ‘식사 중이든 대화 중이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구석의 음악, 가구의 음악’을 주장했던 Erik Satie가 들으면 귀가 번쩍 뜨일 말이다.
‘La soledad’는 1997년에 발표된 데뷔 앨범 ‘Sympathique’에 수록된 곡이다. Chopin의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 Op.22’의 선율을 차용하며 시작하는 이 곡은 두 개의 선율이 대조를 이루면서 더욱 멋진 효과를 거두고 있다. 마치 유럽의 어느 항구에서 출발한 ‘고독’이 라틴 아메리카에 도착해서 또 다른 ‘고독’을 만나는 독특한 여정 같다. Pink Martini의 음악은 긴장했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힘이 있다. ‘인생 뭐 있나요? 행복의 열쇠는 당신이 쥐고 있어요.
홀가분해 지세요’하고 우리에게 속삭이는 것 같다. 고독도 일종의 정다운 아픔으로 다루며 무거운 세상을 산뜻하게 헤쳐나가는 Pink Martini!
04. Stay with me till the morning - Dana Winner 아프리카의 초원에서 모차르트를 듣던 카렌과 데니스. 그들의 사랑은 지금도 초원 어딘가에 새겨져 있을 것만 같다. ‘아이작 디네센’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썼던 ‘카렌 블릭센’의 소설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흐르던 Mozart의 클라리넷 협주곡 K.622의 2악장 Adagio에 가사를 붙인 곡 ‘Stay with me till the morning’은 Dana Winner의 아침 이슬 같은 목소리에 실려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전해준다.
벨기에의 디바 ‘Dana Winner’는 무려 9개 국어로 노래한다. 특히 그녀의 조국 벨기에의 언어 중에서도 플란더스 지역의 언어인 Flemish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Stay with me till the morning’도 Flemish 버전으로 불렀다. ‘Hopeloos En Verloren’ - ‘새롭게 사랑하는 기쁨으로’라는 뜻을 가졌다고 한다. Mozart로부터 출발한 선율이 Dana Winner를 거쳐 맑은 이슬처럼 전달되는 것, 음악의 무한확장을 보는 것 같아 행복하다.
05. House of the rising sun - Kaare Norge (gt.) 덴마크의 클래식 기타리스트 Kaare Norge가 들려주는 선율은 독일과 덴마크 사이를 흐르는 북해의 물결 같다. 드넓고, 풍성하고, 거세고, 냉정하다. 기타가 이토록 풍성한 음색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Kaare Norge의 연주는, 세상 모든 음악을 그의 기타 안에서 다 녹여낼 것처럼 강한 힘을 가졌으면서도 그 힘을 가장 섬세하고 이성적으로 표현한다.
1997년, Kaare Norge는 현악4중주와 더불어 팝의 명곡을 연주하는 음반 ‘Morning has broken’을 발표했다. Cat Stevens의 명곡인 ‘Morning has broken’을 연주하며 원곡의 대중성은 고스란히 담고, 원곡에 풍성함과 다양함을 특별부록처럼 실어서 연주하고 있다. 종일토록 귀 기울이고 있어도 Kaare Norge가 들려주는 음악은 질리는 법이 없다. 왜냐하면 북해를 닮아 드넓고, 풍성하고, 거세고, 그리고 냉정해서 더욱 따뜻한 결을 가졌기 때문이다.
06. Piensa en mi - Luz Casal 스페인의 뮤즈 Luz Casal의 목소리는 ‘듣다’가 아니라 ‘보다’를 생각나게 한다. 첫 번째 이유는 Pedro Almodovar 감독의 영화 ‘하이힐’에 그녀의 노래가 등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Luz Casal의 절절한 가창력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한 목소리다. 실제로 Luz Casal은 스페인에서 플라멩코의 정서를 기본적으로 품고 성장했다. 또 북스페인에 남아 있는 Celtic 문화의 영향을 받았고, 오스트리아에서는 노래와 피아노와 발레를 배웠으며 음악활동은 마드리드에서 시작했다. 그녀가 거친 지역 정서만으로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 같지 않은가!
