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팬들이 “Boring, boring Tottenham”이라고 노래했지만, 이제 답을 얻게 됐다. 축구계에서 가장 재능 있고, 변덕스럽고, 흥미롭고, 폭발적인 감독 중 한 명인 로베르토 데 제르비가 토트넘을 강등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부임할 예정이다.
토트넘은 데 제르비를 신뢰하면서, 자신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구단 수뇌부는 이미 2023년 4월 그를 가까이서 지켜본 적이 있다. 당시 데 제르비는 손가락을 흔들며 토트넘의 임시 감독이었던 스텔리니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상황이 점점 격해지면서, 일각에서는 데 제르비가 토트넘 감독이 될 기회를 스스로 날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불과 2년 사이 토트넘은 회장, 단장, 주장, 감독까지 여러 차례 교체하는 혼란을 겪었고, 이제는 선택의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리그 종료까지 7경기를 남긴 시점에서 강등권과 승점 1점 차에 불과하며, 강등 시 200m 파운드 이상의 손실이 예상된다. 지금은 장기적인 적합성보다 “당장 살아남을 수 있느냐”라가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데 제르비는 충분한 무게감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축구계에서 진정한 일류 지도자로 인정받고 있다. 선수들은 그의 훈련 방식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그의 전술은 지도자들 사이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심지어 그에 대한 찬사가 과도하다고 느끼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다.
작년에 한 베테랑 프리미어리그 감독은 비공식적인 대화에서 데 제르비를 상대로 거둔 자신의 승률을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강조했다. “그 거장 말이요? 제가 그를 상대로 거둔 전적을 보셨나요?”
어쩌면 데 제르비를 향한 찬사는 결과보다 혁신성에 더 기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는 과르디올라가 그의 열렬한 팬인 이유를 설명해 준다. 과르디올라는 사수올로 시절 데 제르비의 공격적인 팀을 직접 보러 갔고, 맨체스터와 브레시아에서 여러 차례 함께 식사하기도 했다. 이러한 교류는 데 제르비가 맨시티의 차기 감독 후보로 거론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과르디올라는 2023년 당시 “저는 제 말이 옳다고 확신합니다. 로베르토는 지난 20년 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감독 중 한 명입니다. 브라이튼처럼 플레이하는 팀은 없습니다. 완전히 독창적이죠.”라고 말했다.
토트넘에서는 명성과 지위가 그것이 정당하든 아니든 중요한 요소다. 선수들은 이번 시즌 프랑크의 실용주의적 전술과 투도르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접근 방식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최근 몇몇 토트넘 선수들이 함께 저녁 식사를 했는데, 데 제르비의 부임 가능성에 대해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전해진다. 강한 개성과 존재감을 지닌 감독이 마침내 선수들의 집중력을 끌어낼 수 있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그의 팀 미팅은 분명 영향을 줄 것이다.
데 제르비는 마르세유 시절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모아놓고 소리를 지르며 주먹으로 물건을 치고 전술판을 바닥에 던지는 장면들이 영상으로 남아 있다. “우리가 누구냐?!”라고 데 제르비가 묻자, 선수들은 “OM!”이라고 답한다. “우리가 누구냐?!”라고 데 제르비가 다시 외치면, 선수들은 “OM!”이라고 외친다.
이런 방식이 토트넘에서도 통할까? 투도르의 직설적인 방식은 일부 선수들과 갈등을 낳았고, 해리 레드냅이나 글렌 호들처럼 부드럽게 다가가는 지도자지만, 데 제르비는 ‘어깨를 감싸는’ 스타일이 아니라 ‘팔꿈치가 얼굴로 날아오는’ 유형에 가깝다.
실제로 마르세유 훈련 중에는 이스마엘 코네를 강하게 질책하며 샤워하고 (이적하라고) 에이전트에게 전화하라고 지시한 일도 있었다. 또한, 아드리앙 라비오와 조너선 로우가 라커룸에서 몸싸움을 벌였고, 데 제르비는 이를 “영국 술집에서 직원 둘이 싸우는 것 같다”라고 표현했다. 이후 두 선수는 결국 팀을 떠났다.
데 제르비의 축구는 전술적으로도 쉽게 체득되는 스타일이 아니다. 브라이튼 시절 초반 5경기에서 승리가 없었지만, 이후 7경기에서 승점 8점을 쌓으며 반등했다. 이는 토트넘이 잔류하는 데 충분할 수도 있다.
데 제르비의 점유 기반 축구는 강한 담대함을 요구한다. 골키퍼와 두 센터백이 페널티 지역에서 좁은 공간을 통과하는 패스를 시도하며 빌드업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자신감이 부족한 토트넘 선수단에 이런 방식이 자연스럽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중원 자원들이 내려와 위험을 감수하며 빌드업에 참여하는 방식은 팔리냐나 코너 갤러거와 같은 선수들에게 완벽히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데 제르비는 적응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전방으로 빠르게 연결하는 직선적인 패스로 압박을 깨는 변형도 활용할 수 있다. 투도르와 달리 4-2-3-1 포메이션을 선호하는데, 이는 토트넘이 프랑크 체제에서 가장 자주 사용했던 시스템이다.
또한, 데 제르비의 팀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풀백들이다. 이들은 높고 넓게 배치되며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이 점은 스펜스, 우도기, 포로를 보유한 토트넘에 긍정적인 요소다.
결국, 데 제르비 축구의 핵심은 후방 빌드업, 위험 감수, 빠른 공격 전개다. 잘 작동한다면 매우 짜릿한 축구를 만들어내며, 이는 토트넘의 모토인 “도전하는 자가 이룬다”와도 맞닿아 있다. 데 제르비의 토트넘? 적어도 지루하지는 않을 것이다.