“만약 네가 쓰라린 고통 속에 있다면, 날 생각해. 만일 네가 울고 싶다면, 날 생각해. 네가 고통스러울 때나 울고 있을 때에도 언제나 날 생각해 줘. 네가 원한다면, 나의 삶, 생명 모두를 버릴 수 있어. 너 없이는 아무 소용이 없는, 정말 아무 의미도 없는 삶이 나에겐 필요치 않아.”
힘겨울 때 나를 생각하라고 애절하게 노래하는 Luz Casal의 목소리를 영화에 담은 Pedro Almodovar 감독의 선택은 정말 탁월하다.
07. La Sodade - Maria Bethania 라틴 아메리카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 일종의 혁명가가 되는 것이다. Maria Bethania도 예외는 아니다. 그녀의 친오빠 Caetano Veloso, Gilberto Gil, Gal Costa와 더불어 Maria Bethania는 ‘트로피칼리아’ 운동을 이끈 주역이었다. 새로운 음악운동을 주도한다는 것은 새로운 민중운동을 이끈다는 뜻이기도 하다. Maria Bethania는 잘 다듬은 은유와 뜨거운 상징을 노래에 담으며 한 시대를 밀고 나갔다. 가장 브라질적인 것을 찾기 위해서 주류의 음악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며 브라질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되살려 냈다. 그런 노력 때문인지 Maria Bethania의 노래에서는 작은 이야기가 아니라 ‘대하드라마’가 느껴진다. 그녀 역시 ‘연기하듯 노래하는 것을 즐긴다’고 인터뷰를 한 바 있다. 그녀에게서는 남자의 노래라거나 여자의 노래를 초월한 ‘인간의 노래’가 느껴진다.
Maria Bethania의 목소리로 듣는 ‘Saudade’. 멀리 있어서 안부를 알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의 그리움과 고독을 이보다 더 절절하게 노래할 수 있을까? 이 곡을 함께 부른 Osvaldo Lenine은 브라질의 싱어 송 라이터이자 기타의 귀재로 역시 브라질 음악계의 보석 같은 뮤지션이다. Maria Bethania가 대중적 성공과 음악적 혁명을 다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자신의 조국 ‘브라질’이라는 텍스트를 가장 잘 읽었고, 브라질 사람들의 영혼을 가장 깊이 이해했기 때문일 것이다.
08. Raquel - Bau ‘Raquel’은 뒷모습의 음악이다. 영화 ‘그녀에게’의 마지막 장면, 현대 무용의 대가 Pina Bausch의 작품 ‘Masurca Fogo’가 공연될 때 ‘Raquel’이 흘렀다. 이 음악과 더불어 등장하던 무용수들의 뒷모습을 기억하시는지. 그녀들의 육감적인 무용은 왜 그렇게 뭉클했을까? ‘리스본 항구로부터 불어오는 삶의 찬가’라는 의미가 ‘Masurca Fogo’에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Bau의 ‘Raquel’이 들려주는 리드미컬한 선율과 영화 속 무용수들의 몸짓이 겹쳐 아름다움을 초월한 감정들을 전달해 주었다. 정곡을 겨누는 화살처럼 아프면서도, 신비롭게도 치유되는 느낌. 아마도 Pina Bausch의 무용이 갖는 힘일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의 많은 부분은 아마도 Bau의 ‘Raquel’이 부여한 힘이기도 할 것이다.
Bau는 ‘세자리아 에보라’의 나라 ‘카보 베르데’ 출신의 뮤지션이다. 현악기를 만드는 아버지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현악기와 가까운 어린 시절을 보낸 Bau는 6살 때 포르투갈의 현악기 Cavaquinho를 연주하면서 음악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17살부터 그의 고향 민델로의 클럽에서 연주를 시작한 Bau는 Cape Verde의 전통 음악인 Morna가 자신이 추구해야 할 음악이라는 것을 깨닫고 세자리아 에보라와 더불어 음악작업을 하게 된다. ‘남의 음악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닌, 조국의 음악, 집에서 아버지가 연주해주셨던 우리 음악을 연주할 때, 비로소 나의 마음을 온전히 담을 수 있다’고 Bau는 말한다.
09. Wiyathul 주황발 무덤새 - Gurrumul 월드뮤직이 거둘 수 있는 가장 큰 성과가 바로 ‘주황발 무덤새’ 같은 음악을 접할 때일 것이다. Gurrumul의 언어를 우리는 모른다. 그러나 그의 노래는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마치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이 그와 함께 고향 앞의 나무 아래를 통과하는 것 같다.
Geoffrey Gurrumul Yunupingu의 음악을 아는 사람들이 참 많아졌다. 더불어 그의 고향인 호주의 엘코 섬을 아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호주의 원주민 구마티족을 아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세상을 아는 방법 중에는 ‘음악’을 통한 아름다운 방법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 음악을 통해 배운다.
Gurrumul은 호주의 원주민이면서 태어날 때부터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왔다. 그는 자신의 토착어로 노래하고, 보이지 않는 세상에 대한 원망을 가진 적이 없으며, 자전거 타기를 좋아한다. 그의 음악에 ‘우수’는 있으나 ‘탄식’은 없는 이유를 알 것 같다.
2010년 7월, Gurrumul은 유럽 공연 중에 돌연 자신의 나라로 돌아갔다. 아마도 어딘가에서부터 자신을 따라오지 못하는 영혼을 찾아서 돌아갔을 것이다. 많은 영혼의 부족들이 그러하듯이... 그가 앞으로 엘코 섬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는 모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이해해야만 한다.
10. Evening bell - Sheila Ryan 우리를 가장 평안하게 하는 순간에 듣고 싶은 음악이 있다면 주저 없이 Sheila Ryan의 Evening bell을 꼽을 것이다. 둥지로 찾아가는 새소리가 들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저녁 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이 음악의 도입부는 ‘평화’ 그 자체다.
Celtic 음악의 향기를 진하게 전해주는 Sheila Ryan의 목소리는 정결한 영혼을 느끼게 한다. 이 노래의 가사는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시인 ‘Thomas Moore’의 시다. Sheila Ryan의 목소리는 Thomas Moore의 영혼과 마치 도플갱어 같은 일치를 이룬다.
“저녁 종소리, 저녁 종소리는 나의 젊은 날과 가족 안에서의 시간과 달콤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들려주었는지... 마지막으로 저녁 종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알았네. 아름다웠던 그 시절은 지나가고 이제는 저녁 종소리를 들을 수 없네. 하지만 내가 떠난 뒤에도 아름다운 저녁 종소리는 계속 울려 퍼지겠지. 또 다른 음유시인들이 저녁 종소리와 더불어 산책하리니 저녁 종소리, 너의 아름다운 찬양을 계속 들려다오.”
아일랜드 리머릭 태생의 Sheila Ryan은 어린 시절부터 Celtic Sound에 묻혀 성장했다. 아이리쉬 하프와 기타리스트로서의 재능도 뛰어나 Celtic 음악의 색다른 매력을 잘 전해주고 있다.
11. Surtierra canto de Bienvenida - Quimantu ‘대지의 사람들’이라는 뜻을 담은 칠레의 그룹 ‘Quimantu’는 안데스 월드뮤직의 정점을 보여준다. 가장 안데스적인 선율이면서 세상 누구의 마음으로도 거침없이 스며드는 ‘Surtierra canto de Bienvenida- 하늘나라에서 부르는 환영의 찬가’는 ‘Quimantu’의 음악감독 Mauricio Venegas-Astorga가 20살에 작곡한 곡이다. 광산노동자로 끌려간 안데스 사람들을 추모하는 음반 ‘Pilgramage to the Andes’에 담겨 있는 곡이다. ‘Miner’s Mass-광부의 미사곡’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음반의 재킷에는 눈 덮인 산을 올라가는 노동자들의 행렬이 담겨 있다. ‘Quimantu’가 전하려는 음악적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헤아리게 된다. 음반 재킷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프다.
이 곡을 작곡한 Mauricio Venegas-Astorga도 광산 노동자로 일을 했고, 그의 부모 역시도 그랬다고 한다. 희망이라고는 도무지 찾을 수 없던 시대, 혹독한 노동에 희생된 안데스 사람들을 추모하는 ‘Surtierra canto de Bienvenida’, 이 곡은 종교를 뛰어 넘은 진정한 미사곡이다. 고통 받은 사람, 고통 받았던 시대를 향해 그들의 후예가 보내는 선율이니...
12. Magic night - Vassilis Saleas (cla.) Vassilis Saleas는 그리스인들로부터 ‘가장 그리스적인 아티스트’로 꼽히는 전통 클라리넷 연주자다. 클라리넷의 맑고 정갈한 음색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절절함이 그의 연주에는 담겨 있다. 아마도 대대로 그리스 전통 클라리넷을 연주해 온 가문의 혈통을 이어 받았기 때문에 Vassilis Saleas의 연주는 더욱 특별한 지도 모른다.
영화 음악과 그리스 대중음악을 아우르는 활약을 보이는 Vassilis Saleas가 미키스 테오도라키스의 음악들을 연주한다. 그리스 최고의 작곡가와 그리스 최고의 연주자의 만남은 그리스 사람들만이 아니라음악을 사랑하는 세계인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Maria Demetriadi의 노래로 기억에 남아 있는 ‘Magic night’을 듣는 즐거움이 크다.
13. Aguas passadas - Fiedade Fernandes 파디스타들은 모두 검은 옷을 입고 노래한다. Amalia Rodrigues로 대표되는 파디스타들의 목소리는 뜨겁고 진하다. 그러나 Piedade Fernandes의 목소리는 조금 덜 뜨겁고 조금 덜 진하다. 원래 ‘파두’가 어두운 숙명을 절절하게 노래하는 것이었다면 Piedade Fernandes의 목소리에서는 운명과 담담하게 조우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흘러간 물’이라는 뜻을 가진 ‘Aguas Passadas’는 Piedade Fernades의 다소 절제된 감정과 기타라의 선율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곡이다. 파두 특유의 매력을 바탕으로 뜨거운 절망보다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삶의 순간순간들을 돌아보는 차분한 기운이 더 많이 느껴진다. Piedade Fernandes 목소리에 담긴 차분하고도 지적인 향기가 파두의 새로운 경지를 느끼게 한다.
14. Stand by me - Playing for change 음악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Playing for change’의 ‘Stand by me’를 접한 사람들은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특별히 새로운 음악도 아니다. 특별히 놀라운 음악도 아니다. 그러나 이전에도 있었던 음악을 새로운 자세로 대하면 그것이 놀라운 힘이 된다는 것을 이 곡이 증명한다. 캘리포니아에서 그리스를 거쳐 아프리카까지, 하나의 노래를 모두가 함께 부르는 것만으로도 가슴 뭉클한 감동을 얻을 수 있다.
음악을 통해 세계 평화와 아름다운 변화를 추구하는 ‘Playing for change’의 첫 번째 작품이 바로 Ben E. King의 힛트곡 ‘Stand by me’다. 산타모니카 거리의 악사 ‘Roger Ridley’의 노래를 시작으로전 세계 20여 개 나라, 그 중에서도 빈민지역과 분쟁 지역의 길거리 뮤지션들을 찾아다닌 5년간의 여정이 이토록 아름다운 음악을 탄생시켰다. 음악은 스튜디오 안에만 있지 않고, 훌륭한 오디오 안에만 있지 않으며 콘서트 홀 안에 갇혀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 브라질, 네덜란드, 프랑스, 러시아, 그리스, 콩고, 스페인 등 20여개 나라의 길거리 뮤지션이 부르는 노래들은 매끈한 음악들이 결코 전할 수 없는 날 것의 감동을 전해준다.
“밤이 되어 세상이 어두워지고 보이는 건 달빛뿐이어도 난 두렵지 않아요. 그래요, 난 두렵지 않아요. 당신이 내 곁에, 내 곁에 있어준다면... "
우리 모두가 우리 모두의 곁에 있어줄 수 있을 때 세상의 평화는 이루어지지 않을까? ‘Stand by me’, 세계 평화를 지향하는 ‘Playing for change’가 선택하기에는 참 적절한 제목의 곡이다.
15. O tahidromos - Savina Yannatou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도 크고 웅혼한 울림을 줄 수 있다. 그리스의 여가수 Savina Yannatou가 그 증거다.
군사독재 시절, Mikis Theodorakis가 큰 그림을 뜨겁게 그리며 사람들을 대변했던 작곡가였다면 Manos Hadjidakis는 작은 그림을 따뜻하게 그리며 사람들을 위로했던 작곡가였다. Mikis Theodorakis에게 Maria Farandouri라는 페르소나가 있었다면 Manos Hadjidakis에게는 Savina Yannatou가 있었다. 맑고 가녀린 Savina Yannatou의 목소리, 그 떨림은 마치 그리스 민중들의 마음을 튜닝하는 것 같다. 두려움을 모르고 앞으로 나아가는 영웅의 큰 목소리가 아니라 두려움을 껴안고도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상징적으로 들려준다.
Savina Yannatou가 부르는 ‘젊은 우체부의 죽음’은 표면상으로는 연인들의 소식을 전달해주던 젊은 우체부의 죽음을 슬퍼하는 노래지만, 우리에게는 그리스 사람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자유가 점점 더 늦게 도착한다는 슬픔을 담은 ‘시대의 레퀴엠’으로 들린다. 시대의 슬픔을 이토록 맑게, 이토록 투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가수는 Savina Yannatou 말고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를 ‘지중해의 목소리’라고 부르는지도 모른다. 맑고, 투명하고, 따뜻한 지중해, 그러나 인류의 온갖 역사가 부침하는 것을 지켜본 지중해의 목소리라고...
16. Thoughts of you - Martin TIllman (vc.) 첼로는 화려한 기교보다 심연을 긋는 듯한 깊은 울림으로 다가올 때 가장 매력적이다. 스위스 출신 첼리스트 Martin Tillman의 연주로 듣는 ‘Thoughts of you’는 한 악기가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움의 최대치를 들려준다. 깊고, 그윽하고, 애절한 울림. 한 사람을 생각한다는 건 이런 것이어야 함을 첼로 선율이 알려준다.
‘당신 생각을 켜 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함민복 시인의 ‘가을’이라는 이 짧은 시를 들을 때의 강렬함을 잊지 못한다. Martin Tillman의 ‘Thoughts of you’를 듣는 것도 비슷한 체험이 아닐까? 첼로의 선율을 들으며 ‘당신 생각을 켜놓는’ 경지를 경험할 수 있을 것만 같아. 그리고 ‘인간에 대한 신뢰’, ‘사랑에 대한 믿음’이 안개를 걷고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 보일 지도 모른다.
이 곡을 ‘세상의 모든 음악 7집’의 마지막에 실은 이유도 그것이다. ‘이 아름다운 세상’으로 시작해서 아름다운 사람에 대한 생각으로 마감하는 것이, 세상은 아름답다는 음악적 믿음을 나누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